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극장에서 개봉된 허광한(許光漢/쉬광한) 주연의 대만영화 <메리 데드 마이 데드>(원제:關於我和鬼變成家人的那件事)는 버디 형사물 장르이면서 오래전 홍콩에서 유행한 죽은 자와의 영혼결혼, 그리고 게이 캐릭터가 등장하는 코미디이다. 이 복잡한 이야기를 매끄럽게 뽑아낸 인물은 정위호(程偉豪/청웨이하오) 감독이다. 차이밍량이나 허우샤오시엔만 아는(?) 나라에서 기억해둘만한 감독의 등장이다. 그는 이미 우리나라 관객에게 알려진 영화감독이다. <마신자: 빨간 옷 소녀의 저주> 1,2편, <영혼사냥>이 넷플릭스에 소개되었다. 또 하나 한국과의 인연을 말하자면 황정민 주연의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의 대만 리메이크작품(맨인러브)을 프로듀싱했었다. 청웨이하오 감독은 지난 주 허광한 배우와 함께 한국을 찾아 영화 홍보활동을 펼쳤다. 청웨이하오 감독을 만나 <메리마이데드바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제작자 진바이룬(金百倫)도 함께 했다.
Q. 이번이 한국 첫 방문인가?
▶청웨이하오 감독: “두 번째다. 오래 전에 부천국제영화제에 왔었다. 금마장을 통해 네 편의 대만영화가 초청되었는데 그 때 처음 왔었다.” (그때 기억은?) “불고기를 많이 먹었었다. 영화제가 워크샵 같았었다. 교실에서 많이 배우고 듣고 그랬다.”
Q. 데뷔작인 단편영화 <搞什麼鬼>(2008) 제목에도 ‘귀신’(鬼)이 들어간다. 한국에 소개된 영화가 모두 ‘귀신이야기’이다. 공포물을 특별히 좋아하는지.
▶청웨이하오 감독: “내가 찍은 첫 번째 단편은 호러라기보다는 블랙유머에 가깝다. 그때부터 코믹한 요소를 영화에 꼭 넣고 싶었다. 호러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호러물이 아니라 범죄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기회가 되어 <마신자>를 만들게 되었다. 생각보다 흥행이 잘 되어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영화(<목격자>,2009)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하다보니 연달아 공포물을 만들게 되었다.”
Q. <마신자>1편과 이번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결혼’문제인 것 같다.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결혼과 임신 등의 문제에 관심이 많은가.
▶청웨이하오 감독: “상업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당대의 사회적 이슈를 영화에 넣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마신자>에서는 엄마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영화 찍을 때 후속편을 위한 판을 미리 깔아두었었다. 이번 영화에는 성(性)소수자 이야기도 있고 현재 대만의 사회적 이슈도 포함되어있다. 관객에게 공감을 주고 싶었다.”
Q. 그동안 한국에 소개되는 대만영화는 경향성이 있는 것 같다. 청춘스타가 출연하는 멜로물, 비극적인 대만현대사를 담은 묵직한 드라마, 그리고 퀴어스토리가 특징이다. 이 영화는 혼합장르이다.
▶청웨이하오 감독: “<메리 마이 데드 바디>는 그 항목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 동성애 캐릭터가 나오지만 상업영화이다 보니 추리극의 형태를 띄었다. 형사가 펼치는 액션에, 코미디까지 다양하다.”
▶진바이룬 프로듀서: “이번 작품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한국관객에게 소개되던 작품은 하나의 온전한 장르를 갖추고 이야기를 전한다. 대만영화에서 흔한 작업방식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상업적 요소를 고려하면서도 사회적 이슈를 다 담아서 펼친다.”
Q. 한국 영화관객에게는 대만청춘스타의 계보가 있다. 주걸륜, 진백림, 왕대륙에 이어 허광한까지 인기를 끈다. 감독이 보기에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는가.
▶청웨이하오 감독: “물론 네 배우는 잘 생기고, 매력적이고, 연기도 잘한다. 주걸륜은 음악을 위주로 하지만. 다들 재능이 있다. 이들이 비쥬얼만 돋보이는 것이 아니다. 재능이 있었기에 인기를 얻은 것이다. <메리마이데드바디>의 허광한 배우는 젊은 배우 중에서 재능이 아주 많은 배우이다. 이 작품하기 전에 다양한 역할을 했었다. 변태, 빌런 등도 훌륭힌 연기한다. <상견니> 이전에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이전부터 눈여겨 보아온 배우이다. 이 영화 출연을 확정한 뒤 <상견니>가 대박이 났었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Q. 극중에 ‘믿을 수 없어!’라는 ‘불감상신(不敢相信)’이라는 대사가 대만에서 유행어라는데.
▶청웨이하오 감독: “‘언빌리버블’ 정도의 뜻이다. 그 캐릭터에게 특별한 감정을 주고 싶었다. 현장에서 많은 ‘대사’를 연구했는데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린 배우가 ‘불감상신’이라고 했는데, 딱 맞는 것 같았다. 마오마오는 공부도 잘하고, 활력도 있는 인물이다. 대사 톤에도 어울리고. 그 대사가 정말 좋았다.”
Q. 청웨이하오 감독과 진바이룬 제작자는 그동안 몇 편의 영화작업을 같이 했다. 상대의 장점은?
▶청웨이하오 감독: “<영혼사냥>때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진 피디의 장점은 말을 잘 하고, 정리를 잘한다. 시나리오 작업할 때 정말 기가 막히게 좋은 대사를 많이 썼다. 평상시에도 일처리 잘하고, 정리 잘하는 사람이다.”
