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우빈은 ‘비인두암’이라는 다소 생소한 병으로 한동안 연기활동을 중단해야했다. 다행히 병마를 이겨내고 영화 '외계+인 1부'와 tvN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우빈이 출연한 또 한 편의 작품이 지난 주 공개되었다. 넷플릭스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드라마’ <택배기사>이다. 김우빈은 ‘지구가 혜성과 충돌’하고 40년의 시간이 흐른 뒤 폐허가 된 땅에서 ’산소‘를 공급하는 택배기사 ’5-8‘을 맡아 위험한 이중임무를 수행한다. 김우빈이 취재진과 만나 ’택배기사‘ 이야기를 펼쳤다. 작품 ’택배기사‘보다는 ’배우‘ 김우빈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Q. SF영화 ’외계+인‘에 이어 넷플릭스SF <택배기사>로 팬들을 만나게 되었다. 기대를 하는가.
▶김우빈: “기대를 많이 안해야 실망이 없으니까 기대를 안 하려고 노력을 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봐 주셔서 고맙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많지만 우선은 조의석 감독님과 다시 만나 기뻤다. 영화 <마스터>를 즐겁게 찍었었다. 대본을 읽어보니 어쩌면 미래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다 싶었다. 흥미로웠고, 내가 맡은 ’5-8‘이 궁금했다.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생생했다. 그래서 함께 하게 되었다.”
Q. 액션 장면이 많다. 체력은 괜찮았는지.
▶김우빈: “1년 반 동안 계속해서 다른 작품을 했었다. 그래서 이어서 이 작품을 하는 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다행스럽게 체력이 좋아졌고, 스태프들이 많이 도와주었다. 스케줄도 조정해 주어서 무리 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
Q. 원작 웹툰에서는 ‘5-8’이 담배를 피는 장면이 많았다. 흡연 신은 CG로 찍은 것이라는데.
▶김우빈: “처음 대본 받았을 때 정말 담배를 많이 피더라. 감독님이 (내 건강을 생각하셔서) 흡연 신은 빼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캐릭터가 담배랑 어울리더라. 만약 CG로 가능하다면 연기하겠다고 했다. 흡연할 때 연기 장면을 지우는 것은 어려운데, 없는 연기를 만드는 것은 쉽다고 하더라. 모형 담배를 입에 물고, 연기 내뿜는 것과 재를 터는 것까지 상상으로 했다. 결과물 보니. 진짜 담배 같더라. 그래도 걱정할 사람이 있을 것 같다. CG다.”
Q. ‘5-8’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석했는지..
▶김우빈: “난민으로 태어났고, 그 이유만으로 버림받은 인물이다. 그래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아픔이 있다고 보았다. R,런데도 어떻게 하면 다 같이 잘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이다. 제가 생각한 ‘5-8’의 전사는 대략 이랬다. 난민의 자식으로 태어났고, 부모는 식량을 구하려다 죽는다. 원래 이름은 있지만 부모로부터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 이름이 싫다. 사람들과 잘 지냈지만 동료이자 친구였던 사람들이 식량 앞에서는 적이 되는 모습을 보고 가슴 아파하며 점점 더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표현을 덜하게 되고. 그러다가 ‘할배’(김의성)를 마나 바뀌게 된다. 오랜 습관 때문에 마음을 잘 열지 않는 그런 사연을 생각했다.”
Q. 액션연기는 어땠는지.
▶김우빈:“액션은 다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합을 만들어야한다. 이전에 호흡을 맞췄던 사람이 많아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액션 신은 리액션이 더 중요하다. 제가 어설프게 액션을 쳐도 (스턴트하는) 형들이 잘 받아주었다. 액션을 하면서 이런 것은 생각했다. ‘5-8’이 과거에 했던 액션과 현재의 액션이 달랐으면 했다. 현재의 액션이 많은 경험을 거치면서 다듬어지고 절제된 형태라면, 예전의 액션 모습은 거칠고 날 것같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에서 세상에 대한 분노가 잘 담겨졌으면 좋을 것 같았다.”
Q. 외계+인에 이어 택배기사까지. SF의 매력이 있나.
▶김우빈: “장르가 달라서 매력을 느꼈다기보다는 이야기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편이다. 눈으로 보면서 하는 것이랑 상상하며 연기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외계+인> 찍으면서 그래도 하늘을 날고, 빔을 쏘았다. 크로마키 앞에서 다 해 봐서 자신 있었는데 역시 어려운 것은 어렵더라.”
Q. 혜성충돌 이후 황폐한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한다. 연기하기 어땠나.
▶김우빈: “후시녹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극에 나오는 소품인 마스크는 연기하는데 방해가 되었다. 호흡하기도 어렵고, 추운 날에는 습기가 차고 그랬다. 그런 상황을 이해하니까 오히려 연기에 몰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마스크 쓰고 액션을 하면 자꾸 흘러내렸다. 그래서 얼굴에 접착제를 바르고, 마스크가 안 움직이게 하고서 연기를 했다.”
Q. ‘5-8’ 연기를 보니 어땠나.
▶김우빈: “저는 제 작품을 편하게 보지를 못하는 편이이다. 항상 아쉬움을 갖고 있다. 내가 왜 저랬을까 하면서. 하지만 다른 사람의 연기를 재밌게 봤다. 제 장면만 그렇다는 것이다.”
Q. 아쉬웠던 장면은
▶김우빈: “글쎄요. 어디에서부터 이야기할까요?” (그럼 마음에 들었다거나, 힘들었던 부분은?) “마지막에 ‘공기가 좋아진 것 같지 않아?’라고 말할 때 사월이가 처음으로 환하게 웃는다. 그 장면 찍을 때 기분 좋았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제일 힘들었던 장면은 과거 액션 찍을 때. 그때 너무 추웠다. 원래 서바이벌 게임하던 곳이라 난방이 안 되었다.”
