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회 ‘너도 인간이니’의 포문을 여는 내레이션이 캐릭터들의 숨은 감정을 드러내며 몰입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KBS 2TV 월화드라마 ‘너도 인간이니’가 시청자들의 허를 찌르는 강렬한 엔딩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오프닝으로 빈틈없는 시너지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오프닝 내레이션은 지난 회 엔딩을 특정 인물의 감정과 시각으로 다시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이해력을 높이고 있다.
로봇 서강준, “내가 로봇이 아니면 어땠을까?”
‘나만의 사람’ 강소봉(공승연)에게도 차마 말할 수 없는 인공지능 로봇 남신Ⅲ(서강준)의 속마음도 내레이션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25회에서는 “나 잠깐 니가 로봇이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했어”라는 소봉의 말에 “내가 로봇이 아니면 어땠을까?”라는 남신Ⅲ의 짠한 상상이 담겼다. “너랑 있으면 즐거워하고, 널 위해 울어줄 수 있다면”이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눈물을 흘리는 남신Ⅲ는 “하지만 난 로봇이야”라며 사랑을 마음으로 느낄 수 없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높였다. 소봉이 속상해할까 봐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남신Ⅲ의 애틋한 속내였다.
공승연, “강소봉 인생 게임 오버.”
극 초반,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각종 편법도 불사했던 소봉.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앞으로를 기대했던 이유는 지난 5회에서 등장한 오프닝 내레이션 때문이었다. 과거 상대의 부정행위로 격투기 선수 자격이 박탈된 후, “강소봉 인생 게임 오버”라는 말과 함께 “어차피 망한 인생, 돈이나 벌지. 대충 몸으로 때우면서”라는 소봉의 체념이 담긴 것. 동시에 화재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다가 홀로 위험에 처한 자신의 상황을 보며 “지 앞가림도 못 하는 게 남들 일엔 왜 나서?”라는 내레이션은 사실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한 소봉의 진면목을 기대케 했다.
인간 서강준, “엄마를 위한 거니까 괜찮아요.”
피와 함께 강렬한 귀환을 알린 뒤, 차원이 다른 차가움을 뿜어내던 인간 남신(서강준).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던 그의 진심이 지난 27회 오프닝에서 밝혀졌다. “엄마를 위한 거니까 괜찮아요. 아무리 무서워도 참을 수 있어”라는 내레이션대로 엄마 오로라(김성령)를 지키기 위해 두려움도 외로움도 홀로 참았던 남신의 과거와, 그렇기 때문에 오로라와 남신Ⅲ의 애틋한 관계에 상실감을 느낀 현재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 철없는 트러블메이커로 비춰지던 남신의 안쓰러운 과거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든 대목이었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