하명미 감독
‘박하마을’ 인심이 넘쳐날 것 같은 시골마을. 과연 그럴까? 폭력적인 남편과 이혼하고 도망치듯 고향으로 돌아온 정인(정이서)은 따뜻한 할머니의 품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래된 폭력과 그들만의 비밀, 폐쇄적 정서로 가득한 이 마을에 혜정(김혜나)이란 사람이 들어오면서 마을의 공기가 바뀌기 시작한다. 이제 정인과 혜정이 마을에서 은밀한 취미생활을 펼치게 된다. 서미애 작가의 원작소설을 영화로 멋있게 옮긴 하명미 감독을 만나, 여인의 복수극에 대해 들어보았다.
Q.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먼저 소개되었다. 반응은 어땠는지. 기억나는 평가는.
▶하명미 감독: “부천에서 추천작으로도 소개되었고 관객 분들이 재밌게 봐주셨다. 3회차 상영이 전부 매진이 되었다. 이 영화 만들 때 이렇게 크게 반응할 줄 몰랐다. 극중에 나오는 돈 액수(2억5천만원) 부분에 대해 격렬하게 이야기 하시더라. 흥미롭고 재밌는 다양한 질문이 나와 좋았다. 그런 질문들을 받을 때 영화 만들면서 고생한 것, 힘든 기억이 다 사라지고 보람을 느꼈다.“
Q. 그럼 왜 ‘2억 5천만 원’인가.
▶하명미 감독: “정인이 새 삶을 시작하기에 얼마가 적당할까? 1억은 작고, 3억은 많고, 2억은 아쉽고. 그래서 2억 5천으로 했다. 사실 영진위 기금을 받아서 시작할 때 2억 5천으로 이 영화를 시작했다. 그것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어 그런 의미를 담고 싶었다. 정인의 삶도 2억 5천만원으로 시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Q. 원작소설을 읽고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지, 영화로 만들면 꼭 만들고, 넣고 싶었던 지점이 있었다면.
▶하명미 감독: “제작사를 운영하고 있다. 내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미싱타는 여자들>의 김정영 감독이 2017년 무렵에 미스테리아 잡지에 실린 단편을 읽으시고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 영화 프로듀서 계약하고 몇 년 동안 진행을 못하고 있었다. 김 감독님이 저한테 건네주며 연출할 생각 있냐고 하더라. 잘 아는 이야기이고,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와 주제의 이야기라서 그냥 제가 하게 되었다.”
Q. 아, 어쩌다 영화감독이 된 것인가?
▶하명미 감독: “원래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 제 영화를 만들어 주는 데가 없어서, 감독 시켜주는 데가 없어서. 5년을 준비했지만 작품이 계속 무산되었다. 그냥 내가 만들고 싶은 작품, 연출하려고 영화사(웬에버스튜디오) 설립한 것이다.” (이게 창립작품인가?) “아니 <빛나는 순간>이 창립 작품이다. 10년 동안 제주도에서 귀촌을 했다. 그래서 잘 아는 해녀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소준문 감독이 도움을 줄 수 있냐고 해서 명필름이랑 공동 제작한 것이다. 하다 보니 그게 창립 작품이 된 것이다. ‘메이-디셈버’라는 장르가 있다. 저희 어머니 친구 분들은 혼자가 되신 분이 많다. 70대가 되어 연애를 하신다. 일흔의 나이에 여성으로서의 삶을 다루는 영화가 왜 없지? 내 작품은 잠시 미루고 <빛나는 순간>부터 했다. 그것부터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 작품하면서 독립영화나 다양성영화, 아트영화에 대한 제작노하우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상업영화만 준비하다 그렇게 <그녀의 취미생활>를 하게 되었다. 뭔가를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
