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화, TV드라마를 오가며 맹활약 중인 김무열이 영화 <머니백>으로 돌아왔다. 영화는 찍은 지 좀 되지만 우여곡절 끝에 극장에 내걸리게 된 것이다. 지난 주 상영에 들어간 <머니백>의 주인공 김무열을 만나 영화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개봉을 앞두고 지난 6일 삼청동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이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목매다는 장면’ 이야기부터 나왔다. 정말 최악에 최악이 만난, 최악의 불운아 민재(김무열)가 도저히 세상 살 수가 없어서 허리띠를 풀어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이다. “술 몇 잔 마시고 롱테이크로 목매다는 장면이다. 술 먹고 찍자고 내가 이야기했다.”며 “비극적인 상황에 놓인 인물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을 짚고 넘어가는 장면이다. 그 지점이 우리 작품이 갖고 있는 특징이다. 블랙코미디이다 희비극이 맞물리며 애매해지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영화는 ‘추격전’, ‘케이프무비’ 등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우리는 폭력이 횡행하는, 자극적인 상황을 받아들이며 살고 있지 않나. 그게 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잔혹한 상황 속에서 웃음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넓은 아량으로 작품을 즐겨 주시면 좋겠다.”며 “폭력을 미화시키려는 부분은 없다.”고 덧붙인다.
감독이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 먹먹함과 답답함을 화면에 담으려고 했단다.
민재 역을 맡은 김무열은 영화 내내 맞고, 뛰고, 허탈해하고, 좌절하고, 도망치고, 수를 내기 위해 쩔쩔 맨다. 한마디로 말해 처절한 연기를 펼친다. “영화가 코미디 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볍다고 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절박한 인물을 나름 표현해보고자 했다.”
이어 “감독님과 대본을 읽을 때, 준비할 때 (박)희순 형과 의논을 많이 했다. 두 사람이 캐릭터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다른 사람이 코믹본능에 장난을 칠지도 모른다고. 그런 것들이 과장되면 정작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놓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웃기지도 않는 삼마이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행히 감독님이 톤을 정리한 것도 있고, 다들 자신의 캐릭터를 정해진 범위 내에서 맘껏 펼쳤다. 감동적이었다. 저는 진심을 전달하려고 했다. 웃기려고 하는 부담감도 버렸다.”고 말한다.
이번 영화는 치밀하게 짜인 각본을 여러 캐릭터들이 완벽하게 자기 역할을 수행해야 전체적으로 완성되는 팀플레이 무비이다. 골프백에 든 거액의 돈다발을 차지하기 위해 엄마의 수술비가 절박한 김무열, 총까지 잡혀가며 도박판에 빠진 형사 박희순, 왕년의 킬러 이경영, 부정의 아이콘정치인 전광렬, 조폭사채업자 임원희, 생양아치 김민교,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을’ 택배기사 오정세가 정신없이 나뒹구는 질주의 드라마이다.
“정말 N분의 일로 생각했다. 캐릭터가 다양하고 분명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민재의 절박함은 진실함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조건 던져진 상황만 갖고 간다고 생각했다. 다들 연기내공이 대단한 형들이라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김무열은 천신만고 끝에 손에 넣은 돈가방을 또다시 빼앗기기 싫어 동작대교로 뛰어든다. “한강에 뛰어든 것은 우발적인 면도 있다. 예산이 넉넉하지 못했다. 그날 오랜만에 서울에서 크레인 동원해가며 찍을 수 있었다. 블록버스터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김무열이 힘들게 찍은 장면이지만 영화는 곧바로 개봉되지를 않았다. “동작대교를 지날 때면 ‘내가 저 다리에서 뛰어내렸어’그랬다. 3년 만에 내가 뛰어든 장면을 보게 되다니. 근데, 순식간에 단발마로 소리 지르고, 떨어진다. 순식간에...” 그러면서 “감독이 누가 봐도 김무열이네라고 그러더라.”
대한민국 연예인중 청춘을 고생하면 보낸 것으로 유명한 김무열은 영화 마지막 장면,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 돈가방 돌려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아는 동생이라면. (엄마) 수술비도 네가 벌어서 갚으라고. 돌려주는 게 맞다. 공짜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비극적이지만 밑바닥을 경험했기에 앞날이 창창할 것이다. 그는 젊고, 죽다가 살아났잖은가. 모든 것을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다.”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장면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시종일관 억울한 표정이었다. 마지막에 웃는 얼굴이 잠깐 나올 때 정말 행복해보였으면 했다. 저는 만족한다. 그 웃는 얼굴이 너무 보기 좋더라.”
어쩌면 김무열의 청춘이 녹아있는 만큼 감독 허준형의 청춘도 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오래전 <자카르타>,<실제상황>등의 스태프로 영화에 발을 디딘 뒤 무척 오랜 인고의 시간 끝에 데뷔작 <머니백>을 내놓은 것이다. 김무열은 애정이 잔뜩 담긴 목소리로 “감독님의 차기작에서는 본인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신인 못지않은 패기도 있고,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으시니.”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당연히 킬러 이경영. 매력적이었다. 특히 소시지 훔치는 장면 굉장히 어설프게 훔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민재가 불쌍하다면 이경영은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이다. 이경영 선배는 많은 것을 내려놓고 릴렉스하게 소년 같은 연기를 해 효과가 배가된 것 같다.” 음, 갑자기 “서~울!”
김무열을 영화 찍은 지 오래되었지만 캐릭터에 빠져있다. “우리는 각자 사연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엄마에 대한 생각. 민재가 아침마다 취직한 것처럼 정장을 입고 출근한다. 그래서 마지막에 엄마 만났을 때는 정말 울컥해 지더라. 진짜 짠하고 눈물이 많이 나더라.”고 말한다.
김무열은 최근에 본 영화 중 ‘쓰리 빌보드’가 마음에 든다고 한다. “굳이 따지자면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영화 만들 수 있잖은가.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제작비 많이 안들이고 말이다. 그런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면, 손익분기점이 100만 명 정도 되는. 요즘은 완전저예산 아니면, 대작뿐인 것 같다.”고 말한다.
뮤지컬 계획은? “맞는 작품이 있으면. 의지를 갖고 계속 하려고 한다.” 라이선스 아니면 창작? “가리지 않고 하고 싶다. 창작을 좀 더 하고 싶다. 영화와 비슷한 맥락인데 창작에 힘을 실어 주고, 우리가 우리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김무열은 군 입대 전 <개들의 전쟁>이라는 독립영화에 출연했었다. <머니백>의 정서가 그 영화와 조금 닿아있는 것 같다고 하자. “원래 <머니백> 제목이 <메이드 인 코리아>였다. 제목으로서는 내용을 짐작할 수가 없을 것이다. 주변에서 모르겠다고 할 때 그냥 ‘개들의 전쟁 성인버전 같다’고 말했었다.”란다. 이야기했었다.
결혼 후 안정감이 생기고 여유가 느껴진다는 김무열은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홈런보다는 꾸준히 타율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고 말한다.
김무열의 신작 <머니백>은 지난 12일 개봉되었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