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서준이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2020)를 끝내고 찍은 영화 <드림>이 곧 개봉한다. <드림>은 영화 <스물>, <바람 바람 바람>과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이병헌 감독 작품이다. 박서준은 극중에서 프로축구팀에서 내몰려 호구지책으로 ‘노숙인(홈리스)월드컵’ 한국팀 코치를 떠맡게 된 윤홍대를 연기한다. 실제 ‘홈리스 월드컵’이란 게 있고, 한국팀은 경기에 참가했다.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과 박서준-아이유의 티키타카, 그리고 막강 조연들의 깔끔한 앙상블로 한 편의 감동 스포츠드라마가 완성된다. 박서준에게 <드림>이야기와 <더 마블스>에 대해 물어보았다. 예상대로 <더 마블스>는 아직 공개불가란다.
Q. 이병헌 감독은 작품에 합류하게 된 소감은.
▶박서준: “<드림>에 같이 출연하는 허준석, 홍완표, 양현민 배우는 감독님과 오래 작업한 분들이다. 그 선배들에게 노하우를 물어보았다. 어떻게 하면 감독님 작품에서 잘 할 수 있을까. 감독님의 장르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한 것도 있지만 고집 부리기보다는 우선은 감독님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감독님 특유의 말맛을 잘 살릴 수 있게 디렉션을 잘 소화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잘 녹아든 것 같다.”
Q. 선수로 뛰는 장면을 보면 디테일한 표정이 축구 선수 같다. 어느 정도 훈련의 결과인가.
▶박서준: “기술 같은 경우는 사전에 어떻게 찍을 것이라 디자인해 놓았고, 그것만 연습하면 되는 상황을 만들어주었다. 촬영 중간에도 공만 있으면 계속 연습했다.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공이랑 친해지는 것이다. 공 다루는 것과 함께 체력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 지치면 좋은 장면 뽑아내기가 쉽지 않으니. 그래서 운동을 많이 했다.”
Q. 절친 손흥민에게서 축구와 관련된 조언 같은 것을 받았나.
▶박서준: “그런 것은 없었다. 그런다고 제가 이해가 되나. 축구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배울 때는 많이 보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해야 한다. 내가 공을 다루는 것을 찍어서 보고, 비슷한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다. 경기장에도 많이 가 있으려고 했다. 촬영을 기다리면서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Q. 대역의 역할은 어디까지 인가.
▶박서준: “촬영장에선 대역이 필요하다. 롱 테이크 찍을 때도, 리허설 할 때도 필요하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 <드림> 찍을 때 그 친구가 20살이었는데 작품 끝나고 군대 간 것으로 알고 있다. 벌써 제대할 때가 되었다. 개봉이 늦어지면서 말이다.”
Q.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것은?
▶박서준: “촬영 때 (양)현민이 형이 계속 막았다. 그냥 놔두면 좋을 텐데. 연습 때는 잘 되는데 막상 촬영하면 긴장이 되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실수도 하고 그랬다.”
Q. 해외 로케 촬영은 어땠나.
▶박서준: “선배님들이 고생이 많았다. 경기 대부분이 연기의 합으로 이루어진다. 죄송하게도 저는 코치니까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 대신 응원을 많이 했습니다.”
Q. 영화에 브라질 선수로 등장하는 배우는.
▶박서준: “축구를 진짜 잘 하셨다. 실제로 축구하는 분들을 섭외한 것이다. 남미는 축구가 영혼이잖아요. 일반인들도 축구를 너무 잘한다. 수준차가 많이 났었다.”
Q. 체력운동은 어떻게 했는지.
▶박서준: “나는 하체 위주로 운동했다. 평소에는 상체 위주로 운동하는데. 운동선수의 단단함은 코어에서 나오는 것 같다. 코어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 복근과 허리, 밸런스 운동을 많이 하려고 했다.”
Q. 박서준 배우가 연기한 윤홍대란 인물을 어떻게 보는지.
▶박서준: “일단 이 영화에 나온 인물을 보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홍대는 축구를 사랑하고, 선수로 잘 되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벽을 느끼고 열등감을 갖고 있다. 이 이상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열심히 훈련한다. 그런 열등감도 있고, 가족의 사랑도 많이 받지 못했다. 애정결핍일 수도 있고, 예쁘게 사랑하는 것을 배우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 따뜻함이 있다. 표현은 서툴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을 챙기려고 한다.”
Q. 박서준 배우는 어떤 편인가. 감정의 표현에 있어서.
▶박서준: “저도 낯간지러운 표현은 잘 못한다. 지인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사교적이지 못하다. 친근감 있게 표현을 못한다. 어떻게든 하려고 하지만, 그게 잘 안되더라. 무뚝뚝한 면이 있는 것 같다.”
Q. 예능 <서진이네>에서는 동생들을 잘 챙기는 스위트한 면모를 보여주는데.
▶박서준: “그게 재밌는 게 친한 친구들과 있는 모습이 궁금했다. 제가 어떤 모습인지 모르니까. 서로 응원하면서 화면에 잘 담긴 것 같다. 내게 그런 모습이 있다는 것이 방송보고 알았다. 너무 편했다. 그 상황에서는 우리나라 음식을 알리는 것이 최고 목표였다. 최대한 예쁘게 나가야하고, 맛있게 해야 한다. 아무도 안 알아주겠지만 최대한 좋은 인상을 남겨주고 싶었다. 그분들에겐 그게 한국음식에 대한 첫 인상일 테니.”
