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들이 밀수 범죄에 가담하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거 하면서 가능하겠네,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6일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는 1970년대 서해안 군천이라는 가상의 어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양액션 무비이다. 바다 밑으로 들어가 해초 따고, 전복 잡던 해녀들이 생계를 위해 밀수품을 건져 올리는 위험천만한 행각을 벌이면서 펼쳐지는 하이브리드 액션영화이다. 염정아는 이번 작품에서 해녀들의 리더 엄진숙을 연기한다.
Q. 한국 대작영화로서는 여름영화의 첫 번째 주자로 26일 개봉된다. 시사회 때 기자들과 함께 아이맥스에서 영화를 보았다. 어땠는가.
▶염정아: “기자시사회에 이어 VIP시사회에서 한 번 더 보았다. 배우들과 다 같이 앉아서 봤는데 그 자리엔 영화관계자들도 많았다. 영화 끝나고 다들 박수 치고 그래서 기분이 엄청 좋았다. 배우들은 자기 연기 위주로 보게 된다. 처음 볼 때는 전체를 못 보는데 어제는 재밌게 잘 봤다. 주위 분들은 진숙이 좋았다고 그러더라.”
Q. 진숙은 어떤 인물인가.
▶염정아: “진숙은 어깨에 책임감을 잔뜩 얹은 리더이다. 해녀들의 생계까지 책임지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선장인 아버지의 배를 타고 물질을 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진숙의 생활이었다. 그래서 사건이 생긴 뒤에도 끝까지 그들(해녀)의 생계를 계속 걱정한다. 그런 이유로 장도리(박정민)와, 춘자(김혜수)와 계속 부대낀다.”
Q. 해녀들의 리더로 여러 인물들과 얽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마음에 들었던 지점은 어디인가.
▶염정아: “객관적으로 볼 때는 춘자(김혜수)도 불쌍하고 진숙도 불쌍하다. 진숙을 연기한 입장에서 보자면 진숙은 얼마나 불쌍한가. 유일한 친구이자 자매와 다름없는 춘자를 의심할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아버지와 동생을 바다에서 잃었으니. 그래서 그동안 보아온 춘자의 모습에 대해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그런 신들을 찍을 때마다 헷갈렸다. 영화는 순서대로 찍는 게 아니니까. 감정을 어떻게 잡아가야하나 고민할 때마다 감독님이 길을 보여주었고, 궁금한 것에 대해 속 시원하게 답을 주었다. 혜수 언니와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Q. 본인과 진숙 사이에 닮은 점이 있는지.
▶염정아: “닮은 점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진숙 같은 역할은 많이 안 해 보았다. 튀는 역할이나 센 역할 같은, 굵직하게 자기감정을 쭉 밀고 가는 역할은 많이 안 해 보았다. 그래서 이번 진숙 연기가 어려웠다.”
Q. 진숙 역할은 폭발하는 감정보다는 상황을 진중하게 눌려줘야 한다. 그 지점이 힘들었을 것 같다.
▶염정아: “그래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혼자서는 풀어나갈 수가 없다. 혜수 언니와는 계속 이야기를 나누며 춘자와 진숙 관계를 만들어나간 것이다. 화해 아닌 화해를 하게 되는 다방 장면도 그렇게 만들어진 신이다. 시나리오보다 짧지만 굵게 나온 것 같다.”
Q. 해녀 등장 영화답게 수중장면이 많다.
▶염정아: “3개월 정도 집중적으로 훈련을 했다. 내가 아예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어서 처음엔 물에서 숨을 참는 것부터 힘들었다. 30초 연습부터 시작해서 1분 넘게 물속에 들어갈 수 있도록 훈련했다. 물 안에 들어가면 귀가 힘든 순간, 눈이 힘든 순간이 있다. 그것을 극복하며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다들 정말 잘 하더라. (김)재화는 나처럼 수영을 못하는 상태에서 같이 시작했는데 정말 잘하더라. 결과물을 보고나니 뿌듯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영도 못하던 내가 진숙을 연기해 냈으니.”
Q. 수중촬영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나.
▶염정아: “혼자서는 안 된다. 배우 한사람 한 사람 옆에 붙어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 정확하게 배우의 상태를 파악해서 나타난다. 배우들은 누가 물속에 들어가더라도 현장에서 같이 보았다.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같이 환호하고 웃고 우는 현장이었다. 아무 것도 안 보이는 물속 현장이지만 마음이 든든해졌다. 그렇게 서로 도움을 받으면서 촬영을 끝냈다.” (요즘도 수영장 가는가?) “계속 할 것 같았는데 촬영이 끝난 뒤로는 한 번도 안 갔다. 다시 염정아로 돌아왔다.”
Q. 김혜수 배우는 수중촬영 때 염정아 배우와 눈빛으로 교감했다는데.
▶염정아: “둘이서 물 안에 들어가서 스탠바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 위로 올라가는 장면을 찍는데 모든 스태프들은 물 위에 있고, ‘스탠바이 큐’는 감독이 주는 것이 아니라 언니랑 내가 서로의 상황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하나, 둘, 셋’ 하며 서로의 눈을 보고 올라가는 것이다. 그 순간이 눈물 나는 순간이었다.”
Q.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염정아: “안 하기엔 너무 아까운 작품이다. 류승완 감독에, 김혜수 배우와 같이 하는데 제가 안하기엔. 도전이었고, 잘 끝낸 것 같다.”
Q. 진숙의 패션이나 헤어스타일 같은 것은 어땠나.
▶염정아: “영화 찍을 때 단발이어서 어떻게 할지 애매했다. 결국 머리를 자르게 되었고, 보시는 바와 같이 보이시하게 되었다. 춘자하고는 많이 상반된 모습을 완성시켰다. 춘자는 여성스럽잖아요.”