Q. 조금 전 말한 직접 겪은 이야기란, 제주도 귀촌 이야기인가?
▶하명미 감독: “그 때 겪은 배타적인 시선들. 아름다운 공동체 마을이긴 하지만 늘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 마을에서 자라고, 오래 산 사람끼리의 소통방식, 이방인에게 배타적인 시선을 겪어야했다. 그런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 내 친구들도 각지에서 귀촌하며 살고 있다. 잘 아는 이야기, 잘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시나리오 작가 생활을 오래 했기에 시나리오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가, 다른 식으로 잘 이해하고 있는 그런 삶을 만들게 됐다”
“고향은 서울이다. 단편도, 첫 영화도 제주도에서 만들었다. 제주도가 나보고 오라고는 하지 않았지만 글 쓰러 갔다가 어느새 10년을 보냈다. 저는 그래도 원작소설과는 다르게 좋은 이웃들, 존경할만한 어른을 만난 케이스다. 운이 좋은 면도 있었다. 이웃들의 텃새나 일련의 에피소드를 겪었기에 그런 이야기를 잘 다룰 수 있었던 것 같다.”
Q. 정인은 할머니 밑에 자랐고, 굉장히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굳이 고향에 돌아온 이유가 있다면.
▶하명미 감독: “첫 장면에서 보여주는 것은 남편에게 도망쳐서 짐도 제대로 못 챙기고 옷가지를 가방에 쓸어 담듯 하고 내려온다. 기댈 곳은 할머니뿐이다. 시나리오 작업할 때 그 모습을 보여준 것은 과거와 분절되는 형태를 보여주고 싶었다. 정인의 그런 뒷모습에서 어떤 결심, 복수의 결심 같은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왜 이렇게 살 수밖에 없을까.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길까 하며 외진 길을 걸으며 곱씹어본다. 마을사람에 대한 미움, 분노와 함께 뭔가 어렴풋하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을 품고 마을로 들어서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그때 개 짖는 소리도 들린다) “심혈을 기울였다. 사운드디자인을 하면서도.”
Q. 정인 역으로 정이서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는.
▶하명미 감독: “정이서는 <기생충>에 나왔을 때부터 눈빛이나 표정이 특별해 보였다. 체구는 왜소한데 강단 있어 보였고 써늘한 느낌도 있어 인상적이었다. 드라마 <마인>에서 다채로운 면을 연기하는 것을 보고 언젠가 만나면 같이 하고 싶었다. 대본 보내주고 미팅 했다. 작은 영화인데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작품에 대한 이해도 높았다. 인터뷰하면서 에너지가 좋다고 느꼈다. 정인과는 대비되게 밝고 명랑해 보였다. 그런 것을 감추게 되면 정인의 슬픔이 더 크게 느껴지게 된다. 사람들 만날 때 에너지가 좋고, 명랑해서 분위기를 밝게 만든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내향적이고 차분한 면이 있다. 그런 양가적인 면이 돋보인다. 정인이 마을사람들을 만났을 때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순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밤에는 집에 와서 데스노트를 쓰는 그런 면이 있을 것 같았다.”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
Q. 혜정 역으로는 김혜나가 캐스팅되었다. 극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에 하나가 마을 사람에게 ‘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반말하죠?’라고 대차게 말하는 장면이다.
▶하명미 감독: “끝까지 고심했다. ‘센 언니’, ‘와일드’한 이미지의 배우를 캐스팅하면 너무 스테레오타이프가 될 것 같았다. 소설에는 잘 등장하지 않지만 언니(감독은 김혜나 배우를 이야기할 언니라고 곧잘 부른다)의 범죄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김혜나는 착하고 서정적인 면이 있다. 원래는 그런 사람인데 어쩌다가 흑화된 독한 언니의 면모가 필요했다. 그런 삶의 궤적을 담아 잘 보여줄 것 같았다. 작품을 좋아해서 바로 캐스팅이 진행되었다.”
