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인 오늘 밤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어린이의 마음과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단편영화 두 편이 시청자를 찾는다. 박종우 감독의 <정말로 바란다면>과 홍연이 감독의 <우드홀>이다. 두 편 다 시청자의 마음을 무겁게, 큰 울림을 준다.
● 정말로 바란다면 (박종우 감독,2021)
박종우 감독의 단편 <정말로 바란다면>은 바닷가 마을의 초등학생의 간절함을 보여준다. 지호네 가족은 서울을 떠나 잠시 이 ‘촌동네’에 머무르는 것 같다. 등교하는 길에 떨어진 유리구슬 하나를 줍는다. 학교에 가니 친구들이 유리구슬을 들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갑자기 어디서 생긴 것인지 유리구슬이 많이 보인단다. 누군가 말한다. “이걸 천 개 모으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그래.” 어린 친구들은 어쩌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구슬에 매료되기 시작한다. 종이학을 천 번 접듯이, 간절하게 원한다면 소원을 들어줄지 모른다고 믿기 시작한다. 그래서 친구들은 수업이 끝난 뒤 구슬 모으기에 나선다. 그 시간, 어촌마을 학부모들은 오랜만에 모여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뜬다.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친구들은 천 개의 구슬을 모으기 위해 밤이 늦도록 마을을 돌아다닌다. 이곳엔 커다란 쓰레기 소각장이 있다. 흩어져서 구슬을 찾던 아이 중 하나가 사라진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사라진 아이를 찾아 헤맨다. 그 아이는 소각장 근처에서 물에 빠져죽었단다. 그리고, 그만 같이 소각되어 버렸단다.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난 뒤 지호네 가족은 더 애틋해진 듯하다. 교실에 친구들이 그동안 모은 유리구슬을 커다란 통에 담아서는 멀리 떠난 친구, 현호의 책상 위에 놓는다. 그리고 친구들은 다 같이 소원을 빈다.
어촌마을 초등학교 어린 친구들의 소원은 거창하지 않다. 누군가는 수영장에서 수영을 매우고 싶다고 그러고, 어느 친구는 나이키 신발이 갖고 싶단다. 여자 친구는 이마에 난 흉터가 사라졌으면 좋겠단다. 현호의 소원은 아마도 떨어져 사는 아버지가 자기를 보았으면 했단다. ‘작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은 아직 큰 꿈도, 값 비싼 소원도 없다. 아이들의 부모들도 마찬가지이다. 아침에 나간 그 모습대로, 어제의 그 구성원처럼 오늘 저녁 밥상에서 도란도란, 시끌벅적, 그냥 살아있음 행복한 것이리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스즈메의 문단속>을 만들면서 그런 생각을 했단다. 사고와 재난이 많은 오늘, 사랑하는 가족이 아무 일 없이 저녁에 모이는 단순한 가족의 안녕을 기원한다고. 박종우 감독의 <정말로 바란다면>은 작은 이야기 속에 커다란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정말로 바란다면(2021년) ▶감독/각본: 박종우 ▶출연: 유연석, 김지한, 이진수, 양나영, 이다영 ▶35분
● 우드홀 (홍연이 감독,2022)
홍연이 감독의 <우드홀>은 12분짜리 단편이다. 초등학생 한이는 목공일을 하는 아버지를 돕고 있다. 작업실이 바라다 보이는 집안에서는 어린 동생이 철없이 뛰어다닌다. 결국, 작고 좁은 집의 거실 바닥에 손바닥만 한 구멍이 생기고 만다. 한이는 아빠에게 들키기 전에 나무판을 덧대어 구멍 난 바닥을 메우려고 한다. 그때 아빠의 친구분이 들어와서는 한이의 마음을 알고는 도와준다. “또 문제가 생기면 아저씨에게 말해. 아빠 모르게 고쳐 줄게”라고. 한이는 동생처럼, 방바닥을 쿵쿵대며 뛴다. 발이 쑥 빠진다. “이것도 고쳐줘요”.
홍연이 감독의 <우드홀>은 12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에 효율적인 드라마를 구축한다. 작업실과 거실, 단 군데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목공일을 하는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을 할 수 없다. 단지 동생에게 주의를 주는 것과 한없이 아버지 눈치를 보는 한이의 모습을 통해 ‘무언가 빠진 가족’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리고, 처음 보는 아저씨(아버지의 후배)의 친절에 깊은 감흥에 빠진다. 한이는 왜 멀쩡한 바닥에 구멍을 냈을까. 아니면, 왜 구멍이 나도록 뛰어다닐까. 홍연이 감독은 “마음의 구멍을 메우는 방법”을 이야기하려고 했단다. 어린 한이에게는 어떤 채워지지 않은 마음이 있을까. 어머니의 부재? 아버지의 무뚝뚝함? 아니면 초라한 내 집? 부족할수록, 모자랄수록 함께 하고 보담아줘야할 것이다. 비록 사는게 힘들고 어렵더라도. 아이들은 힘들어도, 아직 제대로 말할 줄 모를테니.
▶우드홀(2022) ▶감독/각본:홍연이 ▶출연: 박효은, 이일희, 김인권, 곽진우 ▶1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