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상수 감독의 스무 번째 장편 <클레어의 카메라>는 재작년 칸 영화제 기간 중 현지에서 '후다닥' 찍어낸 작품이다. 100% 칸 로케이션으로 완성된 이 영화는 <어벤져스3>의 광풍 속에서도 홍상수 특유의 색채를 잃지 않고 관객과 만난다. 대단한 반전이나 해탈 대신, 익숙한 술자리와 얽히고설킨 인간관계가 칸의 풍광 속에서 무심하게 흐른다.
영화사 직원 만희(김민희)는 대표(장미희)로부터 "순진하지만 정직하지 않다"는 모호한 이유로 해고당한다. 그 배경에는 술주정꾼 영화감독(정진영)이 얽힌 삼각관계가 짐작되지만, 영화는 이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대신 카메라를 든 프랑스 여인 클레어(이자벨 위페르)를 등장시킨다. 클레어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만희와 감독, 대표를 차례로 찍으며 이들의 순간을 기록한다.
홍상수는 이 영화를 통해 거창한 미학을 논하기보다, 특유의 구차한 듯 우아한 자기변명을 대사에 녹여낸다. "사진을 찍고 나면 당신은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다"라거나 "예쁜 영혼을 가졌으니 당당히 살라"는 자기암시적 발언들이 그것이다. 매번 자신의 주변인과 영화계 이야기를 변주해온 감독의 방식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68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블록버스터와 동일한 관람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은 문득 '부조리한 영화적 상황'을 체감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파편을 예술로 치환하는 홍상수식 관찰은 여전히 흥미로운 지점을 남긴다. ⓒKBS미디어 박재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