Q. 혜정(김혜나)은 카메라를 들고 마을 빈집을 돌아다닌다. 창고에서 총이 든 가방도 발견한다.
▶하명미 감독: “혜정 언니는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그게 값어치가 있든 없든, 금붙이뿐만 아니라 갖고 싶은 것은 다 차지한다. 어릴 때부터 가져본 적이 없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것에 대한 분노가 물건을 훔치며 해소되는 것이다. ‘여수어버이낚시대’라고 쓰인 것도. 어디선가 놓여있는 것을 가져왔을 것이다. 저는 그렇게 설정했지만 누군가가 유추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등장하는 소품을 잘 보면 부잣집 언니 것 같아 보이지만 값비싼 물건은 없다. 총도 ‘이게 뭐야’하고 가져왔을 것이다. ‘장난감 총이네’ 하고 한 번 ‘팡’ 쏘아보고는 놀랐을 수도 있다. 그런 설정으로, 관객들이 첫 등장 신을 떠올리기를 바랐다. 이삿짐 물건들을 보면서. 어쩌면 훔쳐서 얻은 것들일 것이다.”
Q. 그림이 중요하다. 콰야의 ‘세잎 클로버를 만든 소녀’라고 제목이 나온다. 중요한 의미를 둔 것 같은데.
▶하명미 감독: “언니의 취미가 초상화 그리는 것이다. 이걸 영상화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그림 요소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아예 의미가 있는 작품을 영화에 소개하고 싶었다. 원작에서는 정인의 초상화를 그려서 선물하는데, 영화에서는 그 그림(세잎 클로버를 만든 소녀)을 혜정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을, 세 잎은 행복을 의미한다. 소소한 행복을 선물로 주는 것이다. 그런 게 좋았다. 다들 10프로의 운을 바라면서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고 한다. 그런데 소녀는 그걸 애써 떼버린다. 그런 동작이 마음에 들었다. 남들이 다 누리는 일상의 행복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정인의 혜정의 집에서 그 그림을 보고, 언니가 그 그림을 보는 정인의 뒷모습을 본다. 복수가 진행되면서 ‘이걸 이겨내면 널 살 수 있다’며 그 그림을 선물한다. 엔딩 장면에서 차를 타고 갈 때 뒷좌석에 그 그림이 조금 보인다. 이들의 표정은 아주 만족하는, 행복을 찾은 것은 아닌 듯하다. 씁쓸하고 불안해 보인다. 소소한 행복을 바라는 두 여자의 인생을 좀 기원해주는 느낌을 주고 싶다.”
Q. 밤낚시는 위험하지 않나? 저수지 낚시 신에 대해.
▶하명미 감독: "밤낚시를 왜 갈까. 아름다운 달빛을 본다든지, 저수지의 별을 보러 간다든지. 자신이 좋아하는 낚시를 하기에는 여자에겐 어려운 일이다. 남자에게도 무서울 것이다. 언니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가는 사람으로 그리고 싶었다. 분노의 표현이다. '왜 나는 안 돼?‘ ’난 가서 밤낚시하고 싶어‘, ’나는 가서 별을 볼 거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거야' 그런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근데 역시나 위험한 곳이었고 나쁜 사람의 표적이 된다. 거기서 안 좋은 일을 당할 뻔 한다. 조용히 달밤의 풍경을 느끼다 오고 싶었을 뿐이데. 그것에 대한 서글픈 얼굴이 담겨야 했다. 폭력적인 장면이 아니라 혜정이에게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세상을 담고 싶었다. 살인을 저지르기 전에 달빛을 보는 표정이 중요했다. 혜나 배우는 현장에서 어떤 표정 지어야하는지 물었다. 독하게? 아니면 무서워 떨어야하는지. 그때 제가 준 단어는 서글픔이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또 일어나나.’ 그런 얼굴이었으면 좋겠다. 다부진 모습으로 칼을 쥐는 장면에서 끝날 것이라고 디렉션 했다.“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
