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이 오랜만에 새 정규앨범으로 돌아온다. 9집 <굿바이, 그리프>( Goodbye, grief.) 이후 5년만이다. 새 음반의 타이틀은 그냥 ‘자우림’이다. 20년을 꽉 채우고, 21년째 ‘자우림’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자우림의 멤버 김윤아, 이선규, 김진만을 만나보았다. 앨범 발매 하루 전인 21일 오후 강남의 한 카페에서.
22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매되는 정규 10집은 언제나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청춘, 사랑, 이별, 사회현상’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몽환적이며 감각적인 소리로 가득하다.
밴드 결성 20년, 10번째 정규앨범을 밴드 이름으로 지은 것에 대해 멤버 김진만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5년 만에 정규앨범을 발표하면서 ‘셀프 타이틀’을 내걸었다. 가수 입장에서 함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도 그렇게 한 이유는 나중에, 100년 후에라도 사람들이 옛날 음악을 듣다 ‘자우림’이라는 밴드를 알게 된다면 동명의 타이틀을 가진 앨범을 듣지 않을까 생각했다. 세상에 그런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김윤아는 이번 앨범이 자신들의 음악세계의 집대성이라고 설명한다. “처음 데뷔하고 3집 낼 때까지는 이 것 저 것 다 시도해 본 시기였다. 4집부터는 밴드다운 날 것의 음악을 만들었고, 그것이 9집에서 완성되었다고 보다. 다음엔 어떤 앨범으로 갈 것인지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은 모든 걸 비우고, 다시 촘촘하게 아래에서부터 채워보자는 것이었다. 에너지와 감정을 쏟아 부어 정교하게 작업했다. 과정은 매우 괴롭지만 결과물에 만족한다.“
자우림의 정규 10집에는 1번 트랙 '광견시대(狂犬時代)'를 시작으로 ‘아는 아이’, ‘Sleeping Beauty’, ‘있지’, ‘영원히 영원히’, ‘기브미 원 리즌’, ‘Psycho heaven’, ‘Other one’s eye’, ‘오버 더 레인보우’, 'XOXO' 등 10곡의 ‘자우림스런’ 노래들이 빼곡하게 차 있다. 하나하나 신경 써서 만들었고, 한 곡 한 곡 주의 깊게 배열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들의 이번 앨범이 단편소설집이라고 표현했다. “10곡의 노래들이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서로 연결되도록 신경을 썼다.”
SNS를 통해 영감을 얻는다는 김윤아는 이번 앨범에서 무엇을 고민했을까. 1번 트랙에서 느껴지는 ‘분노’에 대해 물어보았다. 김윤아는 “메시지를 툭 던졌다기보다는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 사회 전체가 억눌러진 것 같다. 우리가 데뷔할 당시, 그 나이의 청년들은 어른이 되면 어느 정도 사회를 추정할 수 있었다. 20년이 흘렀는데 사회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데 멈춰 버렸다. 깜깜하다. 비단 20대만 그런 게 아니다. 모두 불안해하고, 다들 자기 옆 사람을 짓밟는 것 같다”고 말한다.
밴드를 이렇게 오래 유지한 비결을 묻자 “이제 20년을 지냈는데. 데뷔할 때 산울림 선배가 데뷔 20주년 공연을 할 때였다. 그때를 기억해 보면 20년이란 시간이 비현실적인 것 같다. 처음 앨범 만들 때, 데모테이프 만들고 하던 때가 생각난다. 그런데 올해가 조용필 형님 데뷔 50주년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 듣고 어디 가서 깝치지 말자고 생각했다”
디지털음원 전성시대에 CD로 완성된 정규앨범을 내놓은 이유가 무엇일까. 이선규는 "우리가 가장 잘하는 방식"이라며, "저희는 어려서부터 앨범으로 구성된 음악들을 듣고 자랐다. 그래서 한 곡 내지 두 곡으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앨범으로 이야기를 푸는 것이 더 편하다.“
한편 자우림은 22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정규 10집 '자우림'을 발매한다. 그리고 오늘 저녁 KBS 2TV <뮤직뱅크>를 통해 신곡 두 곡을 선사할 예정이다. 자우림에게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인사드리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냐고 묻자, “아, 월드컵 때문에. 스케치북을 안 하네요.”라면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죠. 파이팅~”이라고 한국 월드컵 대표팀을 응원했다.
참, 자우림은 다음 달 7~8일에는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콘서트 [자우림, 청춘예찬(紫雨林 十 靑春禮讚)]을 개최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