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5월 한국 극장가에 한 편의 때이른 공포영화가 개봉되었다. 박기형 감독의 <여고괴담>이었다. 당시 대한민국 어느 (중고등) 학교에서나 있음직한, 끔찍한 학교현실을 공포영화의 클리셰로 엮어낸 작품이었다. ‘여고괴담’은 그간 B급 장르로 취급되었던 호러라는 장르 속에 동시대 10대 청소년들의 고민과 부조리한 사회를 예리하게 포착한 작품으로 개봉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었다. 그 대단한 프랜차이즈 영화 <여고괴담> 개봉 20주년을 맞아 특별한 행사가 마련되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여고괴담 20주년 특별전-우리 학교에 놀러 오세요’가 열린 것이다.
22일 저녁 열린 ‘특별전 오프닝 나이트’ 행사에는 ‘여고괴담’을 만든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와 시리즈 감독과 배우들이 대거 참석하였다. 민규동(2편), 윤재연(3편), 최익환(4편), 이종용 감독(5편)과 내년 개봉 예정인 6편의 이한나 감독, 그리고 출연배우 박진희(1편), 김규리(김민선, 2편) 등이 참석했다.
로비에서 진행된 포토월 행사에 이어 <여고괴담> 1편 상영이 있었다. 영화 상영 전에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이 무대에 올라 소감을 밝혔다. 1편에서 ‘전교 1등 여학생’ 소영 역을 맡은 배우 박진희는 "<여고괴담>이 제 영화 데뷔작이었다. 연기를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어렵게 오디션을 통해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던 작품이다.“며, "20년이 지나 무대에서 뵐 수 있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용 감독과 함께 2편을 공동연출한 민규동 감독은 "감독이 되겠다는 생각조차 없었던 철부지, 바보 같은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20년이 지나도록 영화감독으로 살 수 있게 해준 작품이 이 영화이다."며 "김태용 감독과도 이 영화가 아니었으면 감독으로 못 살았을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했다. 인생의 운명 속으로 초대해준 작품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여고괴담> 1편은 전국에서 25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흥행성공을 거두었고,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메멘토모리'(김태용·민규동, 1999)와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윤재연, 2003), '여고괴담4: 목소리'(최익환, 2005), '여고괴담5: 동반자살'(이종용, 2009)이 차례로 만들어지면 한국식 학원공포물, 한국형 프랜차이즈의 위엄을 과시했다. <여고괴담>은 내년 개봉을 목표로 여섯 번째 이야기가 준비되고 있다.
시리즈에 나온 여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1편의 이미연, 김규리(오리지널!), 최강희, 박진희를 비롯하여, 김규리(김민선)/박예진/이영진/공효진(2편), 송지효/박한별/조안/박지연(3편), 김옥빈,서지혜,차예련,김서형(4편), 오연서/장경아/손은서/송민정(송채윤으로 개명)/유신애(유담희로 개명)(5편)가 ‘여고괴담’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편, 어제 개막식을 겸한 오프닝나이트 행사를 진행한데 이어 26일까지 상암동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는 ‘여고괴담 특별전’이 이어진다.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질 예정이다. 또한 로비에서는 영화에 등장했던 ‘석고상’(1편)과 ‘교환일기’(2편)가 전시되어 영화를 보러 오기 위해 KOFA를 찾은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20년 전 개봉된 한국영화를 특별히 기리는 행사를 주관한 한국영상자료원은 지난 4월, 류재림 원장이 사임한 이래로 기관장이 공석인 상태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행사를 주최했다는 것은 한국영화계로서는 의미있는 일로 평가된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제공=한국영상자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