Q. 선물이라고 준 게 총이랑 하얀 잠옷인데. 그 옷 입는 이유가 잇나..
▶하명미 감독: ”언니도 드라마틱한 인물이다. 정인에게 이야기 할 때는 ‘우리가 하는 일은 정당한 일이고, 의식 같은 일’이라고 할 것이다. 성스럽고 순수한 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그래서 하얀 옷을 선물하는 것이다. 영화적으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두 캐릭터가 소녀였을 때, 순수하고 행복을 꿈꾸던 시절을 관객들이 떠올렸으면 좋겠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지금 그녀들은 어린 시절에 입었을 잠옷을 입고, 총을 어설프게 쥐고, 무섭지만 총구를 겨눠야한다. 그런 모습들이 장르적으로 보였으면 좋겠다. 제가 심어놓은 메타포들을 관객들이 생각하며 그 텍스트를 읽고, 궁금했으면 좋겠다.“
Q. 그런데 두 사람이 저수지에 피크닉을 간다. 혜정이 그런 저수지에서 수영복 차림이다. 그런 곳에서 수영을 한다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
▶하명미 감독: ”그 장면에서부터 언니의 플랜이 시작된다. 자기가 저지른 살인에 대한 것을 보여주려는 계획이 다 포함된 것이다. 수영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죽인) 그 시체가 가라앉아 있음에도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대담함을 보여준다. 몽타쥬 신에서 잠깐 나오는데 낚시터에서 둘이 앉아 낚시 하는 것도 무서운 것이다. 이런 게 사람들이 나중에 생각해 보고 무서웠으면 좋겠다. 그런 캐릭터이다. 혜정은 그 장면에서 자기 이야기를 한다. 두 번 결혼하고, 남편이 죽더라고. 그러면서 차 트렁크에서 삼각대를 갖다달라고 한다. 목걸이를 보이게 하고선. ‘너도 알고 있지? 뭔가 생각한 게 있지?’ ‘너가 생각한 게 맞아!’라는 뉘앙스를 주려고 했다. 원작에서도 그런 뉘앙스를 주는 게 있다. 언니가 무섭고 써늘하게 나온다. 그런 레이어들로 뉘앙스를 풍기고 싶었다.“
Q. 시골사람의 폐쇄성이나, 폭력성을 다루면서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가 베트남출신으로 시골에 온 ‘흐엉’같다. 아주 통쾌한 말도 하고.
▶하명미 감독: “그 역할은 김강은 배우가 맡았다. (부천상영 때) 관객들이 그렇게 웃을 줄 몰랐다. 코미디 시나리오를 오래 썼던 사람으로 그 캐릭터는 조금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빌드업을 해놓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많이들 웃을 줄 몰랐다. ‘흐엉’ 캐릭터는 원작에는 나오지 않는다. 물론 이주한 여성이 살고 있는 마을 정도로 묘사된다. 시나리오 작업하면서 마을에 최약체가 정인만이 있는 게 아니란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존하고 있는 약체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게 흐엉이었다. 흐엉은 한국말을 잘 하지만 자기에게 유리하게 반응한다.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불리할 때는 ‘뭐라고?’하며 못 알아듣는 척 한다.”
하명미 감독
Q. 제작사 차리기 전에 시나리오 작가를 오래 했다. 원래 영화감독이 꿈이었는지.
▶하명미 감독: “초3때부터 그랬다. 영화 일만 했다. 아버지가 피카디리 극장에서 일하셨다. 매일 날씨 보면서 ‘오늘 줄이 어디까지 설까’하셨다. 아버지가 영화를 많이 보여주셨다. <킹콩>을 제일 좋아했다.(1976년 존 길라민 감독의 <킹콩>) ‘저런 것은 영화감독이 만드는 거야’라고 말해주셨고, ‘그럼, 전 영화감독 할래요‘라고 했단다. 그때부터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 아버지가 ’스크린쿼터는 이런 거야‘라는 것도 알려주셨고, UPI직배 시위때도 데려가고 그랬다. 또 기억나는 것은 피카디리에서 영화 상영 끝나면 필름을 자전거에 실고 할리우드극장으로 나르는 것도 따라다니고 그랬다.” (와우, 정말 시네마천국이네요!) “어렸을 때부터 영화 좋아했고, 대본도 쓰고 그랬다. <비 오는 날의 수채화> 만든 곽재용 감독에게 내가 초등학교 때 쓴 <돈돈센터>란 걸 보여주기고 했단다. 그렇게 영화감독 데려고 했는데 이제 연출을 하게 된 것이다. 장편 데뷔작이지만, 단편영화는 계속 만들었었다. 20대 후반, 30대 초반 때에는 여성감독이 데뷔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연출부 라인을 잘 타야 되는 것도 있었다.”
