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수목드라마 <나쁜 엄마>(연출:심나연 극본:배세영)가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나쁜 엄마>는 돼지농장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보려는 영순(라미란)의 기구한 삶을 다룬다. 이번 작품에서 극의 주 무대가 되는 조우리 출신의 미주를 연기한 안은진에게서 드라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안은진 배우는 한예종 연기과 출신으로 1992년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로 데뷔한 뒤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을 오가며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Q. <나쁜 엄마>가 시청자의 박수 속에 막을 내렸다. 소감이 어떤가.
▶안은진: “첫 회와 마지막 회를 배우랑, 감독, 작가님이랑 모여서 함께 보았다. 첫방 때는 많이 떨렸다. 매주 시청자가 되어 빠져들었다. 마지막 회 보면서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같이 보는데 다들 훌쩍거렸다. 섭섭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Q. 작품은 어땠는지.
▶안은진: “엄마가 재밌게 보셨다. 엄마친구들도 밤에 이거 본다고 안 주무신다고 하셨다. 조우리 사람들에게 공감되어 완전히 빠져서 보시더라. 어른들 사시는 모습이니 뭘 해도 재밌고, 뭘 해도 짠했을 것이다. 사건이 휘몰아치지 않아도 매 회 보면서 웃음 짓게 된다. 제 친구들보다 엄마친구들이 이 드라마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신다. 세상의 엄마들은 다들 자신이 나쁜 엄마라고 생각한다. 자식이 조금만 아파도 ‘나 때문이야’ 하는 그런 감정을 건드린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엄마는 좋은 엄마였다고 하더라.”
Q. 13회에서 건달 선장(이규회)의 도박하우스에 은진이를 두고 강호가 떠날 때 깜짝 키스를 한다. 이마에 하니 ‘여기가 얼마나 멀다고?“라며 입술 키스를 하는데.
▶안은진: “작가님이 그렇게 써주셨다. 미주가 얼마나 아쉬웠겠어요. 강호가 정신 돌아와서 얼마나 기쁜데. 인고의 시간을 보냈는데 그렇게 뽀뽀만 하고 간다니. 그런 감정을 그런 대사로 귀엽게 써주셨다. 그 장면 찍을 때 다들 박장대소했었다.”
Q. 유인수가 연기한 삼식이도 재밌는 캐릭터였다.
▶안은진: “삼식이는 모태솔로이다. 너는 왜 미주만 보니 물었더니, 태어나서 본 여자가 미주뿐이었단다. 그런데 마지막 회 보면 하영이(홍비라)보고 달라지잖은가. 너무 예쁘니까. 갈아탄 모양이다. 그래도 삼식이는 순정캐릭터이다.”
Q. 강호가 미주를 버린다. 그런데 미주는 끝까지 그를 기다린 셈이 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안은진: “그게 미주의 힘인 것 같다. 대본에 나와 있는 대로 생각해보면 강호가 미주 곁을 떠나지만 반드시 돌아올 사람이라는 생각한다. 난 절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을 눈으로 보고도 어떻게 그러지? 그런데 끝까지 갈수 있었던 것이 미주의 믿음인 것 같다. ’일이 다 끝나면 우리 곁으로 돌아올 거야‘라는 대사처럼. 아이는 커가고, 강호가 그렇게 되어 돌아왔을 때는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강호에게 어떤 일이 있든 굳건히 서 있는 것이 미주 캐릭터의 힘인 것 같다. 나는 미주 같은 사랑을 할 순 없을 것 같다. 따라갈 수 없는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Q. 강호(이도현)와의 로맨스는 어떤 식으로 준비했는가.
▶안은진: “’나쁜 엄마‘는 영순과 강호의 이야기가 중요하다. 제가 맡은 미주 입장에서는 과거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드라마가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과거에 둘이 어떤 사랑을 했는지가 중요할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얼마나 사랑했는지, 예쁘게, 친밀감이 있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보여주었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둘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커플룩이나 도시락, 뽀뽀하는 것 모든 것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외로운 서울 하늘 아래, 서로 정말 사랑하는 사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둘이 다시 만났을 때는 더 많이 감정이 이입된 것 같다. 오히려 그런 현실에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찍은 것 같다.”
