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 감독의 신작 <독전>은 무서운 마약 조직의 꽁꽁 숨은 미스터리 보스 ‘이 선생’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혈안이 되는 영화이다. 형사 원호(조진웅)는 ‘마약 조직’의 중간책 서영락(류준열)과 함께 그 행방을 뒤쫓는다. ‘락’이라 불린 류준열을 만나 ‘락’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18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지금 올린다. 이제 웬만큼은 ‘그 반전’이란 것도 알려졌으니 말이다. (▶영화 리뷰 보기)
요 몇 년 사이 꽤 열심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류준열은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다시 보기가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제 영화를 다시 못 보겠더라. 근데 최근 <소셜포비아>를 다시 봤는데 재밌더라. 그 영화 시사회 때도 재밌게 본 것 같다”면서 “‘독전’ 기자시사회가 끝난 뒤 기자들이 재밌게 봤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복잡한 사연의 ‘락’ 역할을 어떻게 연기해야했나. “시나리오를 읽었으니 당연히 결과를 알고 연기하는 것이다. 감독님이랑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님은 이 영화가 반전이 목표인 영화가 아니라고 그랬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기에 그 지점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물론 연기하면서 고민은 있었다. 어떤 암시를 줘야하는지, 혹은 두 번 세 번 볼 때 그 차이를 알 수 있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연기를 해야 하는지. 감독님과 내린 결론은 ‘고민하지 말자’였다.” 그러면서 류준열은 “‘유주얼 서스펙트’는 다시 돌려볼 때 소름 돋는 연기 지점이 있었잖은가. 하지만 ‘독전’은.... 그냥 재밌게 찍으려고 했다”고 ‘대반전’에 대해 에둘러 이야기했다.
‘락’은 어떤 인물인가? “나도 이 인물이 진짜 궁금했다. 전사(前史)가 전혀 없다. 스스로가 자신이 누구인가 궁금해 하는 그런 캐릭터이다. 그래서 류준열이 묻고, 서영락이 묻고 그 대답을 찾아나간다. 락이라는 인물에 대해.”
‘락’의 삶을 산 류준열은 락을 이렇게 본다. “락은 어찌어찌하다가 그 지경까지 간 인물이다. 그렇게 행동하는 게 그 친구의 삶이라 생각하고 스스로 편하게 느꼈을 것이다.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콘테이너 속’ 부모 이야기도 의심스럽다. 사실 국적이 뭔지도 모르고. 그때 원호가 나타난 거다. 원호도 전사(前史)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자식도 없고, 와이프도 없고, 어떻게 살았는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이 선생을 오랫동안 쫓아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호를 만났을 때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쫓는 이유가 뭘까. 공조는 그렇게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 락을 연기하며 관객들이 좀 알아채 줬으면 하는 지점이 있었다고 한다. “공허하고 외롭고, 미스터리한 인물이란 것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감독님이 자신에 감정에 충실하면 스크린에 그게 묻어날 것이라고 하셨다. 그렇게 연기했다.”
류준열이 연기할 때 힘들었던 것은 ‘독전’과 ‘리틀 포레스트’를 같은 시기에 찍었다는 것. 그래서 촬영소를 오갈 때마다 피부 톤을 바꿔야했다. ‘리틀 포레스트’는 농사짓는 사람답게 탄 얼굴이어야 했고, ‘독전’에선 좀 하얗게 나와야 했다. “감독님이 락의 비주얼에 대해서는 확실한 생각이 있었다. 얼굴은 좀 하얗고 염색을 하라는 것이었다.”면서 “내 얼굴 탈까봐 감독님이 신경 많이 썼다. 좋아하는 축구도 못하고.”란다.
그렇게 자연스레 류준열이 좋아한다는 축구이야기로 이어졌다. “집에 축구 유니폼이 많다. 그것 입고 촬영장에 나온다. 조진웅 선배가 그 때문에 축구하다 온줄 아셨더라. 축구도 못하고 촬영한 것은 이게 첫 작품이다”며, “유니폼을 입은 것은, 경기에 임하는 선수의 자세라고나 할까. 다시 태어나면 축구선수 되고 싶다”란다.
그리곤 손흥민 선수 이야기가 이어졌다. “진짜 멋있는 선수이고, 존경스러운 동생이다. 자주 가서 만나 급속도로 가까워진 사이이다. 가까이서 봤는데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진짜 사랑인 듯하다”며 “같이 있을 때 보니 손흥민씨는 10시 반에 취침하더라. 나도 따라서 바꿨다.”면서 “옆에서 지켜보니 알겠더라. 어린 나이에 타지에서 열심히 뛰는,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있더라. 존경스럽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니 “오두막집에서 원호를 기다리며 어떻게 엔딩 장면을 만들지 고민했다. 그 장면 찍은 뒤 조진웅 선배랑 포옹했다. 그것은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의미보다는, (원호와 락) 서로의 감정이 잘 맞았다는 것, 속상하고 불쌍한 인물들이 여기서 잘 마무리된 것 같다는 감정의 교류가 있었던 것이다. 락은 더 이상 자신이 누군지 궁금해 하지 않아도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총소리에 대해 물어봤다. “누가 누굴 죽였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누군가는 죽을 것이다. 누군가 죽는다기보다는 두 사람이 다시 만나 시간을 보내고, 감정을 충실히 갖고 있다면 그 씬이 중요하니까”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뭐, 감독님이 얼터로 찍었지만 크게 의미를 두진 않았다. 전 드론 날리러 나갔다.”
그러면서, 마지막 장면에 대해 계속 묻자, “우리끼리는 농담 삼아 농아 남매(김동영,이주영)와 노르웨이에서의 삶을 스핀오프로 만들면 어떨까 이야기 했었다.”고 한다. 만약 이 영화가 홍콩영화들처럼 속편이 만들어지면 누가 나올지 진짜 궁금해진다.
마지막으로 보름 정도 남은 러시아 월드컵에 진출한 한국팀에게 응원 한 마디를 요청했다. “안 다치게. 선수생활 오래오래 하시길 바란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축구는 거친 경기이다. 부상당하면 자기 손해니까. 안 다치게 오래오래 차 주셨으며 좋겠다. 골 많이 넣어주시고.”
영화보다는 축구를 더 오래한 류준열의 당부이다. <독전>은 지난 22일 개봉했고, 러시아 월드컵은 내달 14일 개막한다. 오늘은 온두라스와 평가전을 갖는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