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이 오늘(2일) 개봉하는 영화 <비공식작전>에서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택시를 모는 판수로 변신한다. [비공식작전]은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모두가 흥이 나있던 시절에 베이루트 한국대사관 공관 앞에서 순식간에 정체불명의 무장단체에게 납치당한 한국외교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 외교관을 구하기 위해 ‘안기부’(국정원 전신)가 아니라 외교부 5급 사무관 민준(하정우)이 베이루트로 날아가고, 그곳에 있는 유일한 한국인 판수를 만나 위험천만한 ‘비공식 인질구출 작전’을 펼치게 된다. <끝까지 간다>와 <터널>, 그리고 넷플릭스 <킹덤>을 연출했던 김성훈 감독이 액션과 유머를 결합한 유쾌한 버디 무비를 완성시킨다. 개봉을 앞두고 주지훈 배우를 만나 모로코에서 찍은 ‘베이루트 액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1980년대, 베이루트에서 택시를 모는 한국인 판수를 연기했다.
▶주지훈: “감독님 디렉션을 들을 때 어지간한 것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랄 때 제 주위에 독특하고, 재밌는 성향, 비상한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 모양이다. 어떠한 캐릭터 설명을 듣더라도 ‘누가 저래?’ 하는 것이 없다. 감독님 연출의도와 관객 생각과 달랐을 때는 왜 저렇게 나왔을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Q. 여름 한국 기대작품 중 [밀수]에 이어 관객과 만난다. 소감은?
▶주지훈: “긴장되죠. 이전에 다 같이 작업한 사람들이니. 이번 여름극장가는 코로나 이후 처음 맞는 것이니 한국영화인으로서 조금 더 힘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전엔 다른 경쟁작품 이겨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다면 이번엔 모든 작품이 감동을 선사했으면 하는, 그래서 전체 영화가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부담은?) “이번에 개봉되는 작품 중 안 좋은 작품은 없다. 영화는 오랜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짧게는 2~3년, 어떤 영화는 4~5년. 그 사이에 코로나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경기가 좋다면 진지한 이야기도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일 것이지만. 관객들의 호불호에 맞기를 바랄 수밖에. 늘 긴장된다.”
Q. 영화를 보고나니 어떤가. 자부심이 느껴지는지.
▶주지훈: “김성훈 감독에 대한 자부심은 확실히 있다. 카체이싱 장면은 정말 김성훈 감독의 연출의 끝이다. 배우들은 사실 한 게 없다. 차의 속도감을 기술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없다. 배우 입자에서는 (하)정우 형이나 나나 특수효과를 기대하거나 무장세력에게 반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액션적인 쾌감을, 1차적으로 배우를 통해 보여줄 수는 없다. 제작진의 노고가 절대적이다. 3개월 동안, 3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20회차 정도 찍었는데 얼마나 정교한 작업이었겠는가. 사실 ‘판수와 민준, 인질범에 쫓긴다’ 이 한 줄을 위해 모든 것이 달린다. 감독님 연출의 미학이 대단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난 앞에서 운전하는데 뒷자리에 탄 사람은 죽을 지경이었을 것이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데, 뒤에 탄 정우형에게 미안할 뿐이다.”
Q. 김판수는 어떤 인물인가.
▶주지훈: “판수는 극적인 인물이다. 기본적으로는 대사로 처리된다. 월남전 갔다 와서 한국에서 이런저런 일을 했고, 중동 붐이 일면서 레바논까지 흘러들어온 사람이다. 지금도 그곳에선 동양인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곳에서 터를 잡고 호객행위를 해야 하는 인물이다. 눈에 띄어야하니 외관이 화려하다. 그 나라 색채와는 조금은 다른 듯하지만, 녹아든 것 같아야한다. 한국으로 치자면 삼청동, 한국 전통찻집 앞에서 아시아인이 아닌 사람들이 한복 입고, 갓 쓰고, 판소리하면서 호객행위하고 있는 셈이다. 얼마나 절실하면. 얼굴이 두꺼워야할 것 같다. 그런 이미지를 구현했다. 촬영을 모로코에서 했는데, 그곳에서 헬스하면서 몸을, 체형을 키웠다. 인생의 굴곡이 많은 친구답게 보이려고 애썼다.”
Q. 주지훈 배우는 연출자 디렉션이 꼼꼼한 게 좋은가, 아님 배우의 해석여지가 넓은 게 좋은가.
▶주지훈: “아무래도 자유도가 있는 게 좋다. 사고 자체가 열려있으니. 좀 더 재밌는 것을 해보고 싶다. 그런데 이상한 아이디어 냈는데 현장에서 '공부 좀 안 해 왔구나.'이런 눈빛을 보낸다면 ‘그냥 한번 해봤어’하면 되니까.”
