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기차를 50초 남짓의 움직이는 사진, ‘활동사진’으로 만들어 처음 공개했을 때 사람들은 혼비백산했단다. 영화는 그 탄생부터 진기한 볼거리, 희한한 즐길 거리였다. 영화의 발전이라는 것은 위대한 영화감독들이 위대한 영화들을 만들 때마다 전진했고, 그 뒷단에서는 끊임없이 ‘영화의 형태’에 대한 발명이 있었다. ‘무성’이 ‘유성’이 되고, ‘시네마스코프’니 ‘파나비전’이니 하면 스크린이 넓어졌다. 한동안은 ‘3D’가 극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큰소리치기도 했었다. 여기 조금씩, 아주 조금씩 영화산업을, 극장환경을 바꾸는 움직임이 있다. ‘ScreenX’(스크린엑스)와 ‘4DX’라 불리는 극장의 존재이다. CGV가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7> 개봉에 맞춰 스크린엑스와 4DX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이른바 ‘특화관’, ‘특별관’, 프리미엄 스크린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난 11일, 서울 신촌의 CGV아트레온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CGV가 자신들의 특별관을 소개하는 행사였다. 스크린엑스 담당자(오윤동 팀장)와 4DX담당자(이지혜 팀장)가 취재진을 상대로 CGV가 스크린에 마법을 부린 특별관의 특장점과 미래비전을 소개했다.
‘스크린엑스’에 관해서는 본인이 직접 아티스트 공연 버전 연출을 맡기도 한 오윤동 팀장은 톰 크루즈 이야기부터 꺼냈다. “<톱건 매버릭>의 스크린엑스 버전이 글로벌한 성과를 거뒀다. 제작사인 파라마운트와 제작자이기도 한 톰 크루즈는 차기작인 <미션 임파서블7>도 스크린엑스로 만드는 것을 염두에 뒀다. ‘톱건’때는 사전 협의과정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퀄리티 체크를 하면서 우리를 믿어주었다. 이번 ‘MI7’에서는 더 꼼꼼히 챙기는 것 같았다. 그만큼 애정이 생긴 것 같다. 톰 크루즈가 이번에 한국을 찾는 일정에 없었던 행사가 있었다. 그가 ‘스크린엑스’ 작업하는 것을 직접 보고 싶어했다. 용산 본사로 와서 작업자들과 만났고, 사이드에서의 사소한 연기 디테일까지 직접 코칭해주었다.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Q. 스크린엑스 버전의 작업 기간은 보통 얼마나 걸리는지, 톰 크루즈의 특별한 주문이 있었다면.
▶오윤동 팀장: “일반적으로 8주 정도 소요된다. 그런데 이번 ‘MI7’의 경우 3주가 채 안 걸렸다. 톰 크루즈가 마지막까지 영화를 수정하는 등 신경을 많이 쓴 것이다. 톰 크루즈는 이번 작업에 대해 ‘사실감’에 대한 주문이 많았다. 스크린엑스는 CG를 위주로 하는 작업인데 그것에 대한 티가 많이 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헐리우드 영화는 VFX, CG작업에 1년 이상, 적어도 6개월 이상 소요된다. 그걸 우리는 3주 만에 실사같이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임파서블한 일정이었다. 그래서 사전에 더 긴밀하게 소통했었다. 촬영장에서 많은 소스를 찍어주었다. 실사를 베이스로 해서 양옆 화면을 CG로 만들 수 있었다. 사실감 있는 스크린엑스 화면으로 거듭났다.”
Q. 일반적으로 영화라는 것은 감독의 영상미학의 결정체이다. 자기 작품의 ‘화면 ratio(비율)’에 수정을 가하는 것에 대한 창작자의 불만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반응은 없었는지.
