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위키의 장동건 페이지를 보면 “원빈, 정우성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미남의 극치를 보여 주는 배우”라고 소개되어 있다. 미남의 아우라를 보이는 장동건은 올해로 데뷔 27년차. 영화와 TV드라마에서 지존의 이미지를 쌓아올린 장동건이 최근 새 영화 <7년의 밤>으로 돌아왔다. 이 영화에서 장동건은 사악한 인간 오영제를 연기한다. 그리고 곧 KBS드라마 <슈츠>에서는 변호사로 시청자를 찾을 예정이다. 미남의 극치를 보여주는 배우 장동건을 만나봤다. <7년의 밤>의 개봉을 앞둔 지난 23일 오전, 삼청동 카페에서이다.
영화 <7년의 밤>은 정유정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최현수(류승룡)가 안개 자욱한 세령호 도로에서 한 소녀를 치게 되고 얼떨결에 사건을 숨기기 위해 아직 숨이 붙어 있던 소녀를 세령호에 수장시킨다. 소녀의 아버지 오영제(장동건)는 7년에 걸쳐 복수극을 펼친다. 가슴 졸이는 사건전개와 숨 막히는 대결이 배우들의 열연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영제를 연기해 보고 싶었다. 추창민 감독이 영화로 만든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어 류성룡이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흔쾌히 출연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최고미남 장동건이 오영제를 어떻게 소화해낼까. “차갑고, 사이코패스적인 냉혈한의 이미지를 원했다. 감독님이 첫 만남에서 살을 좀 찌워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야생성을 지닌 사냥꾼 스타일로.”
그나저나 장동건도 시나리오상의 오영제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그의 행동을 설득시키기 어려운 점이 있다. 단순하게 딸을 지극히 사랑한다면 복수극이 쉬울 텐데 그는 딸을 학대하는 인간이잖은가. 단순한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설득될 수 있는 사연, 인간적인 면모를 좀 보여 주고 싶었다.”면서 “그 인물을 연기하려면, 나름의 순정을 가진 인물로 보았다.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되었지만. 믿는 방식이 잘못된 인간이다.”고 설명한다.
이어 정유정 작가가 소설에서 표현한 ‘교정’을 이야기했다. “기본적으로 복수심의 원동력은 자기가 설계한 세계의 파괴자에 대한 응징이다. 자기가 만든 세상엔 아내와 딸이 자신의 방식으로 있어야하는데 최현수가 망쳐놓은 것이었다.”고 해석을 덧붙였다.
장동건이 최근 출연한 영화는 ‘마이웨이’, ‘우는 남자’, ‘브이아이피’ 등 이른바 센 영화들이다. 뭔가 TV에서 보여준 달콤한 역할은 더 이상 하지 않을 생각인가?
“영화라는 매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감정의 범위가 TV드라마보다 넓다고 생각한다. 영화할 때 이런 연기를 하는 게 재미있다.”면서 “그리고, 요즘 시나리오가 그런 것만 들어온다.”고 덧붙인다.
영화는 소설을 충실히 옮기면서도 많은 부분을 생략하거나 바꾼다. 그중 대사로만 살아남은 부분에 대해 물어보았다. 안승환(송새벽)이 오영제의 딸과 처음 조우했을 때 보건소로 보내주었다가 추행범으로 몰리는 장면. “그 부분은 처음부터 찍지 않았다.”고 말한다.
“영화자체가 문학적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들이 대사보다는 표정과 분위기로 감정을 표현한다.”며 “방대한 서사를 영화로 옮기면서 영화로 만들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리묘사가 많고, 캐릭터끼리 많이 마주치지도 않는다. 함축해서 전달해야하는 장면이 많았다”
장동건이 소설 속 오영제에 대해 이렇게 해석했단다. “원작에서의 이미지가 뜨거운 남자라면 영화에서는 차가운 인물이다. 오영제는 자극이 오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아니다. 딸이 실종되었을 때도, 사체가 발견될 때도, 아내가 자살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감정이 조금 늦게 나타난다. 이상한 사람이다.”
