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추석시즌에 개봉되어 262만 관객을 동원한 권상우-성동일 콤비의 탐정영화 ‘탐정: 더 비기닝’이 개봉된다. ‘천만 관객’ 시대에 262만명이라면 흥행영화라고 말하기에 애매하다. 하지만, 마블히어로 못지않은 속편의 동력이 있는 영화였다. 두 배우의 찰떡같은 연기 케미와 정통 느와르와는 완전히 결이 다른 생활밀착형 탐정스토리가 관객의 호응을 이끈 것이다. 영화사는 ‘속편’제작이라는 모험을 했다. 감독도 바꾸고 말이다. 그것도 여성감독으로. 가족이나 관계에 초점을 맞추려고? <탐정 리턴즈>의 이언희 감독을 만나 ‘탐정’에 합류한 계기와 충무로에서의 여성영화에 대해 물어봤다.
이언희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연출과를 나와 일찍이 2000년에 <행복한 장의사>라는 영화의 스크립터로 영화계에 진출했다. “그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도 했었다.”고 강조한다. 이후 <고양이를 부탁해>의 각색을 시작으로, 작년 <미씽: 사라진 여자들>에 이르기까지 ‘여성감독’다운(?) 패기와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을 만들어왔다. 그런 감독이 이런 팝콘무비를 만든 것은 의외인 셈.
"이번 영화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개봉 전 관객 블라인드 시사회와 기자시사회 때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다. 아직 긴장 되고 떨린다. "고 소감을 밝혔다.
전작 <탐정 더 비기닝>은 언제 보셨는지? 개봉 당시 보셨는지, 아니면 이번 영화 준비하며 봤는지? “그 영화는 2016년 추석에 개봉되었잖아요. 그 때 ‘미씽’을 한창 촬영 중이었다. 전주에서 촬영하고, 부산으로 헌팅 갔다가 추석을 맞았었다. 스태프 몇몇과 맥도날드에서 쓸쓸하게 햄버거 먹었던 기억이 난다"며 “'탐정'시리즈는 아는 분이 제작한 작품이고, 이전에 작품을 같이 한 적이 있어 나중에 챙겨봤다”고 덧붙인다.
이언희 감독은 <미씽> 작업하기 전에 크리픽처스와 다른 작품을 준비했었단다. 그러다가 <미씽>이 먼저 촬영에 들어갔고, 크리픽처스는 <탐정 더 비기닝>을 찍었다. <미씽>이 끝난 뒤 크리픽처스는 탐정의 속편을 이언희 감독에게 부탁했다고. “처음에 농담이다 생각했다. 왜 그러세요. 진심이세요라고.” “<미씽>을 끝내고서는 이번에는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그런 기회가 잘 주어진 것 같다”고 말한다.
이언희 감독은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더 비기닝’을 다시 한 번 꼼꼼하게 봤다고. "속편을 연출하기로 하고 1편을 다시 봤다. 남의 작품을 이렇게 연구하며 본 것은 처음이다"며, "신기한 것은 다들 이 영화를 코미디 영화로 기억하고 있더라. 영화는 범죄와 추리에 더 중점이 가 있는 작품이다. 왜 사람들은 이 영화를 코미디로 기억할까. 속편에서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 재미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2000년에 ‘스크립터’로 영화판에 뛰어들었으니 이젠 충무로의 중견감독인 셈이다. "스크립터는 작품 준비할 때부터, 감독님이랑 시나리오 작업부터 같이 했다. 편집까지. 그 당시에는 감독님이 전에 찍은 장면 찾아오라면 산더미같이 쌓인 비디오테이프 돌려보고 그랬던 시절이었다."란다.
이번 작품에도 '장기이식'과 관련된 범죄가 등장하고, 중국 사람이 악당으로 나온다.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범죄의 내용의 아니라 그 범죄 집단이다. 이 영화는 범죄영화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캐릭터 무비이다. 클리세한 면이 있더라도 범죄자체를 궁금해 하기보다는 그 범죄를 푸는 탐정들에 대해 궁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중국 사람을 마냥 악의 존재로 묘사하려고 하진 않았다. 태국인도 등장한다. 악당을 어디 하나로 몰빵하려고 하지 않았다. 신경을 좀 썼다.”