▶진바이룬 프로듀서: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일괄작업을 잘하는 분이시다. 스토리가 나오면, 다른 작가와 협업을 진행해야하는데 청 감독은 다른 사람 말을 잘 듣는다. 창작자들은 보통 자기 세계에 갇혀 소통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청 감독은 소통 잘 하고, 일을 잘 나누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 처음 생각한 것이랑 마지막 완성된 작품에 큰 차이가 없다. 대만 감독들 중 이런 분은 얼마 없다. 같이 작업하는 것이 좋았다.”
Q. <메리마이데드바디>는 대만에서 큰 흥행성공을 거뒀다. 속편이 만들어지는가?
▶진바이룬 프로듀서: “마오마오(린보훙)가 승천했기에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완전한 후속작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같은 세계관을 갖고 영화를 이어갈 것이다. 허광한의 경찰 역할이 중요하다. 또 다시 무슨 사건을 해결해야할 것이다. 지금 제작 중이다.”
Q. 왕정(王淨/왕징) 배우는 넷플릭스 <반교>와 BIFAN에서 소개된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를 통해 한국에도 알려진 배우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반전 매력을 뽐낸다. 캐스팅할 때 어떤 점을 보았는지.
▶청웨이하오 감독: “물론 캐스팅할 때는 실력이 중요하다. 연기력이 좋아 인기가 많다. 비주얼도 좋고. 대만에서는 인기 톱 여배우이다. 캐스팅에 흔쾌히 응해 주어 고마웠다.”
▶진바이룬 프로듀서: “청 감독은 왕정 배우를 사적으로 잘 몰랐다. 전작을 보면서 코미디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걱정했었다. 그런데 내가 왕 배우의 팬이었다. 왕정 배우의 SNS(인스타그램)을 보면 특별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팬들 댓글이 아주 재밌다. 반전매력이 있다고 생각했고, 우리 영화에 딱 맞다고 생각했다.”
Q. <메리마이데드바디>는 홍콩에서도 인기가 많다. 최근 홍콩 프로모션에서 원로영화인 황백명(黃百鳴)를 만났다. 황백명이 제작자로 ‘귀신’소재 영화를 많이 찍었었는데.
▶청웨이하오 감독: “사실 호러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왜 계속 찍는지 모르겠다. 황백명 배우를 홍콩에서 만났는데, 그의 영화를 보면서 호러보다는 코믹요소를 많이 배운 것 같다. 그리고 어릴 때 홍콩영화가 인기가 많아서 진짜 많이 봤었다.” (홍콩의 원로영화인 황백명은 <가유희사>, <개심귀>, <최가박당> 시리즈를 만들거나, 연기하거나, 감독했다)
Q. 좋아하는 호러영화는?
▶청웨이하오 감독: “태국영화 <셔터>와 일본영화 <주온>. <셔터>의 감독은 호러 영화에 코믹요소를 넣으려고 하는 감독이다.” (반종 피산타나쿤 감독은 <셔터>,<포비아>,<피막>, 그리고 <랑종>의 감독이다.)
Q. 한국영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를 대만에서 리메이크했다. 한국에선 크게 흥행성공한 작품이 아닌데, 이 작품을 픽한 이유가 있나? 한국의 어떤 작품이 대만에서 인기가 있는가.
▶청웨이하오 감독: “대만사람들은 한국영화 좋아한다. 요즘은 OTT 때문에 예전처럼 큰 흥행작은 없지만 여전히 한국영화 선호도가 높다. 범죄영화나 로맨스 등 한국영화가 인기 있다. 한국영화는 모든 면에서 성숙하다고 생각한다. 리메이크할 때도 효율적인 구조이다. 너무 완벽해서 어떻게 해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신경 썼다. 도전하는 게 어렵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는 재밌는 요소가 있었다. 대만요소를 추가했다. 감사하게도 대만관객이 그 영화를 잘 받아들였다. 기회가 있으면 다른 작품도 리메이크 하고 싶다.”
Q. OTT이야기 나와서, 한국은 극장 사정이 어렵다. 대만은 어떤가.
▶진바이룬 프로듀서: “그 문제는 전 세계적인 이슈 같다. 대만도 한국 상황과 비슷하다. 큰 영화든 작은 영화든 관객 수요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관객들의 변화가 빨라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이런 환경에 적응해야한다. 그래서 영화와 시리즈 둘 다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준비 중인 프로젝트는 한국과 공동 작업이 필요하다. 대만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한다. 한 중년남자가 북한에서 랍스터를 키우는 것이다. 액션과 모험, 코미디가 섞여있다. 한국의 제작사와 콜라보하여 한국 배우를 섭외해야할 것이다.”
인터뷰하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극중에서 경찰서 팀장이 결혼축의금으로 6천 원(TW$)을 주는 장면이 있는데 왜 그런지. “아, 그것은 대만에서는 축하할 일이 있을 때 ‘6’의 배수로 돈을 주는 풍습이 있다. 순조롭기를 바란다는 의미이다. 6천원, 12000원, 36000원 식으로.”(여섯 육(六)과 물 흐를 류(流)가 발음이 같다) 6천TW$는 우리 돈으로 26만원이다. 그리고, 프로듀서 진바이룬(金百倫)의 ‘金’씨 성에 대해 물어보았다. “대만사람 맞고요. 대만에서 정말 흔치 않은 성이에요.”란다.
청웨이하오가 감독하고, 허광한, 임백굉, 왕정이 주연을 맡은 대만영화 <메리 마이 데드 바디>는 지난 17일 개봉되었다.
[사진=리안컨텐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