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나영이 OTT드라마 <박하경 여행기>로 돌아왔다. 2018년 독립영화 <뷰티풀 데이즈>와 2019년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 이후 무려 4년 만에 신작으로 만나보는 것이다. 웨이브 오리지널 ‘박하경 여행기’(감독 이종필)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따분한, 그리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일상을 잠시 잊고, 토요일 하루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는 ‘박하경’의 힐링 여행기이다. 25분 남짓의 짧은 에피소드 8편을 통해 박하경과 함께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된다. 웨이브 공개를 앞두고 이나영을 만나 ‘박하경 여행기’와 ‘이나영 라이프’를 들어보았다. 그리고 당연히 남편 ‘원빈’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Q. ‘박하경 여행기’를 본 소감은 어떤가.
▶이나영: “시나리오 받자마자 하기로 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짧은 미드폼 구성이 어울릴 것 같았고, 거하지 않은 담백함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멍 때리는 표정만 잘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나리오 회의하면서 너무 어렵더라. 중간에 어려웠던 시간이 있었지만 무사히 촬영을 끝냈다. 재밌게 촬영했고, 작품도 잘 나온 것 같다.”
Q. ‘박하경 여행기’는 기존의 여행 소재 작품과는 달리 주인공이 여행가이드이며 쇼 호스트이며, 관찰자이다.
▶이나영: “이 작품의 장점은 박하경에게는 경계해야할 것이 없더라. 이전 작품을 할 때는 인물이 히스토리가 있고, 상처가 있어서 ‘이런 일이 있어서 이랬을 거야’라고 인물에 대한 빌드업을 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런데 박하경은 국어선생님이라는 설정 하나면 된다. 따로 준비할 것이 없었다. 감독님과 이야기하며 어정쩡하거나, NG같고, 어색하더라도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촬영하다가 NG 난 것 같아도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그러면서 정해지지 않은 감정이 나온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캐릭터를 생각하고 만나지는 않는다. 만나다보면 눈물이 날 수도 있고, 웃음이 나기도 한다.”
Q. 8개의 에피소드에서 그런 자연스러운 감정이 배어 나온 게 있다면.
▶이나영: “1화에서 선우정아 배우와 만나는 장면이 그랬다. 바위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때, 서로에 대한 정보도 없는 상태이다. 그런데 묵언수행 중인 인물이다. 그냥 보고 있는데 울컥해지며 애틋한 마음이 느껴졌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도 제자 한예리와 나의 과거가 접목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별히 울어야하는 신도 아니고, 풀 샷으로 찍고 있는데 너무 눈물이 나더라. 그 장면은 못 쓰겠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계속 찍었다. 마지막엔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나더라. 제자라는 캐릭터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사람이어서 그런 모양이다. 정해지지 않은 감정은 이런 것인 모양이다. 길혜연 선배님의 대사에서도. 눈물이 나서 들어낸 것이 많다.”
Q. 5편(스텝이 꼬여도 춤은 계속된다)에서 좋아하던 작가(춤추는 캥거루 구경숙)를 만난다. 이나영 배우에게도 특별한 시기를 지배한 책이 있다면.
▶이나영: “어렸을 때 책이나 소설을 많이 보는 아이가 아니었다. 일을 시작하며 많이 접한 것 같다. 영화처럼 책이 치유되는 것 같다. 이전에 읽은 책들 중 지금도 좋아하는 것은 파트리크 쥐스킨트 작품과 <에곤 실레, 벌거벗은 영혼>이다. 예전에 나 자신을 모르던 시절, ‘이게 뭐지?’, ‘이런 걸 좋아하는 감성은 뭐지?’ 하며 읽었던 것 같다. 지금도 나의 자아를 찾는 중이지만. ‘아웃사이더’ 같은 게 저한테 와 닿았던 것 같다.”
