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
조인성 배우가 [모가디슈]에 이어 다시 한 번 류승완 감독 작품에 출연했다. 조인성은 이번 작품에서 ‘전국구 밀수왕’ 권상사를 연기한다. 영화는 1970년대 서해안 군천이라는 가상의 어촌을 배경으로 바다에 던져놓은 ‘밀수품’을 수거하는 해녀들의 액션활극이다. 베트남전 참전용사로 베트콩을 상대로 혁혁한 무공을 자랑했다는 그가 밀수판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류승완 감독에 의해 액션지존으로 거듭난 조인성 배우를 만나봤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이다.
Q. 오랜만에 대면 인터뷰를 한다.
▶조인성: “‘모가디슈’때 인터뷰는 온라인으로 진행했었다. 미리 말씀 드리자면 [무빙] 공개 때는 인터뷰를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영화 [호프] 찍으려 3개월간 외국에 나가 있어야 한다. 핸드폰도 안 터지는 곳이라고 하더라. 먼 길 떠나기 전에 이렇게 인사드린다.”
(조인성이 출연하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무빙]은 8월 9일 공개되고, 조인성과 함께 황정민, 정호연, 알리시아 비칸데르, 마이클 패스벤더가 출연하는 나홍진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 [호프]는 미국에서 촬영이 진행될 예정이다.)
영화 '밀수'
Q. [밀수]에서는 첫 등장부터 ‘화려’하다.
▶조인성: “너무 민망했다. 그렇게 나온 적이 없어서.” (조인성은 정말 민망하다고 생각하는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그렇게 등장한 이유는 춘자(김혜수)가 저를 보고 벌벌 떨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 리액션이 합쳐져야 권 상사라는 인물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혜수 선배의 연기가 지대한 공을 하였다.” (감히 전국구 밀수왕의 영역에 춘자가 위험하게 끼어들다가 ‘면도날로’ 협박당하는 장면이다)
Q. 권 상사라는 캐릭터는 처음에는 악랄해보이다가 뒤로 가면서 ‘멋있는 캐릭터’가 된다.
▶조인성: “멋있었나요? 멋있게 보이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춘자와) 둘이 어떤 관계이냐? 보시는 딱 그 관계이다. 보는 사람의 마음, 시선에 따라 다르게 보일 것이다. 그런 게 화학적 작용이다. 그것에 대해 규정짓는다면 관객의 상상력을 막는 것이 될 것이다. (김혜수) 선배도 멜로 가능, 저도 멜로가능! 남녀가 만나 연기를 하는데 보는 사람이 시각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조인성
Q. 극중에서 사랑이라고 할 게 없는데, 류승완 감독의 앵글을 통해 권 상사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조인성: “술 먹고 고백한 적은 없다. 아마 감독이 자신의 소싯적 모습을 투영하려고 한 모양이다. 하하하. 영화자체는 인물위주이다. ‘모가디슈’ 때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감독님의 연출 의도대로 간 게 아닐까. 감독님이 찍으면서 조인성이 잘 생기게 나오도록 찍어야지 한 것도 아닐 테니.” (시사회 간담회에서 류승완 감독은 젊었을 때 조인성 같이 생겼었다고 농담한 적이 있다.)
Q. 영화 후반부에는 권 상사와 장도리(박정민)가 크게 붙는다.
▶조인성: “장도리는 그 쪽 우두머리이고, 권 상사는 전국구이다. 그냥 동네 사람 (레벨) 아니다. 감독은 권상사에 대해 품위를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정확한 요구가 있었다. 매너 있게. 그런데 조금 ‘얼빵한’ 구석이 있다. 배가 움직이는데 무너지는 자기만의 표정이 나온다. 품위와 카오스가 합쳐져서 권상사의 입체적으로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 같다. 무조건 품위를 지키려고 폼만 잡다가는 놓치는 것이 있을 것이다. 배우와의 케미를 통해 그런 것도 엿보인다.”
Q. 영화 엔딩 크레딧에 출연배우 이름 쭉 나오고 마지막에 ‘그리고 조인성’이라고 나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쿠키 영상까지.
▶조인성: “감독님이 고맙죠. 출연 분량이 적은데도 그렇게 표시해 주니.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영상과 연결되는 재미가 있다. 저도 제가 불사조인 줄 몰랐다. 그건 스태프들이 절 살려낸 것일 것이다. 스태프들이 감독에게 강력하게 이야기했다고 하더라. 현장에서 편집본을 보면서 한 마디씩 했다. ‘죽이면 안 된다’고. 눈물을 찔끔 흘리기도 하고. 촬영하면서 감정이입하니까. 현장 가서 내가 불사조란 걸 쿠키영상 찍을 때 밥에 반짝이는 다이아를 하나 올린다. 그런데 하얀 쌀밥에 대비가 잘 안되더라. 그래서 김을 하나 갖다 달라고 했다. 그건 제 아이디어다.”
영화 '밀수'
Q. 출연 분량이 적은 것에 대해서는. 여성 투톱 영화라서?
▶조인성: “남자, 여자 구분 짓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 사람이야기이니까. 김혜수-염정아, 두 분의 이야기에 강력한 브릿지가 필요한 것 같았다. 류승완 감독 정도면 역할이 크냐작냐가 아니라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그 생각뿐이다. 그리고 사실 (내가 출연한) 분량이 더 많았다면 촬영 스케줄을 맞출 수가 없었다. <무빙> 촬영하기로 해놓고 <모가디슈> 홍보를 해야 했다. 스케줄이 과연 될까. 3개월 딱 비는 동안, <모가디슈> 홍보도 하고, <밀수>도 찍어야했다. 그때 <모가디슈> 개봉이 어찌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감독이랑 <밀수>찍다가 서울 같이 올라와서 <모가디슈> 홍보했다. <밀수>에는 15회 차정도 찍었다. 더 많이 찍는 것은 무리였다. 엄청 집중해야했다. 그런데 다행히 <밀수>도 <무빙>도 NEW에서 하는 작품이었다. 류승완 감독과 <무빙> 원작자 강풀 작가가 아주 절친 사이이다. 이 작품에 들어간 이유도 그런 게 있다. 두 분 다 강동구 사신다. 나도 강동구 주민이라서. 참, 그 사이에 <어쩌다 사장2>도 찍어야했다. 스케줄이 그랬다.”