권상우-성동일 콤비에 이광수가 새롭게 합류했다. "이광수는 이전부터 좋게 본 배우이다. '좋은 친구들'을 보면서 이광수라는 배우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코믹한 이미지와는 달리 자기중심을 가진 배우라 생각했다. '미씽' 끝나고 나니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그런 영화를 찍고 나면 많이 힘들다. 많이 지쳐 있는 상황에서 이광수가 나온 '마음의 소리'를 보았는데 즐겁더라. 위안도 되었고. 문득 코미디라는 장르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었다. "
성북경찰서에 김동욱이 팀장으로 부임한다. “우정출연이다. 근데 그는 이미 주연급 배우이고 그런 역할을 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다. 해줄 것 같지도 않고. 정말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라서 욕심이 있어 피디에게 부탁을 했다. 캐스팅에 노력을 많이 했다. 우정출연인데 주연은 아니고, 분량도 많고.. <신과함께> 이후였다면 캐스팅이 힘들었겠죠?”
보너스처럼 마지막엔 표창원 의원이 깜짝 등장한다. "시나리오 단계 때부터 생각한 것이다. 재미있는 보너스로 생각했다. 찍으면서 가장 잘 어울리는 재미있는 사람을 찾아야했다. 송대만이라는 캐릭터는 자신이 인터넷 카페에서 프로파일러라고 주장하는 인물이고, 탐정범 관련하여 어울리는 분이었다.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프로파일러라서 출연을 부탁한 것이다."
정치인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씽>을 직접 관람한 특별한 경험에 대해 물어봤다. "그날 배우들과 지각했다. 하필 그날 마라톤이 열리고 있어, 차가 많이 막혔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아, 시계! 이니템!" 배우들과 감독이 그 유명한 문재인대통령 손목시계를 선물로 받았다고. "아마, '미씽'은 그렇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니템이 남았죠. 제겐 그것도 여성용으로!“
권상우 연기는 “탁월하죠”라고 말한다. “시사회 끝나고 나온 기사 가장 흐뭇한 게 권상우씨 연기 잘 한다는 평이었다. 감독으로서는 영화 좋았다는 말 듣는 것은 당연히 좋지만 영화를 같이한 배우들이나 스태프가 칭찬 듣는다는 것은 너무 중요하다. 이번 영화에서는 권상우씨 연기에 빚진 부분이 많다. 탁월한 코미디 연기가 있었기에 완성된 작품이다.”
기자시사회에서 3편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전편 ‘더 비기닝’에 참여했던 배우와 스태프의 애정과 촬영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만족감이 높아 이번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며 “3편이 만들어진다면 제가 부끄럽지 않은 속편을 만들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이 시리즈를 제가 마감하면 안 되잖아요.”
이언희 감독은 자신의 데뷔작 < ...ing>부터 이번 작품에 이르기까지 공통점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내 영화는 기본적으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관심을 가지는 것이 사람들의 관계이다. 제 작품에 원톱 주인공인 영화는 없잖은가. 그런 게 흥미를 자극한 것 같다.”며 “사람이란 것은 혼자살 수 없다.”고 덧붙인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고민하고 있다.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기회가 주어져야하니. 이번 작품 따라 달라지겠지.”
평소 어떤 영화 보는지. “잡다하게 본다. 최근엔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도 재밌게 보았다. 영상자료원에서 고전영화랑 아트영화도 많이 본다. 기회가 있으면 많이 보려고 한다.”
‘한 솔로’로 재미있게 보았다기에 “최근 재미없게 본 영화가 있냐”고 물어보았다. “있겠죠. 영화 보고나서 왓차(WATCHA)에 기록한다. 요즘 기억력이 떨어져서 왓차에 기록해 둔다. 중요한 것은 한국영화에는 별점을 안 쓴다.”며 핸드폰을 뒤적이더니 “지금까지 700여 편 정도 올렸네.”하면서 “어, ‘울트론’이 점수가 낮네요. 왓차가 추천하는 거랑 제가 하는 거랑 다르다.”란다.
이언희 감독은 왓차플레이는 아직 가입 안 했고, 앱으로 별점 주기만 한단다. <탐정 더 비기닝>은 별점이 3.2(11만명 참여)이다. 13일 개봉된 <탐정 리턴즈>는 아직까지는 별점 참여자가 많지 않다. (KBS미디어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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