추창민 감독의 연출스타일은 어땠는가. “감독님은 작품 말고는 관심이 없었다. 사담을 해도 영화이야기만 한다. 현장에서 찍은 장면, 찍을 장면 이야기만 한다. 그렇다고 현장이 어두웠다는 것은 아니다. 평온했다. 집중하고 적당한 텐션이 있는 분위기였다.”
최현수를 연기한 류승룡과의 연기합은?“같이 맞붙는 씬이 많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거리를 뒀다. 만날 때 느낌을 주기 위해. 그렇다고 안 보고 그런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심리적 거리를 두려고 했다.”고 한다.
미남배우 장동건은 자신의 고정된 이미지에 대한 불만이나 아쉬움은 없는지 물어보았다.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 데뷔한지 27년이다. 그 동안 안 바뀌었으면 안 바뀌는 거다. 바꿀 필요가 있나요? 저는 그대로인데. 어떤 유행에 따라 저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데뷔 초에는 어린 나이에 비해 예의 바르고 점잖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다가 심심하고 재미 없네라는 소리도 들었다. 난 그대로인데 말이다.”
이번 작품에 만족하는지? “촬영할 때 몇 가지 버전으로 연기하는데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니 다른 버전이 아깝긴 하다. 처음 편집본을 보면 지금 영화랑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한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제일 열심히 한 영화인 것 같다. 인생작이란 것은 그 배우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관객들이 결정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시 드라마로 돌아온다. “<슈츠> 촬영한 지 한 달이 안 되었다. 벌써 타이트하게 돌아간다. 4월 25일 첫 방송이다. 대사가 많은 법정드라마이다. 재밌게 찍고 있다. 경쾌한 드라마이다.”고 소개한다.
<슈츠>에 출연한 이유는? “요즘은 작품선택을 할 때 이렇게 생각한다. 장점이 단점보다 크면 해보자고. ‘슈츠’는 빨리,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7년의 밤’같은 작품을 하고 나면 반대급부로 다른 작품을 하고 싶어진다.”
이 이야기를 하다가 <해안선>이란 작품을 이야기한다. 2002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장동건은 해안초소 사병을 연기한다. 초소 근무 중 민간인을 사살하고 악몽에 시달리는 역할이다. “<해안선>에서 사이코패스같은 역할이다. 자신이 한 행동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그 영화 찍을 무렵 힘들었다. 주변에서 그 영화 출연을 말렸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유행하던 때였고 <로스트 메모리즈> 찍은 직후였다. 감정을 쏟아 붓는 작품을 8~9개월 찍고 나니, 다른 작품을 하나 찍고 싶었다. 어린 나이에.”라고 말한다.
올해 소망이 있다면? “영화 <7년의 밤>과 드라마 <슈츠>, 그리고 촬영을 끝낸 <창궐>이 공개된다. 제가 출연한 작품이 관객들이 좋아하고 즐겨주셨으면 한다. 세 작품이 이렇게 있으니 무언가 마음속에 저축해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최근 대형기획사를 나와 1인 기획사를 꾸린 것에 대해 물어보았다. “큰 기획사 있을 때는 보살핌을 받는다는 느낌이 있고, 자신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홀로서기에 나선 것은 그 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해보고 싶었다. 소소하게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일들. 큰 회사에 소속되어 있을 때는 제가 책임지는 것이 아니니 민폐가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영화제 갔다가 작은 영화, 좋은 영화 만나면 한국관객에게 소개시켜주는 의미 있는 일도 해보고 싶다.”란다.
2005년 <무극>, 2012년 <위험한 관계> 등 중국에서 영화를 찍었는데 이제 중국시장은 생각하고 있지 않는지? “중국에서 드라마를 한 편 찍었었다. ‘7년이 밤’ 찍고 나서. 촬영후반에 사드사태가 터진 것이다.”고 말한다. 장동건이 출연한 중국드라마는 탕이신(唐藝昕)과 공연한 <아증애과니 상기취심산>(我曾愛過你 想起就心酸)이란 현대 도시극이다.
장동건의 드라마 <슈츠>는 4월 25일부터 KBS 2TV에서 방송된다. (KBS미디어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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