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예능 ‘1박2일’을 통해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던 유호진 피디가 이번에는 오지의 세상으로 길을 떠났다. 시청률 격전지 금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거기가 어딘데>를 들고 시청자를 찾고 있다. <거기가 어딘데>는 지진희, 차태현, 조세호, 배정남이라는 신선한 연예인 조합으로 극지 탐험을 떠나는 것. 이들은 열사의 땅, 아라비아 사막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그들이 다녀온 아라비아 오만의 사막 편은 현재 2회분이 방송되었다. 채 오만 편이 끝나기도 전에, 아니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전에, 유호진 피디는 탐험대원과 함께 두 번째 탐험지 스코트랜드를 다녀왔다. 오만과 스코트랜드를 합쳐 모두 10부작이 방송될 예정. 시청자에게 피디 본인의 건강을 걱정하게 만들던 비주얼의 유호진 피디가 취재진을 만나 오지 탐험과 예능프로그램 제작 뒷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2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KBS미디어센터 5층 심석홀에서이다.
최근 방송된 2회분은 3.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워낙 쟁쟁한 예능프로그램이 포진하고 있는 시간대라 신규프로그램이 한자리 잡기는 힘든 일이다. “시청률은 예상한대로 나온 것 같다. 편성할 때부터 대한민국에서 제일 어려운 자리라고 생각했던 지점이다. 나름 이 프로는 진중하고 교양적인 면이 있다 보니 (시청률추이의) 움직임이 늦은 측면도 있을 것이다. 행복회로를 작동시키려고 한다. 점진적으로 조금씩이라도 상승곡선이었으면 한다.”
내러티브가 있는 탐험기
유 피디는 전체적인 완결성을 노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새로 프로그램을 런칭하는 피디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딜레마다. 어떻게 압축적 설명으로 이야기를 본 궤도에 빨리 진입시키느냐는 문제이다”며, “1부가 사막으로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이고, 2부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막을 보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회차가 진행되면서 더 많은 내러티브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가혹한 사막에서 펼쳐지는 탐험이다 보니 건강문제, 안전문제에 관심이 집중될수 밖에. “그런 가혹한 장소에 가면 무슨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제작진과 연기자에게 문제가 생겼는데 다행히 예상범위 안의 증상이다. 탐험에 장애가 되거나, 좌초할 수준은 아니었다”며 “문제없이 무사히 귀국해서 정말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병약한 이미지’를 줄곧 풍겨온 유호진 피디는 사막에 이어, 2차 탐험까지 막 끝낸 터라 더욱 지쳐 보인다. “일부러 체중계엔 올라가지 않았다. 오만 갔다 와서 빠진 내 몸무게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진 것이다”고 한다.
특별한 제작진 에피소드가 없었냐는 질문에는 “방송에서 묘사된 것처럼 고열과 탈수 증세도 실려 나가기도 했고, 버스 에어콘 바람을 쐬며 내일을 쉴 수 있다는 꾀병 같은 느낌? ”이라더니 사막에 가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굉장한 경험을 강조한다. “카메라 스태프는 너무 좋아했다. 인물보다 그 멋진 광경을 잡으려고 안달이었다. 카메라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정말 직접 담고 싶어 하는 곳이었다.”
유 피디가 탐험지를 정하는 기준은 대체로 이렇단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원했다.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여행지에서 누군가와 부대끼는 그런 그림을 원하지 않았다. 그런 접점이 전혀 없는 곳에서 사람과 자연이 부대끼는 것을 담고 싶었다.”
첫 번째 다녀온 곳은 오만의 사막이었고, 두 번째 다녀온 곳은 스코틀랜드이다. “유럽은 예쁜 관광지이고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그런데 이번에 간 곳은 마지막 남은 미개발지이다. 탐험가에겐 학교 같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유 피디는 관광가이드북에 관광루트가 없는 곳을 찾았단다. 사전답사를 통해 그런 코스를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남영호 대장과 함께!
예능과 다큐 사이
유 피디는 이날 촬영도중 겪었던 아찔한 순간을 고백했다. “사막에서 물이 떨어져서 정말 위험할 뻔했다. 사막에서는 가만히 서 있어도 5리터의 물이 필요하단다. 그런데 계산을 잘못한 것이다. 트렁크를 열어보니 남은 물이 하나도 없었다. 천만다행으로 보급팀이 물이 모자랄 것 같아 물을 보내준 것이다. 오해와 착각이 교차하며 물을 만난 것이었다.”
정통 여행예능프로그램에 다큐적인 느낌이 더해졌다. “이 프로그램은 가혹한 자연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갔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래서 다큐적인 요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통 다큐를 만드는 사람에겐 미안한 일이다. 장기간 누군가와 인연을 맺어 관찰하고 내레이션을 이어가는 정통다큐와 비교하면 사유의 깊이에서 차이가 날 것이다.
프로그램 전개의 속도감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사막을 다룬다니 다들 사막을 빨리 보고 싶어 하더다. 그런데 다른 패키지와 달리, 이번 컨셉트는 가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하고, 도착하기까지 무슨 준비를 하고, 마음가짐의 변화는 어떤지, 심리적 갈등을 차례로 보여주고 싶었다. 보수적인 선택이다. 요즘 트랜드대로 한다면 시작하고 20분쯤 되면 현장이 나와야할 것이고, 설명은 중간중간 플래시백으로 처리할 것이다. 하지만 연출자로서 이번 탐험은 비행기에서의 온도, 차량에서의 온도, 호텔에서의 온도 등을 보여주고 현장에 다가가는 모습을 느릿느릿 보여주고 싶었다.”
오만과 스코틀랜드 다음 여행지는 어디인가? “아직은 모른다. 10부작으로 생각했다. 좋은 결과로 마무리 되었으면 한다. 많은 사람들이 비용 들여 고생해서 찍은 것이다. 인문학적, 고고학적인 접근이 시청자에게 효용이 있나 검증한 뒤 다음 프로젝트를 생각해 볼 것이다.”
KBS 2TV ‘거기가 어딘데??’(연출 유호진) 3회는 오늘(22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