● 밀면을 후~ 불며 먹기
Q. 선배들과의 연기호흡이 좋았다.
▶이나영: “정말 좋은 선배님들과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다. 캐스팅이 확정될 때마다 놀랐다. 팬심을 가지고 연기를 기대했다. 연기의 호흡들이 너무 다르지만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나 멋진 연기가 케미가 나올지 궁금했다. 현장에 충실하려고 했다. ‘뭘 하려고 하지 말자!’, ‘들어내자!’고 생각했다. 멍 때리는 표정에서도 들어내고 싶었다. 밀면 먹을 때도 그랬다. 먹는 신 찍을 때는 괜히 욕심이 생긴다. 더 잘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어떻게 먹지?’ ‘이렇게? 저렇게?’ 하면서 말이다. 욕심 내지 말자. 그런데 내가 먹으면서 면을 ‘후~’하고 불더라. 웃음이 나왔다. 내가 현장에서 라면은 진짜 잘 먹는다. ‘1일1라면’ 느낌처럼. 내 몸이 밀면을 먹으면서도 그런 반응이 나오더라. 웃긴 것은 서울 밀면집에 갔는데 또 그러더라. 몸에 뱄나 보다. 혼자 웃었다.”
Q. 헤어나 패션 등에 특별히 신경 쓴 게 있는지.
▶이나영: “작품을 할 때는 머리 스타일부터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숏 컷을 해보고 싶었다. 감독님이랑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게 맞는지 의논하고 결정했다. 작품을 할 때 전체적인 룩(Look)이 어떨지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룩을 생각하면 캐릭터가 어떻게 나올지 상상이 간다. 다른 영화 볼 때에도 소품이나, 동작, 의상에 디테일이 있으면 감동 받는다. 아무 것도 아닌데 손톱 하나에도 디테일이 있으면 감동받는다. 캐릭터 만들면서 의견을 많이 나눈다.”
Q. 구교환 배우와 멜로 연기는 어땠나.
▶이나영: “찍으면서 감독님에게 ‘이건 치명적인 매력이 나와야한다’고 말했었다. 우리끼리 딴 데서 보지 못한 그런 치명적인 매력의 아이콘으로 나와야한다고 이야기 했다. 이게 판타지인지 현실인지 다 열려있다. 구교환과 나누는 긴 대화 장면은 숙제였다. 이상한 게 나와야할 것 같았다. 그게 엇박자이든, 어색함이든, 핑퐁으로 잘 나오든 답이 없지만 긴장했다. 그래서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의 길거리 신을 계속 돌려봤다. 그 장면 보고 실제 이나영과 말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 자연스럽게 나왔던 말인 것 같다.”
Q. 이나영 배우의 힐링은 어떤 식으로?
▶이나영: “진짜 영화로 힐링을 많이 한다. 영화에서 디테일한 것을 보게 되면 혼자 뿌듯해진다. 영화를 보며 연기적으로 공부를 하게 된다. 그리고는 동네 친구들이랑 시시콜콜한 이야기하며 수다 뜬다. 비슷하다.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다.”
Q. 어떤 영화를 즐겨 보는지.
▶이나영: “다 보는 편이다. 그런데 호러를 잘 못본다. 사람 이야기를 좋아한다. 켄 로치 감독 작품 같은 것.”
Q. 남편(원빈)도 <박하경 여행기>를 봤는지, 평가는 어떤지.
▶이나영: “처음부터 시나리오도 잘 읽었고 나랑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했다. 보고 나서는 감독님이 잘 채워준 것 같다고 그러더라. 편집 포인트도 잘 잡았고, 음악도 잘 짜서 잘 나왔다고 했다. 재밌게 봤다더라.” (좋은 작품이라 부러워하지는 않던가?) “부러워하겠죠. 부러워할 거예요”(하하하)
Q. 이종필 감독이 <영어완전정복>(2003)에의 나영주 모습을 떠올렸다고 하는데, 감독이랑 그런 이야기 했는지.
▶이나영: “아뇨. 감독님이랑 그런 낯간지러운 이야기는 안 해요. 이종필 감독님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준비하며 그 영화를 다시 본 모양이다. 그런 연기 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저도 좋아하고 아끼는 캐릭터이다. 이번 작품 하면서 많이 생각났다. 장르는 완전히 다르지만 비슷한 게 있다. 코미디 장르는 준비하면 들키는 게 많다. 그래서 코미디 하시는 분 존경한다. 이걸 어떻게 끌고 가야하나. <박하경 여행기>도 그렇게 준비하지 않아야, 그럴수록 좋은 현장이었다. <영어완전정복> 찍을 때 아프고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그때 제가 느끼지 못한 압박감이 있었다. 현장에서 내던져야하는 감정이 많이 떠올랐다.”
