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4일) 밤10시, KBS 1TV ‘KBS스페셜’에서는 지난 27일 방송예정이었다가 특집프로그램 긴급편성으로 방송이 연기된 <마이크로 사파리 집>이 시청자를 찾아간다.
<마이크로 사파리 집>은 곤충의 눈높이, 풀꽃의 시선에서 우리가 사는 공간의 소중함과 자연이 맺어준 치밀하고 놀라운 인과관계를 보여준다.
누가 노간주나무와 고욤나무 씨앗을 뿌렸을까, 산국의 꽃가루는 어떻게 큰멋쟁이나비에게 전달되는가, 밑들이벌과 청벌의 기상천외한 기생은 놀랍지 아니한가? 미생의 삶들이 어떻게 마이크로 코스모스를 이루며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씨앗의 여행, 누가 씨앗을 퍼뜨리는가?
사계가 펼쳐지는 무대는 경기도 파주 다미네 집이다.
옹달샘 옆 노간주나무, 황여새 홍여새 무리가 목욕하고 씨앗을 배설해 이제는 9살이 됐다. 심지도 않은 고욤나무, 산수유, 담쟁이덩굴이 자라는 것도 새들과의 인연 때문이다. 뒤뜰 제비꽃과 깽깽이풀 열매가 터지면 개미가 씨앗 심부름꾼 노릇을 한다. 새와 곤충이 일구는 작은 숲은 어떤 모습일까?
고목을 쌓고 구멍을 뚫어 만든 곤충 호텔은 늘 공사중이다. 집 짓는 재료도 다양하다. 왕가위벌은 송진, 조롱박벌은 지푸라기, 감탕벌은 진흙, 가위벌은 잎사귀를 이용해 산란방을 만든다. 습도 유지, 천적 방어를 위한 어미의 선택이다. 산란이 있으면 기생이 뒤따른다. 소름끼치는 기생의 현장, 자연의 오묘한 진화와 생존의, 틈새를 엿본다.
담쟁이의 1년, 발아에서 낙엽까지
삶은 흔적을 남긴다. 직박구리는 담쟁이 과즙만 먹고 소화되지 않은 씨앗은 똥으로 배설하는데,봄이 되자 여기저기서 떡잎을 드러낸다. 담쟁이는 홀로 서지 못한다. 흡반을 움직여 벽에 붙고, 초록의 덮개가 돼 집을 감싼다. 담쟁이 꽃은 수술 5개, 암술 1개다. 작지만 어머어마한 개수로 꿀벌을 불러들인다. 무성해진 잎은 박각시 애벌레가 갉아먹고, 호리병벌과 사마귀는 그 벽에 알집을 남긴다. 낙엽 진 담쟁이 벽에는 지난 1년 어미가 남긴 삶의 의지들이 곳곳에 붙어있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