Q. 윤사월을 연기한 강유석 배우에 대해.
▶김우빈: “강유석은 빛나는 눈빛과 에너지를 가졌다. 장난스런 행동들, 애교까지 그냥 윤사월이라고 생각했다.”
Q. ‘5-8’ 극중에서 매 순간 멋있게 나오는, 나름 그 시대의 인기 셀럽이다. 연기할 때 신경 쓴 지점이 있는지.
▶김우빈: “멋이 없으려고 연기하는 것은 아닐 테니. 스태프들이 다 도와주는 것이다. 조명도 잘 비추고. 그런데 ‘5-8’은 멋있게 보이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존재 이유, 행동하는 이유에 집중하고 연기하려고 했다.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다. 예전에는 보여주기 위한 운동이었다면 지금은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한다. 스트레칭도 많이 하고, 유산소 운동도. 좋은 것 먹으려는 것보다 좋지 않은 것은 안 먹으려고 한다.”
Q. 이번 작품을 하며 지구환경이나 난민 문제에 생각을 해 보았는지.
▶김우빈: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이전에는 많이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하면서 모두가 행복한 삶을 꿈꾸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거창하게 뭘 할거야가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하려고 한다. 지금 텀블러를 갖고 있는데 이게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해볼 것이다. 난민은, 저는 어떤 생각을 갖고 사냐면, 우리가 완전 똑같이 살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가 사랑받을 자격이, 행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5-8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꿈꾸는 존재이다.”
Q. 연기를 오래 하다보니 달라진 게 있는지.
▶김우빈: “연기가 너무 좋아서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도 연기가 너무 좋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연기가 갈수록 어렵다는 것이다. 더 고민하게 된다. 지금은 새로운 사람과 일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그게 힘들었다. 이제는 편안하게 하고 있다.”
Q. 앞으로 해 보고 싶은 연기나 장르가 있다면?
▶김우빈: “그동안 안 해 본 게 너무 많다. 싸움 못하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 그걸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 전문직도 해보고 싶다. 국정원 사람도 좋고, 의사도 좋고. 언제든 준비가 되어있다. 기사에 꼭 적어주세요.”
Q. <택배기사>에서 ‘5-8’ 말고 다른 캐릭터를 맡는다면?
▶김우빈: “이 작품 찍을 때는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인터뷰 하면서 그런 질문을 받았다. 그런데 ‘5-8’에 빠져 지냈더니 다시 한다고 해도 5-8을 선택할 것 같다. 애정이 많다.”
Q. 정설아 소령을 연기한 이솜 배우와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이후 오랜만에 만났다. 그 때 연기를 다시 보면 어떤가.
▶김우빈: “그 연기 지금 보면 힘들다. 제 연기 보는 게 힘들다. 그 때는 나도 이솜씨도 신인이라 감독님께 혼나고 헤맸었다. 그런데 그동안 잘 성장하여 다시 작품에서, 건강하게 만나게 되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세트장에서 대기할 때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하구나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
Q. 투병 이후 단독 주연 작품이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김우빈: “마음은 언제가 같다. 감사하게 생각하는 분이 많아졌다. 저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건강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건강을 한번 잃어보니 모든 분께 감사하고, 다 같이 건강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낸다.”
Q. 배우로서 워라벨을 생각해 본다면.
▶김우빈: “제가 쉬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속상했던 것이 그동안 일이 전부였더라. 쉴 때도 일 생각만 한 것 같다. 제 삶이 거의 없었다. 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 나를 많이 찾으려고 했다. 지금은 제 삶이 더 중요하다. 쉬는 날에는 다음 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내 삶의 리듬을 깨지 않으려고 한다.”
Q. 넷플렉스 작품은 처음 출연한다. 글로벌하게 콘텐츠가 공개되었다. 팬들 반응이 어떤가.
▶김우빈: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저는 그냥 이전과 똑같은 제 것을 연기했는데, 시장이 넓어져서 더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같이 호흡해주시더라. 놀랍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 좋은 작품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Q. 최근에 후배 모델들을 만났다. 나중에 후진양성, 지도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김우빈: “예전에 모델 활동하면서 아르바이트로 모델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때 기억이 참 좋았다. 내가 지도한 친구가 데뷔를 하게 되면 가슴이 뜨거워지더라. 앞으로 제가 어떤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일을 마다하지는 않을 것이다. 즐거운 일이니까.”
Q. <택배기사> 제작발표회 때 혼자 밝은 옷을 입었었다. 오늘도 화이트 풍이다.
▶김우빈: “저에겐 밝은 옷이 더 잘 어울립니다. (하하하) 더 멋있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날 제작보고회 때 스타일리스트에게 이야기했는데 피팅하는 과정에서 그 옷이 있었다. ‘랄프 로렌’인데 그건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은 가볍게 입고 나오려다 오랜만에 기자분 만나니 정성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메이크업도 받고, 또 이것도 ‘랄프로렌’이다.”(하하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기사 많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건강하세요. 건강검진 꼭 받으시고요.” 이렇게 인터뷰를 마친 김우빈은 인터뷰에 참석한 기자에게 이런 립서비스도 덧붙였다. “제가 셀카를 잘 찍습니다. 사진 같이 찍으시죠.” 꽤 많은 기자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활짝 웃는 김우빈과 함께 기념 사진을 남겼다. 다행히 이날 서울 공기는 황사, 미세먼지가 덜한 것 같았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