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추석 시즌에 개봉하여 1230만 관객을 불러 모았던 흥행대작 <광해, 왕이 된 남자>(추창민 감독)는 ‘조선왕조실록’에 나온 한 줄의 기록에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었다.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문장은 단 한 줄, “傳敎曰曰 可諱之事 勿出朝報 (숨겨야 할 일들은 조보에 내지 말라고 전교하다/ 광해 8년 2월 28일자)였다. 작가의 상상력은 이 한 줄의 어명에서 한 편의 근사한 시나리오 뽑아낸 것이다.
올 추석에도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아낸 한 줄이 미스터리로 완성된 영화가 영화 팬을 찾는다. 이번에는 중종 때이다. 승정원이 아뢴 내용이다. “"간밤에..떠들썩했다. 생기기는 삽살개 같고 크기는 망아지 같은 것이 취라치(吹螺赤) 방에서 나와 서명문(西明門)으로 향해 달아났다... 모두들 놀라 고함을 질렀다. 취라치 방에는 비린내가 풍기고 있었다. 괴탄(怪誕)한 일이니 취신(取信)할 것이 못된다.” (중종 22년 6월 17일자)
그 괴물이 대형 스크린에서 부활한다. 추석을 맞아 12일 개봉하는 영화 <물괴>(허종호 감독)이다. '물괴'는 중종 22년, 역병을 품은 괴이한 짐승 물괴가 나타나 공포에 휩싸인 조선,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이들의 사투를 그린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주연배우 김명민을 만나 ‘물괴’와 한국 크리처물의 가능성에 대해 물어봤다.
‘크리쳐 무비’는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에서 시작하여, ‘고질라’, ‘에일리언’, ‘프레데터’ 등 다양한 모습으로 영화 팬들을 자극시킨다. 우리나라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장르이다.
김명민은 “‘물괴’를 통해 충무로에도 크리쳐 무비가 자리를 잡으면 좋겠다. 장르의 다양성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 ‘물괴’가 그 디딤돌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김명민의 사극하면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떠오른다. “장르는 안 가린다. 공포, 크리쳐물 등 다 좋아한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갱년기라 그런지 달달한 것도 좋아한다. 잔잔한 로맨스를 보면 눈물이 나기도 한다.”
물괴에서는 조선괴물 ‘물괴’에 맞서 김명민, 혜리, 김인권, 최우식이 힘을 합쳐 싸운다. 네 사람의 케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최고의 멤버였다. 네 명이 완벽하게 하나의 호흡을 보여준다. ‘물괴’를 대면했을 때 누구 하나 튀는 연기를 해서는 안 된다. 적이 눈앞에 있을 때는 각자의 상상력과 표현방식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너무 다르면, 하나로 합쳤을 때 몰입도가 떨어진다. 우리 네 배우는 상대방의 얼굴을 봤을 때 서로가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있었다. 그게 서로의 연기에 플러스가 되었다. 너무 좋았다.”고 대만족감을 표시했다.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에서 충무로 일급배우들은 허공에 손짓발짓을 하는 연기가 민망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작품에서는 김명민도 허공에 대고 ‘물괴’와 씨름해야했다. ‘물괴’의 형상은 촬영을 다 마치고 CG로 구현해야했기 때문. “촬영 전에 CG팀이 준 프리 비주얼 영상과 퍼핏 형태의 움직임을 보고, 그거에 맞춰서 연기를 했다. 대충 어떤 몸집을 가졌다는 건 알지만, 디테일한 모습은 몰랐다. 찍을 때는 물괴의 형상이 삽살개로 나올지, 해태 모양이 될지 전혀 몰랐다. 어느 정도 공포심을 보여줘야 할지 어느 정도 리액션을 해야 할지 좀 답답했다.”
영화를 보고 나니 ‘물괴’의 형상이 만족스러웠나?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 혐오스럽고 무섭게 나왔다. 촬영 때 이 모습을 봤더라면 공포감이 더 했을 것 같다. 뒤에서 뭔가 쫓아오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유치원에 다닐 적 강아지에 쫓긴 적이 있었기에..”라고 덧붙였다.
김명민에게 액션은 힘들지 않았는지. “전혀. 아직은 멀쩡하다. (리암) 니슨과 톰 (크루즈) 형도 잘하잖은가. 난 액션배우는 아니지만 그런 것들이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란 걸 잘 안다. 하루하루 쌓이면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내공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고 액션연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조선명탐정’의 오달수에 이어 ‘물괴’에서는 김인권과 최고의 케미를 보여준다. “인권이는 열정과 에너지가 대단한 배우다. 그의 전작을 거의 다 봤다.” (‘전국노래자랑’, ‘방가?방가!’까지 언급했다!) “배우들은 결과만 가지고 보고 그 과정에 대해선 잘 모른다. 그런데 저 배우가 저 모습이 되기까지 걸어온, 연기한 길을, 그 과정을 알겠더라.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배우로서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 ‘물괴’에서 ‘물괴’가 처치되는지, ‘물괴 퇴치 4용사’는 다들 살아남았는지는 비밀이다. 하지만, ‘에일리언’처럼, ‘조선명탐정’처럼 시리즈로서의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김명민의 생각은 어떨까. “원래 2편을 생각하고 찍지는 않았다.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했다. ‘물괴’의 결말은 고민 끝에 나온 것이다.”고 말한다.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충무로에서는 근래 보기 드물게 많은 한국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흥행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물어보았다. “같은 시기에 개봉되는 한국영화들이 많죠. 근데 모든 작품을 다 보셨으면 좋겠다. 많은 관객들이 극장에 오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르도 다르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추석이 됐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부녀지간으로 연기호흡을 맞춘 ‘걸그룹 출신’의 배우 이혜리의 연기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혜리는 연기를 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되어 있더라. ‘물괴’를 통해 많은 분들이 혜리를 배우로서 좋게 평가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KBS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을 통해 시청자를 찾았던 김명민은 영화 ‘물괴’에 이어 올 겨울 새 영화 ‘장사리 9.15’(가제)의 촬영에 들어간다. “TV드라마는 2년에 한 작품 정도 하면 괜찮지 않나 싶다. 드라마를 하면 체력이 정말 급소진된다. 그래도 드라마는 계속 할 것이다.” 김명민, 김인권, 이혜리, 박성웅, 박희순, 최우식이 출연하는 영화 ‘물괴’는 12일 개봉한다. 15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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