▶오윤동 팀장: “당연하다. 굉장한 우여곡절이 있었고, 많은 설득과정이 있었다. 내가 만든 영화를 누군가가 마음대로 가공한다는 것은 이 바닥, 영화판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2015년경부터 영화에 스크린엑스를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그런 일이 있었다. 극장확산을 위해서는 일단 작품이 많아야했다. CJ ENM은 배급사와 협업하는 필름메이커가 많았다. 그런데 그들조차 처음에는 다들 혀를 찼었다. ‘해가 안 간다. 우리가 다 만든 영상을 주면 양옆에?’, ‘ 우린 1년 걸렸는데 어느 세월에?’ 반응이 많았다. <히말라야>로 작업했을 때 ‘뭐 하는 거야. 이게 무슨 몰입감이냐’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다수 메이저 제작사들이 특화관을 좋아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그만큼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때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기존 화면에서 느낄 수 없는 ‘밸류’를 준 것이다. 관객들이 직접 보고, 입소문을 내주었고, 그것이 매출과 이어진 것이다. 제작사들이 좋아한다는 것을 느낀다.”
Q. 마블 영화 같은 경우는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자막 번역을 위한 영상까지 제대로, 미리 주지 않을 만큼 보안이 철저하다고 한다. 그런데, 스크린엑스는 어떻게 ‘원 필름’을 미리 받아서 작업할 수가 있는가.
▶오윤동 팀장: “그 점은 자랑하고 싶다. 우리나라에 많은 VFX 회사가 있다. 저희만큼 할리우드 제작사와 친밀한 교류가 있는 업체는 없다. 이너서클과 소통이 된다. 초기에는 국내 VFX업체랑 작업했었는데 지금은 인하우스로 직접하고 있다. 특정 콘텐츠는 6개월 전에도 받는다. 엄격한 보안 조치가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보안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아마 반도체 산업처럼, 민감한 공장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핸드폰도 들고 들어갈 수 없다. 오래 작업하면서 신뢰가 쌓인 것이다. 영화가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논의과정을 거친다. 우리는 최상의 퀄리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을 인정한 제작사가 어세트를 제공해 준다. 마블은 미리 레시피를 제공해준다. 그것은 그들로선 비용과 시간이 투자된 것들이다. 그런 것을 우리에게 제공해준다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미리 제공받은 것들을 분석하고, 디자인하고, 세팅해 놓은 상태에서 파이널 프린트 받으면 레시피대로 요리하는 것이다. 마블과는 8편정도 진행했다. 크레딧, 신뢰가 충분히 쌓였다.”
Q. 4DX의 경우는 의자가 마구 흔들린다. 관객이 팝콘이나 마실 것을 들고 영화를 보기에 불편할 수도 있다. 극장의 부가매출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가.
▶이지혜 팀장: “4DX라면 세게 흔들려서 가만히 앉아서 보기 어려운 포맷이라고 생각하기 싶다. 저희로서는 관객들이 인지부조화가 일어나지 않게 적절한 맥락에서 움직임을 제어한다. 4DX를 즐기는 관객들도 다이내믹하게 반응한다. 이쯤에서 움직임이 오겠다고 예상한다. 제임스 건 감독은 ‘4DX는 액션이 좋다. 그런데 액션만 좋은 것이 아니라 감정적인 부분에서도 충분히 끌어올려준다’고 평가했다. 4DX는 마냥 흔들리는 것만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이 그런가?) “‘미션임파서블7’에서 시그니처 신이 있다. 도화선 장면. 이 장면을 액션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음악에 맞춰 다이내믹하게, 무드감 있게, 타이틀 나오기까지 빌드업하는 시퀀스이다. 액션에만 국한되지 않고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첩보스릴러 작품으로 긴장감을 유지한다. 4DX가 방해되지 않도록 빌드업해 나간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CJ 4DPLEX 콘텐츠사업팀 방준식 팀장은 “코로나 사태를 지나면서 특별관이 더 주목되고 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 비교하면 일반관은 관객회복율이 70% 정도인데, 4DX와 스크린X는 오히려 30~40% 늘었다"고 밝혔다.
CJ CGV측은 ”특별관에 대한 명확한 수요가 있다. 그에 맞춰 글로벌하게 4DX·스크린X 관을 확장시킬 것이다. 시장 니즈에 따라 4DX와 스크린X가 통합된 '울트라 4DX'도 계속 확대시킬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