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주(이성경), 심혜성(김예원), 심지구(장성범) 삼남매의 추억과 사랑이 가득한 보금자리, 삶의 공간인 집을 나쁜 여자 마희자(남기애)가 뺏아간다. 우주는 복수를 꿈꾼다. 그래서 희자의 아들 한동진(김영광)의 회사에 3개월 계약직 인턴으로 들어간다. ‘가족의 복수를 위해’. 그런데 한동진의 축축한 등짝과, 세상 모든 슬픔과 고통을 묵묵히 감수하는 그의 모습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이것을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디즈니+ 16부작 <사랑이라 말해요>(감독:이광영)에서 심우주를 연기한 이성경에게 ‘복수와 사랑’의 결말을 들어보았다.
Q. 밝은 연기를 많이 하다 조금 우울하고 어두운 캐릭터를 맡았다.
▶이성경: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해서 딥하게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슬픈 일이 있어도 용감하잖아요. 우주라는 인물에 집중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작가님이 그 감정을 믿을 수 있게 잘 써 주셨고, 그에 맞춰 연기를 한 저를 존중해주신 감독님이 있었기에 심우주라는 캐릭터가 완성된 것 같다. 딱히 우주를 인위적으로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모습, 이런 친구라면 어떻게 할까, 이게 우주의 마음인가 생각했다. 최대한 우주의 마음이 무언지 생각하며 연기한 것 같다."
Q. 시놉시스나 설정만 보면 대게 자극적이다.
▶이성경: “대본을 처음 봤을 때는 그런 면이 있다. 우주가 하는 말이 세다. 대게 날 것이어서 센 복수극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주는 (복수를) 어떻게 할 줄도 모르고, 허술하고, 여린 친구였다. 그래서 정이 가고, 마음이 짠해지는 것 같다. 바로 전에 [별똥별]이라는 대중적인 작품을 하다가 넘어왔기에 ‘초초초’집중하고 긴장했다. 잘하고 싶었다. 작가님과 이야기하며, 우주는 날카롭고 뾰쪽하게 생긴 두부라고 했다. 들여다보니 말랑랑랑한 두부 같은 여린 친구였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애잔해하는 것 같다.”
Q. 그래도 어린 애가 차에 뛰어 든다든지, 깡다구 같은 치열한 삶을 산다.
▶이성경: “작가님이 그런 글 써주신 게 '날 알아달라'고 한 행동이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보니 괴로워 미치겠으니. 힘도 없다. 겨우 생각한 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게 가장 임팩트 있다고 생각한 것이 어린 몸뚱이로 차에 뛰어든 것이다. 장례식장 차림도 그렇다. 할 수 있는 게 고작 그런 거다. 팩트는 내뱉지만 세게 말하지도 못한다. 처음 대본 볼 때는 사이다 같이 복수하는 장면인 줄 알았는데. 통쾌하게 내뱉을 줄도 모르는 친구였다. 짠했다. 그런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든 해보려고 발버둥 친다"
Q. 그런 감정 연기는 어떻게 준비했나.
▶이성경: “우주는 어떤 친구인지, 왜 이런 선택을 하고 이런 말을 하는지, 어떤 표정으로 살아왔을까 생각했다. 인상도, 표정도 처한 상황에 따라 바뀌듯이. 많이 따라가 보았다. 캐릭터 준비할 때 그 인물이 되어 일기장을 써본다. 쟤는 왜 저런 거야. 아빠는 왜 이랬을까. 이야기를 써봤는데 우주는 순수했다. 우주의 마음을 공감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우주는 단순하고, 아이 같다. 뭘 하겠다고는 하는데 잘 못하는 허술한 아이이다. 통쾌한 복수극을 기대하면서 더 시원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시청자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초반에 나오는 장례식장 장면은 아직 우주에 대해 잘 모를 테니 어떻게 받아들일까. 단순히 연기적으로 아니라 우주라는 캐릭터가 나오는데. 짠하다고 공감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Q. 작품도, 연기도 반응이 너무 좋다.
