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수목드라마 <나쁜 엄마>가 시청자의 호평 속에 지난 8일 막을 내렸다. <나쁜 엄마>는 기구한 운명을 지고 사는 돼지농장 주인 진영순(라미란)과 그의 아들 최강호(이도현)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슴을 울리는 따뜻한 웃음을 안겨주는 배세영 작가의 필력과 심나연 감독의 섬세한 연출, 그리고 누구 하나 거를 게 없는 '조우리'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로 웰메이드 드라마가 완성되었다. 배우 이도현은 ‘억척엄마’의 영향으로 모질게 공부하여 검사가 되지만, 이들 모자를 드리운 어두운 과거의 유산으로 기억상실에 하반신 마비라는 불운을 겪게 된다. 이제 7살 아이가 되어버린 강호, 그것을 바라보는 엄마 영순과 사랑하는 미주(안은진)의 이야기가 시청자를 꽉 붙들어 맨다.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에서 '스위트홈', '오월의 청춘', '멜랑꼴리아', '더 글로리', '나쁜 엄마'까지 쉼 없이 달려온 이도현 배우를 만나 '나쁜 엄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넷플릭스 '더글로리'에서 만나 연인 사이가 된 여배우 이야기도 살짝 언급되었다.
Q. 마지막 회를 어떻게 보았는지.
▶이도현: “제가 출연한 작품을 보면서 감정이 이입된 적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은 나도 모르게 이입이 되더라. 마지막 회를 다같이 보았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래서 몰래 벽을 바라보고 울었다. 어머니(라미란) 나오는 장면은 다 슬펐다. 아마 엄마의 삶을 봤기 때문에 시청자와는 또 다른 감정이었을 것이다. 엄마 돌아가시는 장면은 정말 보기 힘들었다.”
Q.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 이어 드라마 <나쁜 엄마>도 잘 되었다. 소감은.
▶이도현: “신기하고 너무 좋다. 예상 못한 것이다. 시청률을 바라보고 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을 고를 때 대본과 이야기, 내가 맡은 역할, 재밌을 것 같으면 선택한다. 시기적으로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저 혼자 힘으로 된 게 절대 아니다. 저의 연기를 잘 나오게 연출하셨고, 조명도 예쁘게 비춰주었다. 카메라와 조명 팀이 <더 글로리>와 같은 팀이었다. 작업하며 더 빠르게 안정된 것 같다.”
Q. 맡은 역할이 특별했다. 특별히 노력한 점이 있는지.
▶이도현: “작품에 임하는 태도는 항상 같다. 참여하는 배우나 감독에게 누가 되지 않게 연기하려고 했다. 연기를 하면서 중점을 둔 것은 7살 어린 아이로 돌아간 강호와 36살 검사 강호 사이의 괴리감을 없애려 했다. 둘은 같은 인물이니까. 기억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너무 어린 모습을 보이면 시청자들이 볼 때 반감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상황을 보여주면서 그 갭을 줄이기 위해 감독님, 선배님이랑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Q. 실제 동생의 영향은 있는지. 작품 선택이나 연기할 때.
▶이도현: “그런 것은 없다. 동생을 제 작품과 연관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면 사적인 감정이 많이 들어갈 것 같다. 이 드라마는 제가 명확히 해야 하는 이야기이다. 내 가족을, 사적인 감정을 끌어들이면 피해가 간다고 생각한다. 대본이 좋았을 뿐이다. 그리고 도전해보고 싶었던 역할이었다.”
Q. 드라마는 코미디, 스릴러, 로맨스가 다 있다.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부분, 그리고 쉬웠던 점이 있었다면?
▶이도현: “다 어려웠다. 처음 시작할 때는 ‘7살로 돌아간 강호’를 연기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촬영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검사 연기를 하는 게 더 어려웠다. 어린 강호는 다른 배우와 주고 받는 것이 있어서 괜찮았는데 검사를 연기할 때는 온전히 혼자 감내하고 채워 넣어야했기 때문이다.”
Q. 연기하기가 쉽지 않은 역할이다. 감정의 진폭이 왔다갔다하는데 어떻게 연기를 한 것인가.
▶이도현: “감정 소모가 있는 연기를 할 때는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다. 최대한 그 역할에 빠져서 연기한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방식을 좀 고치고 싶었다. 내 감정에 너무 빠지면 놓치는 게 많더라. 그걸 라미란 선배가 일깨워주었다. 선배님은 즐겁게 연기를 한다. 처음엔 ‘이상해요, 어머니’ 그랬었다. 크게 울어야하는 장면을 앞두고 신나게 노는 것이다. 그러다가 슛 들어가면 기가 막히게 연기를 한다. 놀이하는 것처럼 생각하라고. 처음엔 잘 안되더라. 자꾸 하다 보니 그게 편해지고, 새로운 길이 열렸다. 나도 편안하게 생각하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라미란 선배님 덕분이다.”