Q. 이번에도 모로코에서 요리를 많이 했는지.
▶주지훈: “요리는 예전만큼 안한다. 언젠가부터 단맛 짠맛에 대한 강박이 생기더라. 김치찌개 한 숟갈 넣어야하는데 반 스푼 넣게 된다. 그런 고충이 있다. 예전에 요리 잘했다. 남자 서넛 모이면 항상 대용량 하던 게 익숙했는데 요즘은 나 혼자, 혹은 놀려온 한 사람 요리를 하게 되니 그 때의 맛이 안 나는 모양이다.” (모로코 식재료는?) “사람들 체형만큼 다르다. 대파는 질겼다. 감자도 그렇고. 아, 애호박이 비슷했다. 그래서 칼국수 많이 해먹었다.”
Q. 판수에 대해 어떤 식으로 접근했나.
▶주지훈: “나의 선의가 다른 사람에겐 아닐 수 있잖은가. 다단계 좋다고 다른 사람에게 막 추천하는 사람들처럼. 판수 캐릭터가 아마 그런 식으로 많은 피해를 줬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도망쳐 거기까지 갔을 것이다. 물론, 이건 우리끼리 이야기한 것이고, 영화에선 그런 것 드러낼 이유도 없다.”
Q. 로케이션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은?
▶주지훈: “그래도 카체이싱 찍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장에 사람들이 나와 있고, 현수막이 걸려있는 풍광. 그렇게 세팅한 게 기억에 남는다. 규모가 컸다. 그리고 아프리카라고 해서 반바지에 반팔 티만 가져갔는데 너무 추웠다. 라디에이터 구해 침실에 뒀다. 숙소에서 보면 저 쪽으로 스페인 땅이 보였다. 아, 그리고 피자헛이 너무 맛있었다. 이틀 연속 갔었다.”
Q. 김성훈 감독을 다시 만나보니 디렉팅 스타일에 변화가 있었나.
▶주지훈: “늘 똑 같다. 내가 존경하는 감독이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감독을 하다보면 스태프나 배우들에게서 원망 섞인 시선을 받을 수도 있잖은가. 그런데 한 치의 빈틈도 안 보이신다. 한국 와서 한 번 여쭤봤다. 감독님이 조심스레 이야기하셨다. 사실 자기는 첫 작품이 잘 안 되어 7년의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고. 실제 영화가 자신에겐 아이 같다고 하더라.
내 눈에 무언가가 실수하면 무언가 있으면. 그래도 돼 하고 내보내지 못하겠더라. 그 말이 와 닿았다. 김성훈 감독님은 지방에 가든, 해외에 가든 제작팀에게 요구하는 게 하나밖에 없다. 책상 하나만은 방에 꼭 넣어달라는 것이다. 내가 아는 감독 중 최고 수준이다. 어떠한 어려운 요구를 하여도 밉지가 않다. 감독님은 항상 예쁜 단어와 예쁜 문법을 사용해서 부탁한다. ”제가 무슨 씬 찍어야하는데, 날도 더운데 고생이시죠. 제가 부탁 좀 드릴게요“ 세 번째 작품 찍는데 매번, 항상 그렇다. 참 힘든 요구를 많이 하시는 분이지만 마음 속에 털끝만큼의 불만도 없다. 같이 작업하면 즐거워요.”
Q. 하정우 배우와의 작업은 어땠나.
▶주지훈: “물론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도 둘다 프로페셔널이다. 준비를 하는 과정이나, 연기를 함에 있어서 스타일이 다르다. 그런데 정우 형이랑은 잘 맞다. ‘아 하면 어’가 나오는 정도이다. 표현하는 게 어려운 부분이 있어 고민할 때 형이랑 리허설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둘이선 리허설은 드라이하게 하는 편이다. 빡빡하게 하는 법이 없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과정에서 나온 게 몇 있다.”
Q. 그래도 감독이랑,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과 의견차이가 생길 경우는?
▶주지훈: “그 자리에서 푸는 게 아니라 눈치를 본다. 서로 너무 신뢰하니까. 셋이 다르면, 자기가 생각한 것을 툭 던져본다. 그래도 그들이 생각이 확고하면. ‘일단 해봐요. 한 번 더 찍어볼까요’ 식으로 편하게 넘긴다. 이번 작품에서도 감탄한 장면이 많다. 처음 정우 형이 내 택시에 탈 때 장면은 현장에서 나온 것이다. 내가 ‘빨리 나와요‘ 하는 대사를 해야 하는데 벌써 들어가 버린 것이다. 그런데, 정우 형은 부드럽게 그냥 넘어가는 것이었다. 형이랑 일하면 그런 것들 배운다. 여유 있는 대처법을.”