“첫 단편이 2001년 <날씨와 생활>이란 작품이었다. 영진위 지원받은 작품인데 그때 한국영화아카데미 16기분들이랑 찍었다. <검은집>의 신태라 감독, <1991,봄>의 권경원 감독이 날 많이 도와주었다. 그게 인연이 되어 그 분들이 제게 기회를 주셨다. 각본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위험한 상견례> 각본가로 시나리오 작가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원래 그 전에 문승욱 감독의 <로망스> 연출부 스크립터로 들어갔었다. 시나리오 잘 쓸 것 같다며 내게 각본을 맡긴 것이다. 그 후 작가 계약 맺고, <위험한 상견례>할 수 있었다. CJ에서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했다. 물론, 영화화되지 못한 무수한 기회가 있었다. 개발비, 작가비를 받은 것도 있고, 잔금 못 받은 것도 있고, 제대로 못 받은 것도 있다. 다른 작가들에 비하면 운이 좋은 편이다. 상업적인 작품의 경우 코미디 부분만 좀 손봐주기도 했다. 작은 돈을 받기도 하고, 큰돈을 받기도 했다.”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
Q. 정인과 혜정의 집이 같은 곳에 있는 게 아니었다는데. 왜 한 곳에 세트 짓는 것이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지 않나?
▶하명미 감독: ”세트 지으면 너무 좋죠. 그런데 그게 비용이 더 든다. 이 영화 찍을 때 세트장 예약이 꽉 차서 잡을 수도 없었다. 예산상 로케이션 찾아서 컨셉을 유지해야 했다. 어떻게 하지? CG로 합성할 수밖에 없었다. 정인의 집은 파주, 혜정 집은 양평, 그 둘 사이를 오가는 샛길은 잘 연구해서 그려 넣었다. CG로 잘 합성해서 관객들이 눈치채지 못한다. CG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 세상에 없는 공간을 만들어 내거나,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을 좋아한다. 저에겐 골치 아픈 게 아니라 재밌다. 영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테크닉 같다. 단편 <도르래> 작품 하면서 CG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영진위에서 진행하는 CG워크샵도 참여하고, CG관계자와 교류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 그런 작업을 앞으로도 많이 하고 싶다.“
Q. 한국형 <델마와 루이스>라는 평가.
▶하명미 감독: “관객분들이 이 작품을 두고 한국형 <델마와 루이스>라 말씀해주셔서 저한테도 와닿는게 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다. 명작이다. 두 여성들하고 공감하고, 그들에게 삶의 연민을 가지고 응원해 주는 여성복수극이라고 생각하는데, 저의 영화도 그런 선상에서 봐주신다면 창작자로서 너무 기쁜 일이다. 30일 개봉하는데, 두 주인공의 삶에 같이 공감해 주시면서 봐주셨으면 한다. 통쾌한 복수보다는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장르영화로 본다면 재밌을 것이다. 킬러 복수극이 너무 판타스틱한 게 많다. 땅에 발붙이지 않은 사람이 나오는 것 보고 카타르시스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의 영화에서는 현실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엔딩도. 이 사람들은 죄의식도 있을 것이고 불안함도 있을 것 같다. 그럼ㅇ0ㅔ도 불구하고, 내 행복을 위해서 생존하기 위한 욕망도 느껴졌음 한다. 복잡 미묘한 얼굴이 ’너무 행복해‘ 같이 1차적인 감정으로 읽혀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이서, 김혜나, 우지현 등이 출연하는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은 오늘(30일) 개봉한다.
[사진=트리플픽쳐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