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막을 올린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은 재일교포 정의신 감독의 <야키니쿠 드래곤>이 선정되었다. 올 6월 일본에서 개봉될 예정인 <야키니쿠 드래곤>(원제:焼肉ドラゴン)은 1969년을 전후하여 오사카의 간사이공항 옆의 재일동포 집단거주지역-판자촌-을 배경으로 당시 재일조선인(재일교포)의 애환을 담은 작품이다.
개막식에 앞서 전주 고사동에 위치한 전주영화제작소(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는 취재기자를 대상으로 한 기자시사회가 열렸다. 128분의 영화상영이 끝난 뒤 정의신 감독과 이 영화에 출연한 한국배우 김상호, 이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기자회견이 열렸다.
제목 ‘야키니쿠 드래곤’은 극중에 등장하는 한국식 곱창구이집 이름이다. 용길(김상호)은 징용으로 일본으로 끌려간 뒤 해방(일본패망) 뒤에도 눌러 앉아 악착같이 살고 있는 인물. 아내 영순, 세 딸 시즈카, 리카, 미카와 아들 토키오는 녹록치 않은 일본에서의 삶을 어떻게든 꾸려나간다.
이날 정의신 감독은 대부분 일본어로 대답했다. 1957년 일본에서 태어난 정의신 감독은 연극과 영화를 오가며 일관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재일동포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2004)와 ‘개, 달리다’(1998)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1993) 등의 시나리오를 쓴 정의신은 2008년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의 극본을 썼다. 이 작품은 일본과 한국무대에 올라 호평을 받았었다. 정 감독은 자신의 희곡을 바탕으로 10년 만에 영화를 만든 것이다. 그에게는 이 작품이 감독데뷔작이다. “전주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이게 돼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많은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이 연극에 이어 영화로 같은 이야기를 거듭 만든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에서는 두 차례, 일본에서는 세 차례 공연했었다. 영화를 통해 더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며, "자이니치(재일·在日)는 잘 모르지만 잊혀 가는 이야기고,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이야기"라며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영진 전주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지난 1월 일본에서 영화를 발견했을 때 상당한 희열을 느꼈다. 영화를 보는 도중 전주영화제에서 상영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개막작으로 틀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관객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영화를 만들기 전에 우리가 외치는 보편적 정서가 무엇인지를 창작자가 잘 알고, 그것을 잘 풀어낸 교본 같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야키니쿠 드래곤’은 개막작 상영에 이어 4일과 9일, 두 차례 더 상영될 예정이다. (KBS미디어 박재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