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작가 스미노 요루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다소 충격적인 제목의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소개되며 관심을 받았다. 그의 두 번째 소설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에 이어 신간이 번역 출간된다. <밤의 괴물>이다. 제목만으로 사람을 궁금하게 하고, 영화사들이 관심 갖게 만드는데 재주가 있는 듯 하다.
<밤의 괴물>은 의외로 무겁고, 심각한 사회문제를 담고 있다.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짐작하고,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소설은 일본의 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년 앗치는 그 나이 소년들과 별 다를 게 없는 평범한 학생이다. 어떻게? 핸드폰에 빠져있고, 유튜브를 좋아하고,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평범한 삶? 그럴지 모른다. 학교 친구들은 다들 그렇게 알고 있다. 우리와 똑같은 소년으로! 그런데 이 소년은 밤마다 특별한 존재가 된다. 바로 괴물이 되는 것이다.
소년은 어느 날 밤, 어두운 방에서 잠을 자지 못하고 앉아 있다가 서서히 변신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놀란다. 자신의 몸이 한 방울 한 방울 눈물처럼 검은 알갱이처럼 변해가더니 자신의 뼈와 살과 피부가 흩어진다. 그러고는 마치 연기처럼, 몸뚱이가 바뀌는 것이다. 소년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소년은 그 모습으로 방을 빠져나온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갈 곳이 없다. 연기처럼 바람처럼 자신의 학교를 찾아간다. 그곳에는 한 소녀가 있다. 같은 반 급우 야노. 언제나 사람을 보면 실실 웃는 여학생. 소년은 알고 있다. 그 소녀가 바로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애라는 것을. 그 누구도 그녀에게 말을 걸거나, 관심을 가지거나, 아는 체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왕따’란 것은 사회집단 내에서 이뤄지는 정서적 폭력행위이다. 특정인을 소외시키고, 다양한 방식으로 인격을 무시하며 때로는 신체적 폭력까지 동원된다. 많은 일본 소설과 영화에서 이런 왕따/이지메 문제를 보아왔다. 시미노 요루의 <밤의 괴물>에서는 그런 사회적 문제에 접근하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스미노 요루는 학내에 만연한 왕따/이지메의 폭력성을 디테일하게 그리지 않았다. 그러나, 소설을 통해서 밤의 두 사람과 낮의 두 사람,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교실 친구들의 반응과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왕따 현상이 이뤄지고, 급우들의 정서적 결합이 강해지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준다. 왕따는 결국 소외시킨 피해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범자, 방관자이다. 야노가 왜 그렇게 ‘무의미한’ 웃음을 계속 보이는지, 앗치가 왜 괴물이 되었는지 소설을 읽어가면서 알게 될 것이다.
히어로무비처럼, 소년이 세상을 깨는 것도, 호러무비처럼 소녀가 처절한 피의 복수를 하는 것도 아니다. 어른들이 나서서 아이의 세상을 계도하는 단순한 이야기도 아니다. 스미노 요루는 <밤의 괴물>을 통해 ‘왕따’를 바라보는 내재적 불안감을 적시한다.
한국어 번역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과 스미노 요루의 전작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등 다수의 작품을 번역한 일본문학 전문번역가 양윤옥이 맡았다. 작중 야노의 특유의 대화법이 독특하게 번역되어 있다. 읽는 재미가 더해진다. (KBS미디어 박재환)
[동영상=일본출판사 후타바샤(双葉社) 공식유튜브 책소개 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