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5월 7일 뇌출혈로 쓰러져 허망하게 우리 곁은 떠난 영화배우 강수연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열렸다. 어제(7일) 저녁,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 고 강수연 1주기 추모전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 개막식에는 많은 동료영화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고인을 기렸다. 이날 추모식에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위원장을 비롯하여 채윤희 영상물등급위윈회위원장(여성영화인모임회장), 이장호 감독, 배창호 감독, 정지영, 김한민 감독과 안성기, 박중훈, 방은진, 이정현, 임하룡, 문근영 등 강수연을 기억하는 수많은 영화인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배우 유지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가수 김현철과 배우 공성하가 '그대안의 블루'를 부르며 시작되었다. 영화 ‘그대안의 블루’는 강수연이 1992년 출연했던 영화이다. 이어 문소리, 이정현, 최희서, 김혜준, 박지현 등 후배 여배우들이 강수연 배우를 떠올리는 영상물이 상영되었다.
강수연의 동생 강수경씨는 "처음 추모회 이야기를 김동호 위원장님에게 말씀 드렸을 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추모위원회를 구성해 주셨다. 많은 분들이 마음을 모아주셨고 덕분에 추모회를 열 수 있게 된 거 같아 감사드린다"며 "오늘 추모회는 영화인들이 마련해 주신 자리라서 우리 가족뿐 아니라 언니한테도 특별한 의미로 남을 거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안성기도 한층 건강해진 모습으로 자리를 했다. “우리 수연씨가 이 자리에는 없지만 어디에서든지 지금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들도 같은 마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강수연과 세 편의 영화를 함께한 박중훈은 “내가 영화 현장에서 본 사람 중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실제 생활에선 검소하며, 어려운 곳에는 선뜻 마음을 쓰는 통 큰 사람이었다. 또 오랜 시간을 배우로 살면서 힘든 시절도, 힘든 순간도 있었을 텐데 단 한 번도 힘들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 없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행사에 참석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그대 안의 블루>의 대사를 인용하며 강수연 배우를 추모했다. 이어 ”강수연은 영화계의 건축가였다. 화려한 장식보다 영화계의 구조물을 튼튼하게 만들고 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그리는 담대한 개척자이기도 했다.“면서 ”제가 장관이 되기 전 기자 시절 기억하는 강수연은 대본에 충실하고, 정직하고 머뭇거리지 않는 정직한 연기자였다. 정직한 승부사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강수연 추모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인 김동호 위원장은 "2주기 때는 좀 더 학술적이고 영화사적인 면에서 강수연의 업적을 기리는 세미나와 책자 발간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모전의 일환으로 공식 추모집인 포토아트북 '강수연'이 곧 출간된다.
이날 추모식에서는 강수연이 출연한 단편 <주리>가 상영되었다. <주리>는 김동호 위원장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2012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강수연과 함께, 안성기, 정인기, 토니 레인즈(영화평론가) 등이 극중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출연하여 영화에 대한 꿈과 열정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는 박정범, 양익준, 윤성현 감독과 박희본, 이채은 등이 출연한다. 박희본 배우는 "<주리>에서 통역하는 역할로 나왔다. 강수연 배우가 '나, 강수연이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 짧은 대사 한 줄이 선배님을 가장 잘 표현하고 대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영화에 '강수연'이라는 유형의 꿈이 있었다는 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추모전 개막식에 앞서 오전에는 김동호 위원장, 박중훈, 예지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인의 유해를 모신 경기도 용인공원 화목정원에서 추모 1주기 기념식수를 했다.
4세에 동양방송(TBC) 전속 아역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강수연은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1987)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로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월드스타로 이름을 떨친다. 이후 <그후로도 오랫동안>(1989),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89), <경마장 가는 길>(1991),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지독한 사랑>(1996),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송어>(1999) 등 수많은 충무로 영화에서 독보적인 여배우로 명성을 떨쳤다. 2015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공동집행위원장으로 김동호 위원장과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지난 5월 7일 뇌출혈로 55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유작은 이듬해 공개된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SF <정이>이다.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리는 강수연 배우 1주기 추모전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에서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달빛 길어올리기'(2010) '씨받이'(1986)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1987) 등 11편을 상영된다. 영화상영과 함께 배우와 감독, 평론가를 비롯한 다양한 영화인들과 시간을 갖는 GV 행사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