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이 2018년 삼복더위에 열일을 하고 있다. <공작>에서는 ‘공화국의 명예’와 ‘인민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북경에서 외화벌이에 헌신하는 리명운으로, 그리고 1주일 차로 개봉하는 <목격자>에서는 새로 이사 온 아파트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다 그만 살인의 현장을 목격한 소시민 상훈을 연기한다. 개봉을 앞두고 두 영화의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성민을 만나봤다. 공식적으로 <목격자> 인터뷰이다.
<목격자>의 조규장 감독의 전작은 문채원과 유연석이 나온 말랑말랑한 로맨스 <오늘의 분위기>였다. 분위기가 판이한 이번 영화를 출연하게 된 이유는? “감독의 전작은 안 본 상태에서 감독을 만났다. 시나리오 자체만 보면 플롯이 탄탄했다. 잘 만들면 괜찮은 스릴러가 될 것 같았다.” 그러면서 “이 영화의 미덕은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이 너무나 평범한 아파트라는 사실이다. 그런 곳에서 무엇이 나올까 궁금했다. 내 취향하고 맞았다.”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이성민은 영화를 찍으면서 “사람들이 이걸 무서워할까?”라고 계속 생각했었단다. “관객들이 상훈의 마음을 이해할까. 공감하고 따라와 줘야하는데. 왜 신고하지 않을까. 그게 저의 숙제였다. 신고를 왜 안 할까. 그럼 영화가 안 되잖은가. 저런 상황에서 신고를 한다면 이런저런 일이 벌어질 터인데. 그래도 신고하겠어? 그런 복잡한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보험설계사’라서 여러 가지 복잡하고 번거로운 일을 염두에 뒀을지 모르겠다. “경찰서에도 왔다 갔다 하고, 재판에도 출두해야하고, 여러 가지를 생각했을 거다.”
영화에서 이성민이 살인의 현장을 목도하는 곳은 아파트 6층 베란다이다. “6층에서 내려다보면 진짜 가깝다. 범인과 눈이 마주치고, 그 놈이 우리 집 층수를 확인하고 있는데. 보험설계사가 아니어도 뻔 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1차적으로는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봤을 것이라고, 그리고 가족의 안위까지 생각한다면...”
긴장감이 유지되지만 마지막 액션 활극은? “충분히 따라갈 만하다. 마지막에 갑자기 그러는 것은..” 하고는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약간 아쉬움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고통스러웠는데, 내 가족이 직접적으로 그런 위험에 처해진다면, 눈앞에서 그런 상황이 펼쳐지는데. 평범한 가장이라도 쫓아갈 것이다. 그렇게 너그럽게 봐주시면 영화를 더욱 재밌게 봐 주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그 장면 뒤에 이어지는 ‘진짜 마지막 장면’이 영화의 주제를 살린다. “마지막에 소리를 지르는 것은, 죽은 여자의 심정이다. 반성을 할 것이다. 그리고 반성의 여운을 안겨줄 것이다.”
이성민은 감독에게 악당이 더 흉악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상황이 너무 극단적이다. 4층 사람이 경찰서에 같이 가자고 할 때의 그 절박함, 형사 앞에서 거짓말해야하는 상황. 나랑 너무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더 잔인하게 묘사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야 내가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했다.”
“가장 무서운 것은“
가장 무서웠던 장면은 ‘아파트에 불이 켜지는 순간’이었단다. “실제 6층에서 보면 굉장히 가깝다. 얼굴이 다 보인다. 30층 정도의 아파트의 19층이었다면, 범인도 아마 세다가 말았겠지만..”
곽시양이 연기한 살인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김성균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처음 캐스팅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제 마음은 김성균이 하면 딱일 것이라 생각했다. 김성균의 무표정이 최고다. 감독님은 범인이 몸집이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몸집이 큰 사람과 마주쳤을 때의 그 위압감.”
“곽시양은 캐스팅되고 나서 살을 찌웠다. 곽시양에게는 온화한 눈빛뿐만 아니라 굉장히 무서운 눈빛이 있더라. 여자에게 호감을 조금 주는 눈빛도 있고. 영화배우로서는 좋은 눈빛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이성민은 개인적으로는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예전에 왜 TV브라운관에서 귀신 기어 나오는 영화(링) 있었잖아요. 나는 이렇게 눈을 가리고 봤었다.”란다.
<공작> 이야기도 조금 했다. “정말 열심히 했다. 고통스러웠다.”면서 옆에 <목격자> 영화관계자를 쳐다보더니 “<공작>(홍보)때 <목격자> 이야기도 해줬잖아..”란다.
“<공작> 촬영 때 나만 그런 줄 알았다. 정말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다. 그런데 배우는 물론 (윤종빈) 감독님도 무섭다고 하더라. 현장에 매일 나갈 때마다 두렵다며, 오늘 이 씬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한다고 말하더라. 동지애를 느꼈었다. 그렇게 영화 찍는 게 행복하다.“고 <공작>에 대해 잠깐 이야기했다.
“목격자, 방관자, 그리고 영웅”
다시 <목격자>. 혹시, 살인현장을 목격하지는 않았겠지만, 길거리에서 학생들이 모여 담배 피우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면 어떡할 거냐고 물어봤다. “난 소시민이다. 그런 일이 있었다. 덩치는 큰데 애들이 담배 피우고 있고 돌아가기도 애매하고.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라.. 무슨 말을 할까 생각을 하고 걸어가는데 다행히 애들이 좍 갈라서더라. 차마 아무 말 못하고 지나갔어요.”란다.
그러더니, 옛날 경험담을 하나 더 꺼낸다. “예전엔 쫓아갔었다.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 있잖은가. 비명소리가 들려 본능적으로 쫓아갔다. 골목길까지 쫓아 들어가면서 현실감이 생기더라. (범인의) 속도가 빠르면 내가 (적당히) 멈췄을 텐데. 점점 거리가 좁혀지는 것이다. 멈출 수는 없고. 잡아야하나. 겁은 나고. 분명 달릴 때 경찰을 불러달라고 했는데 아무도 없고.”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결국 잡았다. 뒷덜미를 잡고 확 돌렸지. 그런데 생각보다 힘이 없더라. 나이가 좀 있어보였고. 생계형 범죄 같더라. 많이 안타까웠다.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라고 그랬었다.” 언제 이야기인가. “10년 쯤 전 이야기이다.”
드라마 <미생>과 영화 <공작>에서 ‘소시민’적 모습을 보여준 이성민의 또 다른 ‘소시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목격자>는 15일 개봉되었다. 15세 관람가.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