Q. 이병헌 감독의 영화에서 만나본 대사의 맛은 어땠는지.
▶박서준: “한 테이크씩 찍으면서 속도나 느낌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이거 어때?” 말씀해 주시는 부분에서 그 호흡을 찾으려고 했다. 대사가 많은 장면에서는 전달이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리듬이나 속도감이 중요하다. 지루할 수도 있고, 재미있을 수도 있다. 그게 호흡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고민을 많이 했다. 한마디를 안해도 슬플 때가 있고, 기쁠 때가 있다. 감독님 스타일의 호흡도 알게 되었고, 그것이 저에게 나중엔 하나의 총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감독님 스타일을 완벽하게 파악했다고는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감독은 전체를 보는 입장이니까.“
Q. 윤홍대 캐릭터를 연기하며 감독 디렉션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는지.
▶박서준: “선배님들이 한 말 중에 이병헌 감독님은 스트라이크 존이 넓다는 것이다. (배우가 연기를 할 때) ’오케이‘ 범위가 넓다는 것이다. 감독님이 원하는 바가 확실한 경우에는 디렉션도 확실히 한다. 배우가 어떻게 해도 되는 부분에서는 그냥 그대로 두신다. 엄마 면회하는 장면에서는 디렉션이 전혀 없었다. 저도 특별히 불만을 가질 장면이 없다. 전체 그림에서 조율을 잘 한 것 같다.”
Q. <기생충>에 나왔던 박명훈 배우가 이번 영화에서 감초 역할을 한다.
▶박서준: “<기생충> 찍을 때 뵌 적은 없지만 두어 번 만난 적이 있어 내적 친밀감이 있는 선배이다. <드림>에서 선배 이름이 ’해말근‘이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실까 기대했다. 정말 눈이 동글동글해서, 정말이지 ’찌르고 싶은‘ 표정이었다.(<드림>에 그런 장면이 있음!) 정확하게 표현을 해주어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
Q. 이소민 피디를 연기한 아이유 연기 케미는 어땠나.
▶박서준: “처음부터 좋았다.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도 재밌었지만, 풋살경기장 옆에서 대화 나누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장면 찍을 때 폭염도 폭염이지만 같이 연기하는 게 재밌었다. 아이유 배우는 진정성 있고, 사연이 있는 캐릭터를 잘 표현하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드림>에서의 이런 역할과 대사는 어떻게 소화할까 기대와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너무 잘 했다. 아이유의 연기에 대해 리액션을 더 신경써야하는 장면이었다. 아이유의 호흡을 망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Q. 할리우드 마블 영화 <더 마블스> 이야기는 지금 할 수 있는지.
▶박서준: “정말 할 이야기는 많다. 그런데 아직 오픈할 수 없다. 그 때 가서 많은 이야기를 해 드리겠다. 양해 바란다.”
Q. 할리우드 진출에 대해서는 항상 준비하는 마음가짐이라고 했었는데.
▶박서준: “하하. 그랬다. 그런데 그런 마음가짐이 사라질 때, 한국에서 연기 잘 하자고 마음먹을 때 그런 일이 생겼다.”
Q. 영화가 결국 개봉된다. 배우로서의 감회는 남다를 것 같다.
▶박서준: “그렇다. 배우로서는 자기가 촬영한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면이 있다. 평을 어떻게 듣던 배우에게는 에너지가 된다. 저는 계속 다른 작품을 촬영해 왔지만 개봉이 미뤄지는 상황이 이어지니 사람을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관객을 다시 만나게 되고,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하게 되니 좋다. 이런게 필요했던 시기이다. 이런 에너지가 필요했다. <드림>은 아끼는 작품이다. 동생 같은 느낌이 있다. ’되게 예쁜 친구이니 사랑해주세요‘ 그런 마음이다.”.
Q. <드림>에 이어 <더 마블스>와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올해 개봉된다.
▶박서준: “생각해보니 다들 개봉이 밀려 올해 다 몰린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다른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 촬영 중간에 어렵게 홍보 스케줄 조율하고 있다. 영화가 스크린에서 내려갈 때까지 최대한 열의를 다할 생각이다. 4년 동안 개봉을 안 했기에 감사할 뿐이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올해가 훌쩍 지나가있지 않을까.” (박서준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경성크리처>를 찍고 있다)
Q. 에너지를 어떻게 충전하는지.
▶박서준: “사실 에너지 충전할 데가 없다. 제 또래가 되면 오는 당연한 고민일 것이다. 나도 그런 고민을 한다. 이겨낼 수 있는 문제면 이겨낸다. 뭔가 주어진 것에 대해 열심히 하는 성격이라. 열심히 하는 제 모습을 보는 것이 원동력이기도 하다.”
Q. 영화 <퍼펙트 게임>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것이 2011년이다.
▶박서준: “기억난다. 해태 응원하는 관중으로 나온다. 오디션 할 때 나름 연구했다. 어떤 응원 모습을 보여줄까? 전라도 사투리를 써야할까? 영화 현장을 처음이라 신기했다. 현장에 있는 것이 행복했다. 영화가 너무 하고 싶었으니.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장에 있으면 행복하다.”
Q. 캐릭터를 연구할 때 달라진 게 있는지.
▶박서준: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일단 대본 보고, 설정이나 상황을 파악한다.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이 배우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본에 설정된 시간이 한 달이라도, 그 때까지의 시간을 상상으로 채워간다. 감독의 습관도 있을 것이고, 말투나 말의 속도감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 그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촬영하면서 떠오르는 것도 있고. 생동감을 느끼려고 한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인생의 깊이도 표현하게 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서준, 아이유, 김종수, 고창석, 정승길, 이현우, 양현민, 홍완표, 허준석이 출연하는 이병헌 감독의 <드림>은 26일(수) 개봉한다.
[사진=어썸이엔티/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