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일) KBS 2TV <영상앨범 산>에서는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을 오른다.
미국 애리조나주 북서부에 위치한 해발 2,400미터의 광활한 대협곡,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 웅장한 대자연의 신비가 살아 숨 쉬는 그랜드 캐니언은 평균 깊이 1,500미터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깊은 협곡 지대이다. 또한, 20억 년 지구의 역사가 새겨진 독특한 지층의 색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지금도 침식작용이 계속되고 있어 매년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신이 빚은 최대의 걸작품,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으로 산림교육전문가 이상은 씨와 미국 산악가이드 윤성문 씨가 향한다.
그랜드 캐니언이 품은 풍광을 누리기 위해 애리조나주로 향하는 길. 로스앤젤레스를 기준으로 애리조나주는 자동차로 꼬박 12시간을 달려야 하는, 미국 남서부에 자리한 장대한 지역이다.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이 자리한 애리조나주 북부에 들어서자, 수백만 년 동안 강물과 바람이 깎아내린 자연 그대로의 예술작품들이 펼쳐진다. 사암의 모습이 멕시코 사람들이 쓰는 모자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멕시컨 햇부터 기러기의 목과 같이 구부러진 형상을 한 구스넥스 주립공원, 나바호 인디언 성지로 유명한 모뉴먼트 밸리까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비경들을 누려본다.
모뉴먼트 밸리를 지나 약 280km를 더 달려 도착한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 광활한 미대륙의 축소판이기도 한 그랜드 캐니언은 콜로라도강을 사이에 두고 남쪽에 위치한 사우스림(South Rim)과 그와 300km 이상 떨어진 북쪽 지대의 노스림(North Rim)으로 나뉜다. 그랜드 캐니언을 관통하는 트래킹 코스는 다양하게 조성되어 있지만, 가장 많은 여행자가 찾아오는 트레일은 바로 사우스 림 초입에 자리한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이다. 협곡의 안쪽을 내려서서 콜로라도강에 이르는 길인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은 절벽 지형의 등성이를 연결하고 있기 때문에 트래킹 내내 광활한 경치를 볼 수 있다.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 입구를 들머리로 지표면 아래로 펼쳐진 거대한 산맥 같은 협곡으로 들어서는 길. 보통 등산이 고도를 높여 올라서는 것과 다르게 길은 초입부터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카이밥’은 아메리카 원주민 말로 산이 거꾸로 섰다는 뜻으로 깊은 협곡의 지형이 마치 산이 거꾸로 서 있는 듯한 데서 유래된 트레일 이름이다. 지그재그로 나 있는 아찔한 절벽 길을 따라 협곡 사이를 걸어본다. 곳곳에 기둥처럼 서 있는 기암괴석과 협곡 사이로 굽이치는 콜로라도강이 아직도 인디언의 영혼을 간직하고 있는 듯 서부 대자연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 폭설로 잔설과 얼음이 남아있는 길 위로 내딛는 걸음이 조심스럽다. 걸음을 더욱 더디게 하는 건 사방에 펼쳐진 풍경이다. 변화무쌍했던 지구의 형성 과정이 눈앞에서 고스란히 펼쳐지는 듯하고 황량하고 광막한 사막 너머로는 노송들과 초원의 조각들이 피어나 있다. 협곡을 따라 이어진 길에 걸음은 어느새 해발 2,029m의 우아 포인트 전망대로 오른다. 주변을 에워싼 수천 미터의 절벽이 세월의 풍상을 견디며 그 위에 또 다른 시간을 새기고 있다. 말 그대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 대자연의 절경. 서부 대자연의 장엄한 파노라마를 가슴 속 깊이 담아본다.
문명 이전의 땅, 대자연의 서사시를 그려내는 미국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으로 <영상앨범 산>과 함께 떠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