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개봉되어 144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2위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 <신과함께-죄와벌>의 속편 <신과함게-인과연>이 신속하게 만들어져서 8월 염천(炎天)에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국가대표>와 <미스터 고>의 김용화 감독이 처음부터 1,2편을 함께 작업하여 시차를 두고 개봉하는 보기 드문 방식을 택했다. 개봉 첫날 124만 명, 둘째 날 200만 고지를 넘어선데 이어 첫 주말을 지나며 가볍게 600만을 돌파하는 무시무시한 흥행력을 보여주고 있다. 흥행의 신(神)이 되어버린 김용화 감독을 만나 그의 흥행 신기(神氣)에 대해 알아봤다.
“보통 3년에 한 편 정도 작업을 한 것 같은데 이번엔 1편 끝나고 곧 바로 2편 작업에 들어갔었다. 불안감과 초조함에 잠도 못 자겠더라. (어제 흥행소식 듣고) 와이프 붙잡고 춤추고 좋아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매번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든다.”면서 “제가 마블 영화를 좋아한다. ‘미션 임파서블’ 그런 영화도 좋아한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제가 극장에 가서 보고 싶은 영화 만들고 싶었다.”고 영화를 대(?)하는 자세를 밝혔다. “요즘 종편 생기면서 TV드라마의 퀄리티가 높아졌다. 사양사업이라고까지 말하는 영화를 만들어, 극장으로 관객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는 퀄리티가 높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감독으로서 그런 영화를 만들 것이다. 이런 생각한지는 오래되었다.”
(처참하게 흥행에 실패한) <미스터 고>의 영향인가. “그 작품은 철저하게 만용의 산물이었다. <국가대표>까지 오면서 대중영화감독으로 인정을 받은 부분이 있었다. 자신을 한번 돌아보기보다는 모험을 해보자는 생각이 앞섰다. 사실 사람들은 야구의 룰을 잘 모른다. 고릴라가 야구를 좋아한다면? 오만이었다. 중국의 투자까지 받은 한중 합작영화이다보니 그런 오만한 생각이 앞섰다”면서 “한 나라에서 인정받지 못한 영화가 어떻게 다른 나라에서 인정받겠는가. 기획을 잘못한 셈이다. 하지만 엄청난 자산을 얻었다. 과거에 꿈도 못 꾸었던 것을 증명해 보였다. 그 영화 덕분에 회사(덱스터 스튜디오)는 투자도 받고, 상장도 할 수 있었다. 세상에 모든 면이 양면성을 띄고 있다. 흥행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결과물로 성장할 수 있다.”
<신과함께>를 선택한 이유는. “세계관은 비슷할 수 있는데, 저승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 예를 들어 서구사회는 사후세계에 대한 직선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어느 정도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시아 동시개봉을 해보자는 목표를 가졌었다.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신과함께>는 CG의 향연이다. 작품을 거듭할수록 실력이 쾌속 상승하는 것을 목도할 수 있다. “1부의 CG작업은 1년이 걸렸고, 2부는 훨씬 적게 걸렸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잖은가. 갈수록 속도가 빨라지더라. 엔터테이닝한 측면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볼 수 있겠더라.”
그래서, 김 감독은 공룡도 넣고, 호랑이도 넣고,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본 모양이다. “찍은 플레이트 그대로 집어 넣어봤다. 물론 시간을 더 투자하면 더 좋아질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했다.”
1부와 2부를 동시에 진행한 소감은? “1부가 성공했기에 이런 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1부가 만약 안 되었다면 2부 투자사에게는 재앙이었을 것이다.”며 “이런 식으로 두 편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예산과 시간 등 여러 가지를 세이브할 수 있다.”
IMAX, 리더필름에 눈물이 나더라
<신과함께-인과연>은 우리나라 영화사에 유의미한 기록을 하나 남겼다. 아이맥스(IMAX)로도 상영된다. IMAX는 캐나다의 IMAX사 극장용 배급플랫폼이다. 더없이 넓은 스크린과 초고해상도 영상이 영화팬을 사로잡는다. “어제 용산CGV에서 1회 상영할 때 IMAX버전을 봤다. 개인적인 소회는 숫자 카운터다운 되는 그 아이맥스 리드필름(인트로필름) 돌아갈 때 심장이 벌렁거리더라. 다른 아이맥스 영화를 볼 때 나도 이거 해 볼 수 있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리드필름을 보며 눈물이 나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신과함께’는 아이맥스 전용카메라로 전편을, 혹은 일부 장면을 찍은 것은 아니고, 완성 일반필름(디지털)을 DMR(디지털 미디어 리마스터링)을 거쳐 아이맥스 전용포맷으로 옮긴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맥스 영화가 이런 방식으로 개봉된다.
