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KBS 1TV <인간극장>은 ‘독거도에 여름이 오면’이 방송된다.
팽목항에서 뱃길로 40여분 달리면 진도에서 가장 외해에 위치한 독거도. 조도군도 일대에서도 파도가 거세기로 유명한 섬이다. 태풍이라도 불라치면 갯바위에 부딪치는 높은 파도 때문에 13가구 남짓의 주민들은 모두 육지로 대피해야 할 정도란다. 이 섬이 유명해진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자연산 돌미역. 차갑고 거친 파도를 맞으며 자란 독거도의 미역은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고마운 바다의 선물이다. 한 철 미역을 채취하러 고향인 독거도로 돌아온 안행식(71)씨와 그의 아내 조맹엽(65)씨 부부의 여름 이야기를 들어본다.
겨울에는 미역 포자가 잘 붙으라고 긴 도구를 이용해 갯바위를 일일이 닦아주고, 봄에는 어린 싹이 말라죽지 않도록 틈틈이 바닷물을 뿌리고 보살폈다. 100년 된 흙집에 멀쩡한 물건이라고는 자식들이 달아준 쌩쌩한 에어컨 뿐.
물 때 맞춰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가 밀려나면 갯바위에 붙은 미역을 잽싸게 낫으로 베어낸다. 자칫 바다에 휩쓸릴까, 허리에 줄 하나 묶고 온 몸으로 아찔한 파도와 맞서는 맹엽 씨. 휘청거리는 아내를 단단히 잡아주는 건 행식 씨의 역할이다. 밧줄 하나에 몸을 지탱한 채 목숨 걸고 하는 일이지만, 40년 가까이 바다 일을 하면서 다져진 부부의 신뢰는 밧줄보다 질기다.
볕에 잘 마른 미역이 골목마다 널려있는 독거도의 여름 풍경. 끈질긴 자식들의 만류에도 부부는 물살 험하기로 유명한 섬에서 파도와 씨름하며 한 철 미역을 채취한다. 서로에게 기대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바다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부부. 안행식, 조맹엽 씨 부부에게 여름은 누구보다도 치열하고 뜨거운 계절. 독거도에, 그 여름이 왔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