Q. 권상사의 매력을 무엇이라고 보았나.
▶조인성: “피디의 눈으로 보면 이 작품엔 강력한 두 여주인공을 이어주는 브릿지가 필요했다. 어떻게 해낼 것인가. 조인성을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하면 사달이 난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다. 나나 박정민이나 고민시나 모두 선배가 키워 놓은 캐릭터이다. 주인공들은 공기이다. 강력한 공기여서 저희들이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그 화려한 액션 장면에서는 음악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가 영화를 더 멋있게 만들었다.
▶조인성: “시나리오 받을 때부터 음악이 다 들어간다고 쓰여 있었다. 멜론에서 해당 음악 찾아서 들으며 보았다. 음악의 템포가 있잖은가. 도움이 되더라. 대본이 더 흥미롭게 읽혔다.”
조인성
Q. 조인성 배우가 멋있게 나온다는 게 감독의 연출력만으로는 커버할 수 없을 것인데, 본인의 노력이 있었다면?
▶조인성: “이번만큼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일동 폭소). 그리고 나이가 주는 어드밴티지가 있는 것 같다. 똑같은 연기를 하더라도 더 젊었을 때 했다면 화면 속에 보이는 그런 질감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제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잘 생기게 나왔다면 그런 나이에서 오는 매력일 것이다. 세상엔 잘 생긴 배우는 많다. 나이가 들어 좋은 향기가 나는 때가 있는 것이다.” (‘비열한 거리’와 비교하자면) “바로 그것이다. ‘비열한 거리’의 병두와 이 영화의 권상사가 같은 지점의 인물이라면 조인성의 상태가 화면에 나오지 않았을까. 그 때의 조인성이 지금 이걸 연기한다면 이렇게 안 나올 것이다. 세월이 주는 어드밴티지로 완성된 것이다.”
영화 '밀수'
Q. 배우로서의 관리가 있다면?
▶조인성: “나이 드는 것에 대한 고민은 쓸데없는 것 같다. 단지 안티에이징, 아니 웰에이징이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오메가쓰리 먹고, 바이타임 먹고, 워라벨 잘 챙기려고 한다. 일과 사생활의 조화가 중요하다. 내 시간을 잘 챙기려고 한다. 젊었을 때는 늦게라도 약속 잡고 그랬는데 이제는 10시 이후 전화도 안 받고, 12시 전에 자려고 한다. 자기 루틴이 생긴 것이다. 어떤 순간에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웃음기가 사라지는 것은 위기감이 든다는 것이리라.”
Q. [밀수]에서 보여준 액션 연기는 어땠나.
▶조인성: “‘이렇게이렇게’ 찌르면 안 되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기사로 옮기죠?) 동작을 크게 크게 한다. 안무라 생각하고 동작을 크게 해줘야 태가 난다. 그래서 생각보다 더 크게 했다. 그리고 작용반작용의 법칙도 생각해서 같이 움직였다. 칼을 지르는 장면에서도 같이 지르면 동작이 더 커 보인다.”
조인성
Q. 프로야구 한화 팬으로서 요즘 기분이 좋겠다. (최근 한화의 연승이 이어지자 SNS에 축하글을 올렸다)
▶조인성: “이건 겸손하게 이야기하는데. 뭐라고 할까. 한화가 지는 법을 살짝 까먹은 것 같다.(하하하). 흐름이 좋고, 우리에게도 이럴 때가 있다. 충분히 즐길 때가 된 것이다. 가슴 아팠던 시절도 있었지만 말이다. 한화가 잘하든 못하든 한화라서 난 행복하다. 대전의 왕자 문동주도 잘해 주고 있고, 김서현도 경험이 쌓이면 더 잘할 것이다.”
Q. <어쩌다 사장> 시즌3에도 출연한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유가 있나.
▶조인성: “예능을 하게 된 것은 코로나와 관련이 있다. 이렇게 길 줄은 몰랐다. 그러면서 영화가 직격타를 맞았다. 극장 가기가 힘들어지고, 자연스레 안방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가 됐다. OTT가 대세를 이루며 관객과 만날 접점이 줄어드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만나고 싶었다. 그런다고 갑자기 옆집 찾아가서 문을 똑똑하고는 ’뵙고 싶어서 왔어요’라고 할 수 없지 않나. 가장 효과적으로 찾아뵐 수 있는 게 예능이었다. 김재화, 박경혜, 윤경호, 김혜수가 인연으로 출연했다. 시즌3에도 세팅은 다 되어 있다. 스포일러라 말은 못하지만 익숙한 사람들이 나올 것이다. 가는 곳이 미국이란 것도 비자낼 때 알았다. 서부라고 기사에 나왔던데 어딘지 모른다.”
지난 주 26일(수)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밀수>는 어제(30일)까지 닷새 동안 172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흥행질주 중이다. 류승완 감독은 흥행실패하는 법을 살짝 까먹은 모양이다.
[사진=아이오케이/ NEW/외유내강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