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금) KBS 1TV <다큐 ON>에서는 봄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산사의 소박한 밥상을 만난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 연둣빛 새순과 알록달록 꽃망울이 차례로 움트는 계절. 봄이 되면 고즈넉한 산사에도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 바로 저마다의 고유한 향과 맛을 품고 올라오는 푸릇푸릇한 봄나물들. 쑥, 머위, 고사리, 두릅 등 늦봄까지 산사에는 다양한 봄나물의 향연이 이어진다.
전라북도 장수군 깊은 산중에 자리한 영월암. 겨울이 유난히 길다 보니 봄이 더 반갑다는 정효 스님은 때맞춰 쑥쑥 올라온 봄나물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봄이면 암자 주변에는 쑥이 지천. 봄에 나오는 쑥은 따뜻한 기운을 지닌 약쑥이기도 해 수행자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봄나물이라고. 쑥을 뜯고 있노라면 풀에서도 작은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척박한 겨울을 견디고 다시 선물처럼 봄나물이 찾아 올 때면 매년 잊지 않고 자신만의 별식을 준비한다.
인천광역시 강화도 정족산성이 에워싸고 있는 천년고찰 전등사. 유서가 깊은 곳인 만큼 공양간의 손맛이 좋기로도 유명하다. 봄이면 전등사 공양에는 가죽, 두릅, 당귀 등 나물로 만든 반찬이 단골로 올라온다. 거기다 보름에 한 번씩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만든 두부까지 더해지면 더할 나위가 없다. 채식을 위주로 하는 사찰음식에 단백질을 보충해주는 두부는 그야말로 스님들을 미소 짓게 하는 최고의 음식. 하나의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 수많은 인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차려낸 전등사의 나물 공양은 어떤 맛일까.
경상북도 경주시 고헌산 자락에 위치한 보광사. 형형색색의 꽃들에 둘러싸인 도량에는 민들레, 두릅, 부지깽이, 취나물, 제피나무 등 다양한 봄나물이 가득하다. 이곳에서 30년 가까이 홀로 수행 중인 보명스님에게 봄나물은 요긴한 식재료. 한 번도 마른 적이 없다는 약수에서 자라는 미나리와 돌아서면 한 뼘씩 자라는 고사리는 자연이 아낌없이 내어주는 보광사의 보물 같은 봄나물이다. 봄나물을 뜯을 때면 금강경을 세 번씩 외운다는 보명 스님. 그에게는 이 또한 기도이자 수행이다. 식재료, 자연에 대한 고마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정성까지 생각해보는 시간. 그래서 사찰음식은 입보다는 마음으로 먹는 음식이라고 말한다.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 제철 봄나물로 차린 山寺의 소박한 한 그릇에 담긴 정성과 의미를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