▶이성경: “주변 지인들이 너무 재밌다고 해주었다. ‘이번 회 보고 이랬어’, ‘캐릭터 이럴 때 무너지는 것 같아’ 우주가 어떤 마음인지 전해주시더라. 오롯이 느끼구나 싶었다. 감사하다. 그런데 드라마와 달라서 어떻게 되어 가는지 모르겠다. 시청률도 모르고 댓글도 없으니. 많은 분들이 몰입해서 봐주신다고 그러시니 감사할 뿐이다.”
Q. [사랑이라 말해요]는 어떻게 끝나는지.
▶이성경: “결말이 아직 방송되지 않았지만... 현실적이 결말, 있을법한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비현실적이지 않은 결말일 것이다. 마음에 들고 안 들고가 아니라 ‘맞아, 이게 현실이야’ 이런 마음이 들었다. 잘 이야기 했네라는 마음이 들었다. 찍을 때는 결말을 이렇게 저렇게 하자며 이야기 했었다. 더 좋은 건 없을까하고. 그런데 1회부터 보았다면 ‘이게 맞아’ 이렇게 되더라."
Q. 캐릭터를 위해 노력한 것이 있느냐
▶이성경: “우주의 마음에 집중하려고 했다. 캐릭터의 외모와 말투, 모든 것이 그 사람이 살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머리 모양도. 미용실에 갈 여유조차 없는 사람도 있으니. 우주는 꾸미지 않는 사람이다. 세세한 것들이 우주의 삶에서 시작되었다. 다른 캐릭터를 고민할 때처럼, 우주도 그렇게 만들었다. 조심스럽게. 일부러 딥하게, 다운되게 하지말자. 살아가는 우주라면 어땠을까. 가짜로 만들지 말자고 생각했다.”.
Q. 김영광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이성경: “파트너 배우로서 배려가 많았다. 저도 같이 몰입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감사한 부분이 많다. 어렵고 힘들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묵묵하게, 어른처럼 다른 배우들을 챙기고 있더라. 현장에서는 작은 신 하나하나 끝까지 고민하고, 감독님 찾아가서 이야기하는 것 보았다. 제 연기에 대해 반성하게 되고, 배울 것이 많다.”
Q. 인물에 이입하는데 연기하면서. 위로를 받은 것이 있는지.
▶이성경: “작품이 끝나고 나니 내가 우주를 연기할 동안 자유로웠다는 것을 느낀다. 작품에서 끙끙 앓았는데, 언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힘 빼고 느껴지는 대로 가만히 있을 수 있었을까. 어떤 표정도 무엇도 짓지 않고 살 수 있었다. 우주를 연기했기에 편하게 내 감정에만 집중하고 있을 수 있었다. 그게 너무 좋았다. 일종의 해방감이었다. 힘을 들이지 않고, 참고 눌렀던 것을 터뜨리는 게 감정신이었다. 우주는 그렇게 감정을 누르는 것도 티가 난다. 우주는 그런 친구였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을 고른다면.
▶이성경: “초반에 이삿짐 정리할 때. 묵묵히 한 마디도 안 하고 짐 싸는 장면이 짠했다. 동진 앞에서는 아기 같아지고, 준 앞에서도 한없이 편해지는 모습. 언니 앞에서는 오히려 언니 같았다가 울고 있는 모습이 막내 같아진다. 여러 가지 우주의 모습이 겹쳐진다.”
Q. 이번 작품에서 최저 몸무게를 보여주었다는데.
▶이성경: “‘역대급 기아’였다. 너무 해골처럼 나와서 그늘 안 지게 했다. '별똥별'을 찍고 바로 넘어왔기에 우주를 잘 만나고 싶었고,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스케줄 적으로도 그랬고 컨디션도 그런 것 같다.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우주에 적응하다 보니 편해지고 좋은 것만 남았다. '별똥별' 드라마 홍보와 겹쳐서 지우는 작업도 해야 했다. 초반에는 잠도 잘 못 잤다. 그런 게 우주 캐릭터랑 잘 맞은 것 같다.”