Q. 이나영 배우를 자주 만날 수 없다.
▶이나영: “정해놓은 게 아니라 인연이 되는 시나리오를 하다 보니 이렇게 띄엄띄엄 작품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4년 뒤에 다시 봐요’할 수도 없고. 계속 꾸준히 (들어오는 대본) 읽고 있고, 기다리는 것도 이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완전히 나와야 할 것이다. 서로 잘 맞아야하니. 신중하게 고르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편이다. 보고 꽂히는 것을 고른다. 옷을 입을 때도, 뭔가를 할 때도 나를 자극하거나, 재밌겠다 싶은 것에 나를 던지는 편이다.”
Q. 이나영의 이미지에 대해서. 말을 잘 못할 것 같고, 신비주의 배우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나영: “그런 말 많이 들었다. 작품 내놓고 인터뷰할 때 ‘말 잘하시네요’라더다. 제 (개인)이야기 말고, 작품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작품 두고 인터뷰를 할 때 기자와 눈을 맞추고 평범하게, 이렇게 말한다. ‘저 그런 사람’이라고. 그런데 돌아가서는 또 그렇게 기사가 나온다. ‘신비주의 배우’라고. 아마 그런 이미지,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그렇게 보고 싶은지. 아마 결혼하고 나서 더 편해진 면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Q. SNS를 한다거나..
▶이나영: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사진도 못 찍고요.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게 무슨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제가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하는 것도 민망스럽고.”
Q. <박하경 여행기>의 시청자 반응은 찾아봤는지.
▶이나영: (정색하고) “어디서 찾아보나요? 주위 반응만 전해 들었어요.” (하하하)
Q. 작품 홍보를 위해 방탄소년단 슈가가 진행하는 웹예능 '슈가와 취하는 타임'(슈취타)에 출연했다. 일반적인 TV예능이 아니라 유튜브 예능에 나온 이유가 있는지.
▶이나영: “<박하경 여행기>가 OTT라고해서 선택한 것은 아니다. 그것처럼 유튜브 예능이라고 경계하는 것도 없다. 타이밍이 잘 맞았다. ‘어디 가서 어떤 이야기를 하지?’ 할 때 슈가씨가 앨범을 발표하고, 여행 컨셉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한다고 하더라. ‘사람’이란 노래였다. 원래 ‘사람’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가사가 와 닿았다. ‘스며드는 사람’, ‘다 지나간 헤프닝’, ‘와이 소 시리어스’ 이런 게. 이분도 사람에 관심 있고, 여행에 관한 것이니 잘 맞을 것 같았다. 진행도 편하게 잘 해주셨다. 본인 이야기도 하시고. 비슷한 점도 많고, 공감되는 게 있었다. 처음에 떨리긴 했는데 끝나고 나서는 슈가가 아니라 사람 민윤기를 만난 느낌이었다. 서로의 고충이나 감정들에 대한 공감되는 게 많아서 재밌었다.”
Q. <박하경 여행기>를 한 줄 방명록을 남긴다면?
▶이나영: “많은 경험과 감정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피소드마다 다른 사람들을 만났고, 감정이 다 달랐다. 이런 게 살아가면서 채워지는 감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즌2>에 대해 말씀 많이 해주시는데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제목이 ‘박하경’으로 지었으니 시즌2 한다면 출연해야하지 않을까요? 엮인 것 같아요.”
[사진=웨이브/ 더 램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