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4일 개막하는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25주년을 맞이하여 다채로운 특별전을 개최한다.
‘25주년 특별전 RE:Discover’는 영화제 25주년을 맞이하여 RE:Discover를 키워드로 여성영화제와 여성영화사를 돌아보고 여성영화 걸작들을 재발견, 재조명하는 특별전이다. 이 섹션에서는 설문을 통해 조사한 영화 창작자와 영화제 관계자 등이 꼽은 최고의 여성영화를 포함해, 지난 여성영화제를 통해 소개되어 온 작품 또는 여성 영화인들에게 영감을 준 여성영화 7편을 선정했다.
2022년 『사이트 앤 사운드』 최고의 영화 설문에서 1위에 올라 다시 주목받고 있는 샹탈 아커만의 〈잔느 딜망〉(1975)과 혁명 이후의 근미래 사회에서도 여전한 차별과 폭력에 맞서는 여성들의 투쟁을 담은 리지 보든의 〈불꽃 속에 태어나서〉(1983)는 각각 70년대와 80년대 페미니즘 영화의 역작들이다. 사회적 통념상 인정받기 어려운 사랑에 빠진 중년 여성의 심리를 세심하게 담아낸 아녜스 바르다의 〈아무도 모르게〉(1988), 평등과 존중을 토대로 한 이상적인 모계 중심의 공동체를 구현한 마를레인 호리스의 〈안토니아스 라인〉(1995), 개막작 〈쇼잉 업〉 감독 켈리 라이카트의 작품으로 서부극 양식을 여성서사로 재구성한 〈믹의 지름길〉(2010)도 이 특별전에서 상영된다.
아시아 작품으로는 최근 복원돼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상영되는 대만 감독 리메이미의 〈미혼모들〉(1980), 사람 사이의 관계와 욕망, 권력에 대한 심층 탐색이 돋보이는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2002)에 이르기까지, 이번 특별전은 전 세계의 관객들에게 영감을 준 여성영화 거장들의 클래식들을 다시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예술가들의 삶과 초상을 담은 신작 중심 주제 특별전
다음으로, 문학,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예술 창작을 통해 세상을 향한 ‘발화’를 이어가는 여성들의 삶과 작품세계, 이를 재현하는 여성 영화 창작자들의 시선과 미학적 시도를 돌아보는 신작 중심 주제 특별전 ‘예술하는 여자들, 외침과 속삭임’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 예술가들의 삶과 초상을 담은 작품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예술 창작자로서의 활동과 여성으로서의 일상이 교차되는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는 가부장적 체제와 문화 안에서 여성들이 겪게 되는 개인적, 사회적 굴곡을 극적으로 드러내곤 한다.
대표적으로 80년대 미국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생생하게 포착한 사진작가 낸 골딘의 예술세계부터 마약성 진통제 유통에 반대하는 현재의 투쟁까지를 조명한 작품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가 있다. 또한 프랑스 화가 아폴로니아 소콜이 자전적이면서 여성주의적인 작품세계로 주목받기까지의 고군분투를 13년에 걸쳐 담아낸 작품으로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장편 경쟁 대상을 수상한 <아폴로니아, 아폴로니아>,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앞장서온 미국의 전설적인 포크록 듀오 인디고 걸스의 음악과 액티비즘을 다룬 〈어쨌든 인생일 뿐〉, 〈피아노〉로 여성감독 최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란 역사를 써낸 제인 캠피온의 영화 세계를 집중 탐구하는 〈제인 캠피온, 시네마 우먼〉이 국내 첫 공개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 가족의 70년대 홈비디오 영상을 재구성해 당대 개인과 사회의 역사를 드러내는 〈슈퍼 에이트 시절〉,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쿠바의 전설적인 여성 뮤지션 ‘마피파’의 궤적을 찾아가는 〈마피파〉, 한국 작품 〈수궁〉 등에 이르기까지, 이번 특별전에서는 9편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여성 예술가들의 삶의 굴곡을 극적인 요소로만 소비하거나 매력적인 소재 또는 대상으로서 타자화하는 방식을 넘어서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재현하고자 하는 여성 창작자들의 시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도, 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는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 박남옥 감독의 탄생 100주년을 계기로 박남옥의 <미망인>(1955), 홍은원의 <여판사>(1962) 등 한국 여성감독 1세대의 영화적 유산과 당대 여성영화 개척사를 돌아보는 특별전인 ‘박남옥 탄생 100주년: 여성감독 1세대 탐구’, 2023년 타계한 윤정희 배우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야행>(1977)과 유작 <시>(2010) 상영과 함께 시대적 전형성을 넘어 다채로운 여성상을 연기해 온 고인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배우 윤정희 추모 상영’도 마련한다.
‘25주년 특별전 RE:Discover’, ‘예술하는 여자들, 외침과 속삭임’, ‘박남옥 탄생 100주년: 여성감독 1세대 탐구’, ‘배우 윤정희 추모 상영’ 등 다채로운 특별전과 함께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오는 8월 24일(목)부터 8월 30일(수)까지 총 7일간,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개최된다.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