Q. [사랑이라 말해요]에서 배우로서 성장한 느낌이 있는지.
▶이성경: “많이 배운 것 같다. 작가님이 좋은 글 써주셨고, 우주에게 안쓰러운 점이 있다고 생각할 때 감독님이 ‘우주는 이런 사람이니까 이러면 안 돼’라고 길을 잡아주셨다. 끝까지 캐릭터를 잡아주셨고, 저의 여기를 믿어주셨다. 배우들도 좋은 파트너가 되었고, 카메라 감독님도 앵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셨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만 잘 연기하면 되었다.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이었는지 모르겠다. 작품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
Q. 강민영을 연기한 안희연 배우도 짠하다. 현장에서의 연기 케미나 감정은 어땠는지.
▶이성경: “희연이도 정말 외로웠을 것이다. 캐릭터 자체도 힘든 연기였고, 현장에서는 언제나 뒤에 혼자 쓸쓸하게 있는 신이 많았다. 보면서 안쓰러워서 ‘힘들지’하고 안아주고 그랬다. 그런 연기를 하고, 분위기를 만들어준 게 고마웠다. 현장에서 그런 이야기 많이 했다. 대본에서는 못 느꼈는데 현장에 오니 느껴진다는. 그렇게 새롭게 받아들여지는 순수한 감정이 좋았다. 모든 배우들이 그렇게 순수하게 찾아가는 점이 많았다. 인물들의 감정을 더 깊이 바라보는 작업을 많이 했다. 서로의 감정을 깊이, 더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Q.이번 작품을 통해 배운 게 있다면.
▶이성경: “우주를 또 할 수는 없지만 이런 결의 작품을 또 하고 싶다. 잘 할 수 있을까. 여운이 길다. 촬영 끝나고, 그 여운이 이렇게 찾아오는 것은 오랜만에 겪는다. 지금 너무 좋다.
예전에 첫 작품 <괜찮아, 사랑이야>(2014,SBS)할 때 주인공처럼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오소녀 역할이었는데 말투가 ‘날나리 여고생’이었다. ‘그런 게 어딨어?’ 충격 받았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그런 연기를 미리 배우지 말고 현장에 오라고 했었다. 현장에서 선배님과 감독님에게 배울 수 있었던 행운아였다. 있는 그대로 내뱉는 친구였다. 그 작품 끝나고 너무 무서웠다.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해. 작품 끝나고 역할이 끝나니 나도 혼란스러웠다. 이번이 그런 느낌이다.”
Q. 연기를 한지가 햇수로 10년이다.
▶이성경: “그래요? 아직도 새내기 같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요즘 느끼는 것이 연기가 너무 어렵다.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그런다. 모르는 게 너무 많다. 한석규 선배님이 ‘자기 연기가 바보처럼 느껴질 때가 맞는 거야. 내 연기가 잘 한다고 느껴질 때가 연기생활 끝이야’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낭만닥터2’때 이야기 해 주신 것이다. 열심히 하는데 ‘그런데 너무너무 바보 같으면 어떻게 해요?’라고 물어봤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Q. <낭만닥터 김사부3>에서 차은재로 다시 나온다.
▶이성경: “이제는 은재의 삶을 산다. <사랑이라 말해요>로 초반에 영향을 받을 뻔했다. 그래서 우주의 삶을 배제하고, 병원 일만 생각하려고 한다. 그래도 드라마 찍다가 중간에 <사랑이라 말해요> 홍보 스케줄이 끼어 있었다. 홍보 영상 찍고, 화보 찍고, 제작발표회 하고, 감정 실어서 후시녹음도 해야 했고. 그렇게 우주를 보내고, 이제는 은재를 잘 연기할 것이다. 낭만닥터도 잘 나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Q. <낭만닥터 김사부3>은 시즌2의 연장인가.
▶이성경: “3년 뒤의 모습이다. 사람들은 쉽게 변하지 않잖아요. 원래 모습 위에 더 좋은 성장이 있겠죠. 다른 인물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Q. '세상의 우주들'에게 한 마디 하자면.
▶이성경: “아, 뭐라고 하지? 그냥 너가 행복하고, 기뻐하는 것을 가족들이 원할지도 몰라. 너를 위해서는 가끔은 1순위가 되어, 너를 위한 것을 해주었으면 좋겠어.”
이성경은 2008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수상해 모델로 데뷔한 뒤 2014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한석규, 안효섭과 호흡을 맞추는 SBS 새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은 4월 28일 첫 방송된다.
한편, 심우주와 한동진의 조마조마하고 축축한 사랑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한 디즈니+ <사랑이라 말해요>는 오늘 15회와 최종회인16부가 방송된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