Q. 이번에 모로코에서 꽤 긴 시간 촬영을 했다.
▶주지훈: “해외에 오래 있으면 전우애 같은 게 생긴다. 집을 3개월 이상 비워본 일이 없다. 그런데 이번엔 각자 맡아서 요리한다. 음식 준비할 때부터 나눠줄 생각을 하고 한다. 한식집도 없고, 김치가 없어 정말 패닉이 왔다. 미친 사람처럼 한식을 먹게 되더라. 한국에 돌아와서도. 정서적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온전히 쉬는 것 같았다. 숙소에 마련된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랑 운동하고, 밥 먹고, 마트 가고, 시장가고, 돌아와서 헬스장. 저녁엔 재료손질, 요리, 식사 식으로 루틴하게. 평온함이 있었다.”
Q. 하정우와 배역을 바꿔서 했더라도 재밌을 것 같다.
▶주지훈: “글쎄요. 생각 안 해봤는데. 각자의 장단점이 있으니. 정우 형이 하는 처연하면서도, 위트 있는 표정연기를 내가 할 수 있을까. 그건 하정우여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노력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정우 배우가 판수 역을 했다면 저보다 쪼금 더 사랑스럽지 않을까. 현실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켰을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내가 동생이었어요’ 대사 할 때는 웃기겠다.”
Q. 모로코 로케이션 때 특별한 경험이 있는지.
▶주지훈: “탕헤르는 그 나라 사람들의 대표적 관광도시이다. 바다가 아름답다. 마르케시에서 찍고 다시 탕헤르 돌아와서 찍었다. 처음 촬영했던 오니 마치 다시 집에 돌아온 느낌도 들었다. 그 바닷가 기억이 많이 난다.”
“그리고 케이팝, 케이드라마, 케이컬쳐 영향력을 느꼈다. 생각해보면 내가 20대 때 어디를 가든 일본말과 중국말이 들렸다. 이번에 아프리카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아프리카라면 대게 멀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길을 가는데 사람들이 ‘안녕하세요’라고 하더라. 한번은 마트 갔다가 화장실 다녀오는데 일행이 없어져서 두리번거리니, 현지인이 ‘오빠, 저쪽으로 갔어요~’라고 하더라. 너무 신기했다. 뿌듯하더라. 동포에게 도움이 된다니.”
Q. 김성훈 감독은 자기 작품을 아이에 비유했는데, 주지훈 배우의 연기관은 어떤지.
▶주지훈: “감독은 글을 잘 쓰든, 실력으로 인정을 받아야죠. 이건 산업이니까. 그래야 신뢰를 주잖아요. 감독은 집주인이고 배우들은 세 들어 사는 사람과 같다. 작품의 세계관은 감독과 작가가 창조해낸 것이니. 나도 내 자식이기를 바라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다. 때로는 내려놓고 연기해야한다. 그건 어쩔 수 없다. 그 세계관을 내가 창조한 게 아니니. 기획의도와 다른 연기를 밀어붙이면 작품이 튀고 이상해진다. 연기란 것은 똑같은 것 아니냐 하지만 절대 아니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나는 세입자다. 세입자로서 집주인을 만나 인테리어 어디까지 가능한지 사전에 만나 이야기하고 작업하는 것이다. 연기를 대하는 태도는 그렇다. 감독의 기획의도와 시선에 맞춰야한다. 나의 경우를 이야기하자면 <신과함께>에서 한 연기와 <암수살인>에서 한 연기가 같은 식으로 할 수 없다. 그렇게 했다면 못 봐줄 정도로 이상할 것이다. 연기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작품에 발을 들여놓으면 같이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예전보다 더 많이 작가와 만나는 것 같다. 드라마 <지리산> 할 때 김은희 작가와 장원석 대표랑 같이 3박4일 지리산 갔다. 작품이야기,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일이 아니라 재미로 즐길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요즘 새 작품(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으로 회의를 오래 하는데 나는 그런 회의가 너무 재밌다. 이도윤 감독이랑 한다. 잘 맞는 감독이다. 10년 만의 재회이다. 지금 하는 것은 조금 더 장르적이고, 관객친화적인 작품이다. 웹툰 원작으로 장르적 쾌감이 있다.”
(멜로는?) “멜로를 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투자가 안 되니. 그래도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 더 나이 먹기 전에.”
하정우-주지훈 배우와 김성훈 감독의 영화에 대한 진심과 열정이 느껴지는 영화 <비공식작전>은 오늘(2일) 개봉한다.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