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은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을 다룬 영화이고, ‘성웅 이순신’은 민족영웅 이순신 장군을 담은 영화이다. 적어도 영화 제목에 당당히 이름이 들어가려면 역사적인 가치가 있거나 그만큼 뻔뻔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아티스트 봉만대’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면? 모르는 사람이라면 아마도‘전위예술가 봉만대 씨’ 이야기쯤으로 알리라. 그러나 ‘유호 프로덕션’이나 ‘클릭’이라는 브랜드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봉만대’가 특정장르에선 꽤 통하는 하나의 브랜드임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 그 옛날 비디오 샵에 온갖 패러디 제목의 에로물들이 한쪽 벽면을 가득 차지하고 있을 때 봉만대 감독 작품은 ‘무슨부인 뭐 했네’라는 영화만큼 믿을만(?) 했다. 비디오샵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이 에로영화감독은 주류(충무로)로 진출했고, 케이블TV에도 진출했다. 생존력이 강한 감독이다. 그가 새 영화를 만들었는데 제목이 ‘아티스트 봉만대’이다. 세상에!
지난 6일 서울 중구 을지로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는 봉만대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새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의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영화에 출연한 세 명의 색깔 있는 여배우 곽현화, 성은, 이파니도 나란히 참석했다.
<아티스트 봉만대>는 ‘영화 속 영화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극일기’ ‘헨젤과 그레텔’의 임필성 감독이 실명으로 등장하여 영화를 찍고 있다. 곽현화, 성은, 이파니를 캐스팅하여 인도네시아 발리까지 날아가서 야심차게 촬영 중인 영화는 에로틱 호러영화 <해변의 광기>이다. 그런데 무난한 에로장면 촬영에서 감독과 제작자가 부딪친다. 결국은 감독교체! 임필성 감독 대신 긴급 투입된 감독이 바로 에로계의 거장 봉만대이다. 에로계의 거장답게 모든 장면은 ‘제작자이 입맛에 쏙 들게’ 봉 감독 스타일로 바뀐다. 즉, 에로틱하게! 이번엔 여배우들이 예정에 없던 노출 씬 때문에 봉 감독에게 대든다. 에로감독과 여배우들. 그리고 조감독, 에로화보 사진작가, 영화제작자, 쫓겨난 임필성 감독까지. 하루도 바람 잘날 없는 촬영장의 대소동극이 되어버린다. 에로틱 호러영화 <해변의 광기>는 무사히 완성될 수 있을까.
봉만대 감독은 이번 작품에 자신이 ‘에로계’에 있으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사실을 고스란히 다 담았다고 강조한다. “이 영화에서는 실제 순도 99.99%의 리얼리티를 확실하게 보장한다. 진짜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그렸고 나중에 이 영화가 개봉된 후에 어떤 배우들이나 스탭들이 혹시 자기 이야기인가 물어올 것 같다.”
간 크게도 봉만대 에로 영화에 출연한 세 명의 여배우들도 봉 감독만큼 영화에 대한 열정과 에로영화에 생각을 털어놓았다.
KBS개그맨 출신(22기)이면서 <개그 콘서트>보다는 인터넷 연예면에서 더 자주 만날 수 있었던 곽현화는 <전망 좋은 집>에 이어 두 번째 영화에서도 에로노선을 택했다. 이번 영화에선 노출문제를 두고 봉만대 감독과 충돌하며 할 말 못할 말 다하는 까칠한 성격의 여배우 역을 연기한다.
성은은 자신의 실제 과거사와 100% 싱크로 되는 극중 인물을 연기한다. 영화에서 성은은 전직 에로배우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은 가수 겸 연기자이다.
이파니는 무엇보다도 ‘플레이보이’ 모델로 더 잘 알려진 명품 S라인 여배우. 이날 영화제작보고회 자리에서도 카메라 기자들을 위해 가장 핫한 포즈를 아낌없이 취해주는 열혈 신인배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파니는 출산 이후 이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한 달 만에 30킬로를 감량했다고 한다.
봉만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자신이 한 연기에 대해 “리얼리티는 99.99%이지만 배우로서의 느낌은 겸손하게 78점”이라고 말했다. 같은 봉 감독, 봉준호의 <설국열차>가 흥행질주를 하는 것과 비교하면서 “이 영화는 오신 분들한테 잘 차려 놓은 밥상이다. 오셔서 마음껏 즐기시고, 부족하지만 정성을 생각하셔서 좋은 이야기 많이 해주기 바란다. <아티스트 봉만대>는 그냥 영화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흥행공약’ 이야기도 빠질 수 없는 이야기. 이파니는 “대기실에서 이야기하기로는 50만이 넘으면 명동에서 수영복차림으로 워킹하기로 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고, 봉만대 감독은 “50만 넘으면 이 세 배우랑 섹시화보 찍겠다.”고 밝혔다. 누가 명동에서 수영복 워킹을 하는지, 세 여배우가 화보를 찍을지는 알 수 없는 상태.
봉만대 감독은 충무로에 진출하여 처음 만든 에로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 영화 나왔을 때 19살이었던 사촌 여동생이 영화를 보고는 “오빠 왜 그런 영화 만들었어?”라고 물었다. 그래서 내가 “널 위해서 만든 영화가 아니거든!?”이라고 했는데, 그 친구가 벌써 결혼할 나이가 되고 지금은 이해를 하더라“면서 뜬금없이 ”전남 곡성에 계신 김말복 77세 할아버지도 에로현장에 대해서 궁금해 합니다. 진짜 하냐? 궁금해 합니다. 보십시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라며 <아티스트 봉만대>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놓았다.
<아티스트 봉만대>는 8월 29일 개봉한다. 제작보고회가 끝난 뒤 극장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제작사 관계자가 그런다. “그날 개봉하는 영화는 드래곤볼Z”야.“ ”엘리시움도 그날 개봉해“란다. 여름씨즌 흥행대전 마지막 전쟁에서 <아티스트 봉만대>는 과연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둘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