이번 아이맥스 버전 상영에 대해 김 감독은 “아이맥스 본사에서 한번 해 보자고 연락이 왔었다. 그만큼 한국영화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1부 때는 DMR(디지털미디어리마스터링)할 시간이 없었다.”
김용화 감독은 아이맥스 버전을 보며 ‘덱스터 대표’답게 다음 작품에 대한 목표치를 세웠다. “아이맥스 버전은 뒤늦게 결정된 것이다. 그래서 풀 아이맥스 버전이 아닌 셈이다. 내 영화에는 시각적으로 특별히 구현할 시퀀스가 있다. 그걸 못 했다는 게 심히 아쉽다. 다음에 혹시 이런 기회가 온다면 그런 것까지 염두에 둬서 완벽한 영상을 만들고 싶다. 아이맥스 카메라를 써서 혁명적으로 선명도를 올리고 싶다.“
김용화 감독은 <신과 함께>의 VFX를 맡은 덱스터스튜디오의 대표이기도 하다. 야심은 크다. “배급도 할 것이다. 투자배급까지 하면 영화 스튜디오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외주용역과 하청을 하면서 느낀 것은 콘텐츠 비즈니스는 남의 일을 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회사가 발전하려면 우리IP를 만들어야한다. 우리 회사로서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편에 등장했던 오달수, 최일화 배우는 불미스런 일로 화면에서 아웃된다. 대신 조한철, 김명곤 배우가 등장한다. 1,2편을 동시에 촬영을 완료한 터라 김용화 감독은 신속하게 후속조치를 취해야했다. “대부분의 촬영은 블루매트/블루(그린)스크린에서 이뤄졌다. 후반작업은 이런 데이터를 합치는 것이다. 사실,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고 밝힌다. 배우들이 함께 다시 모여 그 장면을 다시 찍는 방식은 아니란 말이다.
이번 작품에서 성주신(마동석)은 ‘IMF와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목격한 현실주의적 귀신으로 등장하여 펀드이야기, 주식이야기, 나아가 비트코인도 이야기한다. 감독은 특별히 주식투자로 손해를 본 적이 있는가? “하하, 그것은 아니고. <국가대표>때 인센티브를 많이 받았다. 그걸로 당시 유행이던 차이나펀드 들었었는데 폭락하여 환매했었다. 뭐, 그런 경험이 기저에는 있겠죠.”란다.
마동석 캐스팅은? “마동석 배우는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이다. 지금처럼 유명세를 갖기 전에 캐스팅한 것이다. 캐릭터 이미지도 좋았다. 싱크로율이 워낙 좋으니.”
이정재 캐스팅에 대해서는. “<미스터 고>가 워낙 잘 안 되었을 때 뭐라도 하나 해 주겠다고 그랬다. 동료소방관 역할을 처음 제안했는데, 촬영감독을 포함해서 다들 이구동성으로 염라대왕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감독과 배우들의 특별한 사적 관계에 대한 일화를 소개해야겠다. “<미스터 고>할 때 (이)정재 씨는 엄청나게 잘 될 줄 알았다. 흥행 참패한 걸 알고는 뭐든지 하나 돕겠다고 했고 염라대왕으로 출연하게 된 것이다. 영화가 잘 되어 다들 모여서 와인 마시며 회포를 풀다가 둘이 뭔가 감정이 격해져서 울게 되더라. 근데 옆에서 앉아있던 (하)정우가 깔깔대며 그걸 찍고 있는 거였다. 정우는 사실 노멀한 친구는 아니잖은가.” 감독은 이들과 별 이야기 다 하는 사이라고 이야기한다. 깔깔대고, 전화하고, 술도 함께 마시고.