Q. 극중에서 노래도 부른다. 연습은 어떻게 했나.
▶염정아: “그래도 내가 뮤지컬영화도 했었다. (사랑은 아름다워) 그때 레슨도 받았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춘자가 노래하는 장면은 없었다. 감독이 찍으면서 만든 장면이다. 춘자와 진숙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랐다. 자라면서 둘이 함께 들은 노래일 것이다. 지금은 떨어져있고, 감정이 서로에게서 멀어진 상태이지만 그래도 뭔가 하나라는 감정이 있는 것이다. 그게 그 노래인 것 같다. ‘앵두’, ‘연안부두’ 등 모든 노래가 시나리오에 씬마다 나와 있다. 그 노래를 들으며 연기했다. 도움이 많이 되었다. 진숙이 잡혀갔을 때 나오는 ‘무인도’란 곡이 너무 좋았는데 영화를 보면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가 좋더라.”
Q. 장도리를 연기한 박정민은 <시동>에서는 아들로 나왔었다.
▶염정아: “그러게. 장도리는 어릴 때부터 친동생처럼 키운 애였는데. 박정민 배우를 너무너무 좋아하고, 아끼고, 응원한다. 이전에 아들 역할을 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밀수> 현장에서 머리를 볶고, 살이 쪄서 나타났을 때 장도리가 보이더라.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여서, 좀 더 편했던 것 같다.”
Q. 춘자를 연기한 김혜수 배우는.
▶염정아: “혜수 언니는 현장에서 저희를 엄청 위한다. 사랑이 많고, 칭찬도 많다. 하루에 칭찬을 몇 번을 하는지. ‘너는 이래서 좋아, 정아는 어떻고...’식으로 상대방의 장점을 계속 말한다. 진심이 느껴진다. 언니는 현장에 커다란 아이스박스에 과일 씻어서 한가득 가져다 놓는다. 과자랑. 언제든지 꺼내먹으라는 것이다.”
Q. 김혜수 배우와 한 작품에서 만난 소감은.
▶염정아: “90년대 중반에 드라마< 사과꽃 향기>(MBC,1996)라는 작품에서 잠깐 같이 연기한 적이 있다. 그때도 그 언니 좀 멋있었다. 거침없었다. 두 살 언니인데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 아니다. 너무 사랑스러워요. 이번에 해녀들을 연기한 배우와 옥분이(고민시)까지 다들 여중생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대기실에서 개구쟁이처럼 춤추고 노래하고 너무너무 재밌는 현장이었다.”
Q. 류승완 감독은.
▶염정아: “감독님은 액션 연출을 정말 잘 하신다. ‘베테랑’, ‘모가디슈’ 보면 알 것이다. 직접 글도, 대본도 쓰신다. 현장에서 보면 항상 영화만 생각하시는 분이다. 실제 영화를 잘 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찍기도 잘하고, 편집도 잘 하고. <밀수>도 다 아는 내용인데 제가 빠져서 보게 되더라.”
Q. 제작보고회 때 배우들이 찍은 뮤직비디오가 화제이다.
▶염정아: “‘연안부두’ 뮤직비디오는 나중에 홍보사가 공개할 모양이다. 영화 찍으면서 우리끼리 뭐 하나라도 남기자고 생각해서 핸드폰 들고 찍은 것이다. 박정민이 촬영감독이다. 촬영을 잘 했다. 모바일 유료 앱을 다운 받아서 만든 것이다. 다들 재밌게 열정적으로 찍었다. 빨리 공개되었으면 좋겠다.”
Q. 김혜수 배우와 투톱으로 영화를 이끈다. 여성 주연으로서의 상업영화인데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염정아: “그런 부담은 없다. 그런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두 사람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다른 매력 있는 캐릭터가 많이 나와 잘 어우러져서 잘 표현된 작품이다. 꼭 여성영화라는 프레임을 씌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Q. 춘자와 뺨을 때리는 액션을 보여준다.
▶염정아: “따귀 때리는 장면? 실제로는 안 때리죠. 어떻게 때려요. 실망감과 분노, 배신감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다.”
Q.류승완 감독의 본격 액션영화 출연 제의가 온다면.
▶염정아: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해야죠. 제가 할 수 없는 너무 힘든 것은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제 몸 상태를 알 테니.”
Q. 흥행에 대한 기대는.
▶염정아: “영화의 흥행스코어는 감히 예상을 못한다. 저희들은 진짜 최선을 다하고 만들었다. 흥행은 관객의 몫이다. ‘내 작품 중 최고 흥행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은 바람이다.“
Q. 염정아에 대한 키워드는 어떤 것인가.
▶염정아: “성실하다. 부지런한 편이다. 하나는.. 모르겠다.” (식혜?) “요즘 요리 좀 한다. 그런 것”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 게 없다는 염정아 배우는 “저는 성실하게 맡은바 최선을 다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면 “영화를 보신 관객들이 ‘이 영화 너무 재밌다’고 해줬으면 좋겠다. 이건 오락영화니까. 재밌으면 됐죠.”
참, 이날 염정아 인터뷰에서는 식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영화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어서 생략한다. 하지만 <밀수>는 한여름에 마시는 차가운 식혜처럼 청량하고 재밌는 영화이다.
인터뷰를 하면서 ‘손하트’ 이야기도 나왔다. “이건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잘 안 된다. 얼굴( 뺨)에 대고 만드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인터뷰 현장에서는 전 미스코리아를 상대로 포토제닉한 뺨하트사진 찍는 방법 공유가 있었다.
류승완 감독의 <밀수>는 내일(26일) 개봉한다.
[사진=아티스트 컴퍼니/ NEW, 외유내강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