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에 요상한 음식점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주문을 잊은 음식점’. 이 음식점은 세상에서 깜빡하는 것이 가장 자신 있는 경증 치매인 5인방이 서빙을 한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아예 다른 음식으로 나올 수도 있다. 그것은 순전히 서빙을 담당하는 경증 치매인들의 몫이다.
지난 9일 밤 10시에 방영된 <KBS스페셜> ‘주문을 잊은 음식점-1부 치매는 처음이라’에서는 이들이 음식점을 오픈하기까지의 과정이 방송됐다. 약 100일 동안 음식점만을 위해 살아온 이들의 노력과 음식점 홍보 작전, 그리고 경증 치매 5인방, 송은이 점장, 이연복 셰프 군단들의 완전체 첫 만남 등이 방송됐다. ‘주문을 잊은 음식점’의 귀염둥이 막내를 맡고 있는 경증 치매인, 김미자(76)는 “방송에서는 치매 환자를 꼭 중증 환자들, 죽어가는 사람으로만 방송하니까 속상했다. 우리 같이 공부 열심히 하고 자기가 노력을 하면 치매 진행 속도가 늦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싶어서 나왔다.”며 출연 동기를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오픈된 ‘주문을 잊은 음식점’에는 이틀 동안 약 150명의 손님이 함께했다. 소위 대박집이라고 불리는 맛집의 손님 수를 넘어섰다. 음식점의 웨이팅 손님은 끝없이 이어졌고 SNS 상에 올라온 후기를 보고 대전, 경남 마산, 제주도 등에서 올라온 손님도 있었다. 또한 싱가포르, 캐나다 국적의 손님들도 함께해 글로벌 음식점으로 등극했다.
음식점을 찾은 한 손님은 “치매 어르신들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열심히 하려는 것이 느껴지고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즐거운 점심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또 한 손님은 “음식점이 아주 활기찬 게 인상적이었다. 이곳의 일원이 됐다는 거에 대해 정말 기뻐하시고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으며 망원시장의 한 상인은 “치매로 고생 중이신 99세 어머니가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 어르신들이 노력하는 것이 좋은 모습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슴이 너무 아프기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증 치매인 5인방의 웃픈 서빙 도전기 마지막 이야기는 ‘KBS스페셜 ‘주문을 잊은 음식점-2부 잘 부탁합니다’에서 오는 16일 밤 10시 KBS1TV를 통해 방송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