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8월부터 10월까지 방송되며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던 주원, 문채원 주연의 KBS 2TV 수목드라마 <굿닥터>(극본:박재범 연출:기민수 김진우)는 한국 TV에서 끝났다고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 뒷이야기도 훈훈하다. 이 작품은 미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이어 일본에서도 리메이크되었다. 외국 드라마를 가져와서 한국 실정에 맞게 리메이크 시키는 것이 일반적인데, 거꾸로 한국드라마가 외국에 팔려 그곳 실정에 맞게 다시 만들어진 것이다. 게다가 미드 ‘굿닥터’도, 일드 ‘굿닥터’도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굿닥터’의 해외진출 사례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의 관찰담이 책으로 나왔다. 현재 KBS방송문화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 유건식 연구원이 쓴 책 <한국 방송콘텐츠의 미래를 열다>(푸른사상)이다. 부제로 ‘굿닥터 미국 리메이크의 도전과 성공’이 붙어있다.
유건식 연구원은 KBS 드라마국 비즈니스 매니저(BM)로 있을 때부터 KBS 드라마의 다양한 BM(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했고, KBS아메리카 사장으로 있을 때는 ‘굿닥터’가 미국 제작진에 의해 리메이크 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 경험담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한류드라마 수출 노하우와 그 한계, 그 돌파 비책을 책으로 엮어냈다. 유건식 연구원은 KBS의 BM으로 현장경험을 쌓은 뒤 UCLA에서 ‘프로듀싱’과 ‘엔터테이먼트 비즈니스 매지니먼트’를 공부했다. 그리고 2013년 <미드와 한드, 무엇이 다른가>라는 책을 내놓기도 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한국 TV방송사의 드라마제작 속사정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미국 방송사의 드라마 제작환경과 비즈니스 과정을 직접 겪어본지라 책의 무게감이 남다르다. 현장에서 보고, 자료를 모으고, 직접 관계자의 이야기를 엮어 완성된 책인 만큼 허투루 읽을 수가 없다.
저자는 미국드라마시장과 방송환경 변화를 소개한다. 그리고, <굿닥터>의 피칭과정부터 하나하나 소개한다. 미국에서 프로덕션 관계자들을 상대로 드라마를 소개하고, 셀링 포인트를 마케팅하는 것이다. 피칭을 하면서 쇼핑계약을 맺고, 이어 스튜디오가 정해지면 옵션계약을 진행한다. <굿닥터>는 처음 CBS와 1차옵션계약을 체결했다가 한 차례 좌절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ABC와 계약을 맺게 된다. 방송 시즌이 확정되면 파일럿 제작에 착수한다. 계약에서 캐스팅과 촬영과정, 실제 방송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흥미롭게 소개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실제 미국 방송사에서 드라마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지를 소개한다. 수많은 기획서, 피칭 프로그램, 파일럿, 그리고 방송, 방송 초반에 중단되는 것. 한 시즌을 끝내고, 다음 시즌을 이어간다는 것은 정말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이다.
미드와 관련하여 흔히 100% 사전제작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복잡하다. 모든 계약이 끝나고도, ‘굿닥터’ 미국판은 13회 시즌의 전반부만 방송사로부터 오더를 받았다.
‘굿닥터’는 2017년 9월 25일(월) 밤 10시에 첫 회가 방송되었다. 시청률은 2.2%, 시청자수는 1121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이어 10월 2일 방송된 2회는 시청률이 2.4%로 증가했다. ABC는 당초 13회 예정이었던 ‘시즌1’을 5회 연장하기로 하고 18회 제작을 발표한다. 18회가 된 것은 주인공 프레디 하이모어가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를 원하며 18회 출연을 계약했기 때문이라고.
‘굿닥터’는 평균시청률 1.79%, 평균시청자 수 977만 명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프로그램에 비해 거의 2배의 시청률을 올렸고, ABC 방송사로서는 2017/2018 신규드라마 중 시청률 1위였다. ABC는 올 3월, ‘굿닥터’ 시즌2 제작을 발표했다. 그리고 시즌2 첫 번 째 에피소드가 지난 24일 첫 회가 방송되었다. (이번 책자에서는 일본에서의 리메이크 이야기는 간단히 서술된다.)
저자는 ‘굿닥터’의 미국 리메이크 과정을 살펴보면서 미국 드라마시장의 특성을 조심스레 소개한다. 미국은 이야기의 확장성을 중시한다. 우리에겐 ‘굿닥터’가 시즌1로 끝나는 미니시리즈이지만, 미국에서는 인기(시청률)에 따라 끝도 없이 시즌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한국판은 소아과가 배경이었지만, 미드는 일반외과로 병동이 바뀐다.(아역을 데리고 촬영하는 현실적 어려움도 고려되었단다)
저자는 ‘굿닥터’의 성공사례 뿐만 아니라 미국시장에서의 한국드라마 생존방식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중남미시장 진출 과정이 흥미롭다. 저자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콰테말라, 온두라스 등 중남미 국가의 드라마시장과 한국드라마의 진입가능성에 대해 현실적인 고찰을 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텔레노벨라’ 서사의 장대함을 염두에 둔다면 한국드라마의 최대약점은 이야기가 짧다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 책에는 ‘굿닥터’ 성공담과 ‘중남미 시장개척기’와 함께 흥미로운 읽을거리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미국(교포)시장을 상대로 한 프로그램 비디오사업의 흥망성쇠와 콘텐츠 비즈니스, 그리고 넷플릭스 등 발흥하는 OTT시장까지 과거와 현재를 꾹꾹 눌러담았다. 이제 미래를 준비할 시간일 듯.
저자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와 못 다 이룬 꿈을 다듬고 있다. 그리고, ‘넷플릭스’를 다룬 책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 결과물이 기대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