Q. 스스로 연기자로서 성장한 것이 느껴지는가.
▶이도현: “카메라 앞에서 마음이 더 편해진 것 같다. 라미란 선배와 첫 촬영은 경찰서 신이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장면인데 생각만큼 잘 안 되었다. 선배님이 ‘왜 그렇게 힘들게 하니. 편하게 해. 놀이터 같아야 오래한다. 자기를 갉아먹고 어렵게 하지 마.’라고 하셨다. 그 말이 크게 와 닿았다. 그렇게 하다 보니 카메라 앞이 편해졌다. 카메라 앞에 새롭게 느껴졌다.”
Q. 작품 보실 때 어떤 것을 보는 편인지.
▶이도현: “제가 해보지 못한 것에 끌리는 것 같다. 일단은 제 역할보다는 극 전체를 보고 너무 재밌고, 읽고 싶어질 때. 그 다음에 제 역할을 본다. 제 역할이 많든 적든. 그 신이 사는 게 더 중요하다.”
Q. 이 작품에 끌린 포인트가 있다면?
▶이도현: “대본이 재밌었다. 그래서 하고 싶었다. 주변에서 쉽지 않을 거야, 어려울 거야 하니까 더 오기가 생겼다. 세상에 쉬운 건 없다.”
Q. 사로로 ‘7살 아이’가 된 뒤의 연기를 하였다.
▶이도현: “초반이 관건이었다. 내겐 연기 도전이었다. 미션을 수행하듯이 준비를 했다. 한 테이크 당 대여섯 가지를 준비해서 연기했다. 3살, 5살,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까지. 그렇게 톤을 맞춰보았다.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강호를 만들어나갔다. 휠체어에 앉거나, 움직이지 못하는 연기는 어렵지 않았다. 제일 힘들었던 것은 졸음과의 전쟁이었다. 그 당시 작품 세 개를 동시에 하고 있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침대에 계속 누워있을 때는 정말 잠이 쏟아지더라.”
Q. ‘더 글로리’, ‘나쁜 엄마’, ‘파묘’를 같이 진행한 모양이다. 시간 관리는 어떻게 했는지.
▶이도현: “특별출연한 것도 있다. 스케줄은 매니저 친구가 조율하느라 고생했다. 대본은 이동 시간에 외웠다. 기장에서 파주로, 기차 안에서, 숙소에서 무조건 대본을 보았다. 촬영 2~3일 전에 것을 미리미리 본다. 머리에 입력해 두고 계속 외웠다.”
Q. 그런 바쁜 와중에 연애는 언제 할 수 있었나? (하하하~)
▶이도현: “그러게요. 저도 신기해요. 죄송해요.” (하하하)
Q. 임지연 배우의 반응은 어땠나.
▶이도현: “그 친구도 작품을 많이 하고 있어서. 마지막 방송 같이 보자 이런 이야기하기가 미안했다. 봤는지 안 봤는지 모르겠다. 축하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방송을 보았든지 시청률 기사를 본 모양이다.”
Q. 출연 작품이 쏟아지고 있는 것 같다.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는지.
▶이도현: “딱히 없다. 아, 있다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 이전에는 말을 할 상대가 가을이(키우는 강아지)였다면 이제는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기 연습은 함께 스터디 하는 그룹이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Q. 연기 스터디 그룹에 대해 소개해 달라.
▶이도현: “학교를 같이 나온 친구들. 데뷔를 한 형도 있고, 같이 방송연기학원 다녔던 친구도 있다. 소속사가 없는 친구도 있고. 오디션 볼 기회가 생기면 연습실에 모여 같이 연기 연습을 했다. 강호 연기도 같이 했었다. 강호 역할을 나만 한 게 아니라 다들 하면서 서로 필요한 것을 찾는 방식이다. 날짜를 정해 놓고 만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오늘 만나서 이야기하자' 하고 만난다. 다들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각자 서로의 연기에서 알아서 자기가 필요한 것, 부족한 것을 빼먹는 식이다. 이야기하다가 ‘네가 말한 여자 친구 이야기 좋은데 다음에 연기할 때 써먹으면 좋을 것 같아.’식으로 이런 방식은 저도 좋고, 친구들도 좋아하니 여가생활 즐기듯 활성화 되었다. 그런 식으로 가끔 만나서 연습했다. 3~4년은 되었다. 정기적으로 모인 것은 1년 정도 된다.” (모임이 있으면 밥값은?) “그건 내가 낸다.” (하하하)
Q. 예진(기소유), 서진(박다온)을 연기한 아역배우들과의 연기 합도 좋았다.
▶이도현: “그렇다. 처음 ‘7살’에 맞춰 연기하려고 할 때 서진이, 예진이의 연기 톤과 맞추려면 내가 준비한 게 무너지더라.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올라가더라. ‘감독님,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갈게요.’ 했더니 감독님은 아이들이랑 있을 때는 그게 더 좋다고 하더라. 그렇게 아이들과는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받아들이며 연기를 했다. 그만큼 수월했다. 정말 아이들의 연기 연습이 대단했다. 한 번은 서진이가 연기할 때 ‘뇌졸중’ 대사가 잘 안되었다. 전날 이가 빠져서 발음이 잘 안되었다고 한다. 자기 발음이 잘 안되니 펑펑 울었다. 그 다음날 보니 대사연습을 유독 열심히 하고 있더라. 놀랐다.”
