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금) 오후 10시 50분 KBS 1TV <다큐 ON> 시간에는 '조선에 여의사를 허(許)하라! - 로제타 홀'이 방송된다.
대한민국 근대 여성 교육사에서 이제껏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한 인물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로제타 셔우드 홀’. 미국에서 건너온 선교사이자 여의사. 아픈 조선 여성들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조선인 여의사를 양성하는 데 자신의 일생을 바친 사람. 그래서 후에 ‘한국 근대여성교육의 어머니’라 불리게 된 인물.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이며 한국에서 어떤 일생을 살았을까?
현재 한국 의학계에서 여성 의사의 수는 전체 의사의 약 40%에 달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여성 양의사가 탄생한 것은 불과 100여 년 전, 당시만 해도 여성이 외간 남자에게 몸을 보이는 일은 금기로 치부되며 여성들은 병에 걸려도 의사 한 번 만나지 못하고 죽어가는 일이 허다했다.
그런 조선 여성들의 현실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며 이 땅에 무엇보다 필요한 일은 ‘여의사를 양성하는 일’이라 믿었던 로제타 홀. 그는 보구여관이라는 여성전문치료소를 통해 의료혜택 바깥에 있던 여성들을 구하는 데 힘썼고, 자신을 따르던 ‘점동’이라는 아이를 미국으로 보내 우리나라 최초 여성 양의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껏 우리나라 의학사나 교육사에서 그의 이름은 지워져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로제타 홀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 보며 그의 일생을 담아보고자 한다.
잊혀져 있던 로제타 홀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 우연히 로제타 홀의 삶을 접하게 된 한 작가가 그의 일생과 기록을 찾아 나서 한 권의 책으로 남기고 난 후부터였다. 그가 미국에 사는 손녀로부터 얻은 무엇보다 소중한 자료는 바로 로제타 홀의 일기 6권.
그 안에는 멀리 이방인의 나라로 떠나오는 두려움, 그가 도착했을 1890년대의 인천과 서울의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아파도 의사 한 번 만나기 힘들었던 처참한 여성들의 삶이 세밀히 묘사되어 있었다.
화상을 입은 소녀에게 이식하기 위해 직접 자신의 피부를 떼어냈는가 하면, 전염이 두려워 모두가 피하던 결핵 소녀를 찾아가 치료하고, 성폭행을 당해 방치되어 있던 여성을 목숨을 걸고 구해냈다. 잠들어 있던 로제타 홀의 삶을 여섯 권의 일기를 바탕으로 생생히 재연해본다.
로제타 홀이 만든 첫 여의사 ‘박 에스더’로부터 시작해 대한민국 여성 의사의 역사는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1960년대 의과대학에 입학해 숱한 차별을 이겨내며 우리나라 최초 여성 정형외과의가 된 이향애 씨. 의과대학 시절 봉사하러 갔다가 만난 노숙자를 보고 평생을 노숙인을 위한 의사로 살기로 결심한 길 위의 의사 최영아 씨. 그리고 의예과 학생으로 이제껏 여성 의사들이 가지 않았던 국가대표 팀 닥터에 도전하려고 하는 김종은 씨. 로제타 홀로부터 시작해 박에스더를 거쳐 오늘에 이른 한국 여의사들의 삶, 그들의 어제와 오늘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