Q. 라미란 배우와는 영화 <시민 덕희>에 이어 드라마를 찍었다. 어떤 배우인가.
▶안은진: “라미란 배우는 눈만 봐도 웃긴다. 나는 겪어봐서 언니가 현장에서 얼마나 재밌는 사람인지 알고 있는데 도현 씨는 처음이라 당황했을 것이다. 영순에게는 진지한 감정신이 많았다. 그런데 아무리 진지한 장면이라도 슛 들어가기 전에는 장난을 친다. 90프로 그랬다. 그런데 일단 슛 들어가면 바로 바뀌는 사람이다. 같이 연기하는 도현이가 얼마나 놀라겠어요. 저는 <시민 덕희>를 했었기에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도현이도 같이 장난치고 있더라. 너무 재밌었다. 조우리 주민을 연기한 선배님들이 다 그랬다. 간식 드시고, 장난 치시다가도 슛 들어가면 바로 연기모드였다. 그래서 난 항상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었다.”
Q. 촬영하면서 배우들이 간식도 나눠먹고 했다는데.
▶안은진: “법정 신이 제일 웃겼다. 각자 먹을 것을 한 주머니씩 가져온다. 가방에 해바라기씨랑 커피차 오면 츄러스 같은 걸 챙긴다. 그 장면을 이틀 동안 찍었는데 얼마나 당이 떨어지겠어요. 감독님이 ”슛 들어가요. 입 주위 좀 닦으시고. 숨겨도 다 보여요“한다. 바닥에 내려놓으면 ‘바닥에 있는 것 다 보여요.’하고 가져간다. 메이킹 영상 보면 안 될 것 같았다. 감동적인 장면 찍는데 다들 군것질거리 챙기고 있으니. 그런 게 재밌었다. 조우리 장면은 경북 군위에서 찍었는데, 촬영 끝나면 다들 맛있는 것 먹고 그랬다.”
Q. 얼굴에 부기(浮氣)가 많은 편인가.
▶안은진: “정말 잘 붓는다. 피곤하면 붓고, 잠을 잘 못자면 붓는다. 감정신해도 그렇다. 울면 부으니까. 그래서 예전에 <종말의 바보>할 때 김진민 감독님이 ‘은진, 너 자지 말고, 부기 좀 빼’라고 주문하셨다. 그래서 열심히 파워 워킹하고 갔더니, 다리가 피곤해서 붓는 거였다. 억울하다.”
Q. 안은진이 작품 목록에서 <나쁜 엄마>의 의미는.
▶안은진:“전보다는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찍은 작품이다. 의지할 수 있는 선배도 많았고 영순과 강호의 이야기가 중심이니 전 미주 역할만 잘 찍으면 될 것 같았다. 부담감이 조금 있지만 현장을 믿고 가면 해결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Q. 전작(JTBC ‘한 사람만’) 시청률이 좀 안 좋았는데.
▶안은진: “그때는 많이 속상했다. 내가 연기를 못해서, 부족해서 그런가 생각도 했었다. 처음 경험해본 것이라. 그전엔 시청률이 잘 나오면 ‘대~박’ 하고 말 정도였는데, 선배들이 말하는 책임감, 부담감이 이런 것이구나 처음 느꼈다. 속상해하니 선배들이 ‘그것은 너의 소관이 아니다’고 해주셨다. 이번 드라마 하면서 시청률에 대해서는 큰 부담감이 없었다. 미주 캐릭터 하면서 즐거웠다. 마음을 내려놓고 찍었다. 이러다가 또 부담감을 느끼게 되겠죠. 앞으로는.”
Q. 뮤지컬, 연극, 드라마 열심히 연기활동 하고 있다. 다음 계획은?
▶안은진:“사극을 찍고 있다. (MBC ‘연인’) 올해 내가 하는 가장 큰 프로젝트이다. 대서사시이다. 전쟁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역할인데 이걸 어떻게 잘 표현할지 고민이다. 미주는 나랑 비슷한 부분을 잡아서 연기를 했는데 이건 사극이고, 역사적 배경이 있는 것이라 어떻게 연기톤을 잡아야할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현장에 가니 답이 있더라. 선배님 만나고,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아이디어 내주시고, 감독님이 디렉팅해 주시니 찍으면서 해결이 되더라. 내가 맡은 역할을 잘 표현해서 잘 마무리할 것이다. 남궁민 선배님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 어떻게 흐름을 이어갈 것인지 에너지를 꽉 갖고, 현장에서 집중하신다.“
[사진= UAA/ 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