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덴브로크가(家)>와 <마의 산>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문학의 거장 토마스 만(Thomas Mann 1875년~1955년)의 작품이 민음사에서 출간된다. 토마스 만은 독일어가 보여 줄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 정묘한 문장으로 이뤄진 산문의 극치를 보여 줬으며, 가히 번역이 불가능할 만큼 섬세하고 심오한 특유의 만연체를 구사하면서도 결코 균형감과 무결한 구성, 주제 의식을 놓치지 않았다. 또 역사, 사상, 예술을 하나의 작품으로 종합하는, 총체적 문학 세계를 보여 준 토마스 만은 ‘바이마르 공화국의 양심’이라는 별명처럼 반전과 세계 평화를 표방하며 인본주의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했고, 더불어 독일인으로서 나치즘의 잔학성을 끊임없이 반성했다.
이번에 민음사 ‘쏜살 문고’로 소개하는 『기만』은 토마스 만의 마지막 작품이자 『베네치아에서 죽다』와 함께 그의 문학적 주제 의식, 오래도록 교전해 온 내적 갈등과 최후의 순간까지 차마 고백하지 못한 내밀한 욕망을 결정적으로 보여 주는 노벨레다. 『기만』은 이 책에 같이 수록된 초기 단편 소설 「루이스헨」과 마주 비춰 볼 때 그 진가가 여실히 드러난다. 한 인간의 굴레와 해방을 절묘하게 보여 주는 두 작품은 토마스 만이라는 장대한 우주로 진입하는 데에 가장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토마스 만의 가장 성공적인 단편 소설로 꼽히는 『베네치아에서 죽다』는 작가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보여 주는 걸작이자 영화감독 루키노 비스콘티에 의해 영화화되며 세계적 명성을 얻은 노벨레다. 독일어의 예술적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의 완성도와 ‘타치오’로 분한 세기의 미소년 비에른 안드레센 덕분에 충분히 유명한 작품이지만 『베네치아에서 죽다』는 그보다 훨씬 깊고 흥미로운 심연을 지니고 있다. 먼저 이 작품은 토마스 만의 문학적 전회를 뚜렷이, 그리고 구체적으로 보여 줄 뿐 아니라 상반된 가치관의 격돌을 과감할 만큼 직접적으로 형상화해 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예술과 함께 토마스 만을 옭아맨 또 하나의 굴레, 즉 욕망과 육체의 문제를 직시했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베네치아에서 죽다』는 본질적으로 죽음, 유혹과 불멸의 힘을 발휘하는 죽음에 대한 욕망의 이야기”라고 언급하며 “베르테르는 권총으로 자살했지만 괴테는 살아남았으니, 이 작품은 기묘한 도덕적 자기 징벌”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서 사용된 말러의 5번 교향곡이 나와서 화제가 된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영화 『베네치아에서 죽다』(베네치아에서의 죽음, 1971)의 원작소설이 궁금하다면, 그리고 토마스 만의 거대한 문학을 오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기만(Die Betrogene) 토마스 만 지음, 박광자 옮김 (민음사 136쪽 10,800원)
▶베네치아에서 죽다(Der Tod in Venedig) 토마스 만 지음/박동자 옮김 (민음사 140쪽 10,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