Q. 전성기를 맞았는데 입대하게 된다. 아쉬움은 없는지.
▶이도현: "아쉬울 것 같지는 않다. 군대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군에서 배울 게 더 많다고 생각한다. 지난 4~5년 동안 개인적으로 뭘 배울 시간이 없었다. 군에 가면 자기개발을 할 수 있고 동기들과 경험을 나누고, 그들의 장점을 빼먹을 있을 것 같다." (날짜는 정해졌는지?) "나이가 있으니 올해 안에 가야 한다."
Q. 삼식이에 대해서. 마지막엔 하영이와 로맨스를 이어갈 것 같이 끝났다.
▶이도현: “저는 전적으로 삼식이를 응원합니다. 강호가 하영이에게 몹쓸 짓을 한 셈이다. 촬영을 하면서 삼식이가 그러더라. ‘저도 하영이랑 멜로가 있을 것 같아요’라고. 그래서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은근슬쩍 그런 것 표현하더라.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었는지...”
Q. 실제 도현씨의 가족 관계는 어떤가.
▶이도현: “집에 딸이 없다. 그래서 엄마에게 애교도 많이 피운다. 툭툭 건드리고 장난도 많이 친다. 버르장머리 없어 보이는데 가끔 엄마 이름도 부른다. 살갑게 느껴지게.” (화목한 것 같다) “예전부터 화목했다. (큰 집으로) 이사 보내드리니 더 화목해진 것 같다. 그리고 카드 드리니까 더더 화목해지신 것 같다.” (하하하)
Q. 드라마 방송될 때 평이나 기사 댓글은 보았는지.
▶이도현: “찾아서 보지는 않는다. 가족이나 회사에서 캡쳐해서 카톡으로 보내줄 때 보았다” (회사에선 좋은 기사만 보여줄 것 같다) “그렇겠죠? 나쁜 것도 있는 것 아는데 좋은 것만 보내주시더라. 그런데 피드백 보면서 이런 생각도 했었다. 엄마가 휠체어 탄 강호를 물에 빠뜨리는 장면. 촬영하면서 학대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걸 실제 상황으로 인식하기도 하더라. 어떤 분은 ‘나였더라도 내 아들이 걸을 수만 있다면 더 심한 것도 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Q. 강호(이도현)에게 진영순(라미란)은 어떤 엄마일까.
▶이도현: “옛날에는 나쁜엄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 크고 나서는 그 이유를 알았으니까. 그만큼 나를 사랑한 엄마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Q. 김하늘, 임수정, 송혜교, 라미란, 안은지까지. 연하남 배우로서 연기 호흡이 잘 맞았는지.
▶이도현: “나이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역할로서 먼저 받아들이는 편이다.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 역은 송혜교 선배가 하실 것 같아 하면, ‘아, 문동은이구나’ 하지 ‘송혜교 선배구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가 나이 이야기를 하면 그 때 ‘아~’그런다.”
Q. 차기작은? 근황 소개.
▶이도현: “영화 <파묘> 다 찍었고, 지금은 백수입니다. 강호는 촬영 끝난 시점에서 보내주려고 했다. ‘바이바이’ 했고. 지금은 쉬면서 뮤지컬 레슨 받고 있다. 노래를 너무 못해서. 뮤지컬을 하고 싶은 꿈이 있다. 영어도 배우려고 한다. 캠핑 가려고 한다. 움직이는 게 쉬는 것이다. 캠핑 관련해서는 라미란 선배가 많이 알려주더라. 내가 뭘 샀다고 하니 ‘응, 그건 백프로 되팔게 될 거야. 그래도 써 봐. 네가 써봐야지 알 수 있어.’ 그러시더라.”
Q. 올해 안에 군대 가게 되면, <파묘> 개봉을 못 볼 수도 있겠다.
▶이도현: “영화는 <파묘>가 처음이다. 커다란 스크린에 내 얼굴이 나온다는 것이 조금 무섭기도 하다. 저도 무대인사라는 것을 해 보고 싶었는데. 올해 시사회란 것을 처음 가봤다. 관객들이랑 소통하고, 배우를 눈앞에서 본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나도 이런 무대에 서서 인사해야지 생각했다. (개봉을 11월 즈음에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요? 그럼 100프로 휴가 나와서 봐야 할 것 같다.“
Q. 연기자로서 지키고 싶은 신념 같은 것이 있다면?
▶이도현: “한결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를 하면서 무엇을 할지 생각하게 되고, 감사하며 살게 된 것 같다. 연기는 대게 힘들다. 일하면서 피곤할 때도, 짜증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일하고 싶어서, 연기에 목마를 때, 그렇게 매달렸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은 복 받은 것이다.”
[사진= 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 JTBC드라마 '나쁜엄마' 스틸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SLL,필름몬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