만약 속편을 찍게 된다면 3부와 4부를 동시에 찍을 것인지 물어봤다. 그러자 김용화 감독은 1,2부를 동시에 찍은 나름의 이유를 밝혔다. “1,2부의 이야기를 보면 3,4부로 갈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캐릭터 각자의 이야기가 풍성하다. 하지만 스핀오프나 프리퀄 같은 것은 4부를 하기 전에는 안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들도 나이가 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이언맨’을 할 때는 다른 역이 없었다. 그도 새로 연기인생을 리부팅하던 때였다. ‘신과함께’ 배우들의 확약을 받고 속편(3부, 4부)을 찍는다면 예산은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배우들이 모두 왕성한 활동을 하는 배우라서, 그들의 기회비용을 생각해야할 것이다.” (잘 나가는 충무로 배우들을 동시에 스케줄 붙잡아 두기가 쉽지는 않을 듯하다)
3,4부가 만들어지면 이미 촬영(제작)한 ‘CG 지옥’은 재활용되는 것인가. “정확히 표현하자면 리모델링될 것이다. 망자에게는 각자 어울리는 지옥관과 세계관이 있으니 말이다. 톤앤매너를 유지하면 변화의 재미를 줄 수 있는 방식을 택할 것이다.”
이번 속편도 흥행이 잘 될 것 같다고 하자. “쑥스럽고 조심스럽다. 한국영화시장이 뻔한다. (흥행이) 잘 되고 못 되고는 실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미스터 고>할 때는 실력이 없다가 지금 갑자기 실력이 생긴 것도 아니고.”
감독들이 특별한 도전을 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국회의원 선거 때 보면 0.2% 지지받는 사람도 나오잖은가. 그들은 자신이 출마하면 될 줄 알았다고 한다. 감독들도 그런 면이 있다. 속상하지만. <미스터 고> 참담했다. 다시는 영화를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을 봐도 그런 내용이다. 댓글을 안 볼 수도 없는 게 자학하는 경향이 있어 굳이 찾아보게 되더라. (김)지운 형님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작품을 만들 것이다.”
감독뿐만 아니라 제작자로서 데이터를 중시하고 흥행에 비상한 촉을 가진 듯한 김용화 감독에게 2부 흥행 예상을 물어봤다. “1부는 800만, 2부는 천만을 처음 생각했었다. 관객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시장데이터가 있으니 어느 정도 예측대로 수렴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그러면서 “대중영화는 100명의 관객을 다 만족시킬 수 없다. 그게 숙명이다. 열심히 감정이입해서 보시는 분들도 있고, 그저그렇게 영화를 보는 분도 있다. 또한 확실히 부정적인 관객층도 존재한다. 대중영화감독으로서 대중적인 지지를 받는 영화를 만들고, 그렇게 평가받고 싶다.”
<신과함께>의 이야기 구조에 대해서는 “원작과 다른 점은 자홍(차태현)과 수홍(김동욱)의 캐릭터를 형제로 엮었다는 것이다. 영화로 만들 때 이것은 양날의 검과 같았다. 이 설정을 잘 처리하면, 영화의 핵심적인 감정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1부가 조금 투박한 것은 사실이다. 2부에 와서 서사가 밀도 있게 그려질 수 있었다. 1부에서 세계관과 캐릭터 빌드업이 잘 된 것이다.”
김용화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이야기와 감정이라고 강조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이야기와 감정이다. 동서고금의 성공적인 모든 스토리가 그렇다. SFX도, 사운드도 그에 플러스될 때 의미가 있다.”
<신과함께> 1편은 아직도 중국배급사 심의가 진행 중이라고한다. “영화화 리메이크 이야기는 없었고, 웹드라마나 드라마 제안은 있는 것 같다. 1편이 중국에서 정식개봉도 안했는데 인기가 좋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중국이야기가 나와, 영화에 대해 조금 딴지스타일의 질문을 해봤다. 고려 말, 장군 아버지는 거란족과 싸우고 그 아들은 여진족을 상대한다. 여진족 아이들은 북경어를 구사한다. “아, 그 부분에 대해 검토를 안 한 것은 아니다. 영화의 톤앤매너 차원에서, 영화의 성격이 판타지라서 관객들이 어느 정도 관용도를 갖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설명한다.
김용화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일까. “매번 볼 때마다 다르다. 아이맥스에서 볼 때 성주신이 죽을 때 왜 그렇게 슬픈지 모르겠다. 혼자 ‘대사가 괜찮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김용화 감독은 영화 개봉 이후에도 바쁘다. 인터뷰 때문만은 아니다. 덱스터 스튜디오 대표로 회사운영도 신경써야한다. 특히나 ‘주 52시간 근무’ 이슈가 핫한 요즘에 말이다. “덱스터스튜디오는 중국의 테마파크에 VR콘텐츠를 제작 공급한다. 수익이 꽤 크다. 1년에 10개 이상 만들려고 한다.”
다음 작품은? “아직. 하지만 다음 영화는 아이맥스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김용화 감독의 도전은 계속된다. 더욱 빅~하게.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