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는 김홍선 감독이 둘이다. 두 사람 다 TV 쪽에서 일하다 충무로로 넘어왔다. 영화개봉 앞둔 행사에서 간혹 전작을 잘못 물어보기도 한다. 오늘 만난 사람은 드라마 [보이스](시즌1), [블랙], [손 the guest], [루카: 더 비기닝] 등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이다. 2017년 영화 [역모: 반란의 시대]로 스크린 데뷔를 했고, 작년 넷플릭스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가 감독한 쿠팡플레이 <미끼>가 '파트1' 여섯 편을 끝내고, '파트2' 공개를 앞두고 있다. '미끼'와 '노상천의 생사'에 대해 물어보았다. (공개 전날, 삼청동에서 진행됨)
Q. 허성태 배우가 악역 노상천으로 캐스팅되었다. 배우에겐 첫 주연이다.
▶김홍선 감독: “운이 좋았던 것은 장근석, 허성태 두 배우가 초반에 부딪치는 신이 없었다. 허성태 배우가 다른 작품 하고 있었다. 시간대 별로 출연신이 달라 장근석 배우 신을 먼저 찍을 수 있었다. 캐스팅이 용이했던 것 같다. 결과물은 만족스럽다. 제 기준으로는 말이다. 허성태 배우는 작품에서 과거 모습을 보여줄 때 허술한 면이 있다. 그게 좋았다. 이후 변한 모습은 익히 보아왔던 그의 모습이다. 과거의 모습에서 의외의 모습이 많았다.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부분도 있고.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Q.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영화화 작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김홍선 감독: “사건을 다룰 때 마일드하게 찍고 싶었다. 근본적으로 수사물을 하고 싶었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일단, 미제 사건들을 찾아보았다. 여러 사건을 놓고 서치를 하는 중에 이런 사기 사건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완결된 것일까. 그 중에 택한 것이다. 당연히 어떤 인물이나 사건이 연상이 될 것이다. 2000년 중반에 있었던 많은 사건을 종합한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파트2’에서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저런 사건이 벌어진다. 코인사기도 나오잖은가. 경제사범을 전담하는 경찰에 따르면 한 사건에 피해자가 2~30만에 이르는 것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단다. 왜 똑 같은 일들이 벌어질까. 왜 매번 속고, 그런 사기꾼에 열광할까. 이유가 있을 것이다. 드라마로 해법을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환기시켜주고 싶었다. 드라마 <미끼> 보시고 안 속았으면 한다. 아직도 피해자 모임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Q. 파트1에서 벌여놓은 이른바 떡밥들은 다 회수되는 것인가.
▶김홍선 감독: “회수가 된다고 생각한다. 원래 생각한 대로, 정해진 대로 진행되는 것 같다. 파트2에서는 사건이 벌어지는 이유가 조금씩 등장한다. 그게 재미있을 것이다.”
Q. 파트1에서 사기사건의 주범 ‘노상천’이 중국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파트2에서는 그런 것들이 어떻게 이어지는가.
▶김홍선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주인공은 살아 돌아와야 하고, 악인은 반드시 죽어야한다’고. 장르물을 만들면서 그런 것이 드라마의 기준으로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드라마는 정의를 세우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삶을 사는 이야기다. 이런 기준에는 맞게 한 것 같다. 그렇게 말씀 드리고 싶다.”
Q. 경찰서 차장을 연기한 이성욱의 변화를 보는 것도 재미 포인트인 것 같다. 개과천선하는 인물인지, 아니면 사연을 갖고 있는지 계속 지켜보게 된다.
▶김홍선 감독: “원래 이런 작품에는 정의의 주인공도 있고, 안타고니스트도 있고, 회색지대 인물도 존재한다. 그런 인물이 분명 있을 것이다. 아니면 마음은 이쪽인데 몸은 저쪽이라든지. 아마 제일 인간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선과 악, 권선징악을 이야기한다면.
▶김홍선 감독: “타란티노의 말과 맥을 같이 한다. 선과 악의 기준을 우리가 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매력적인 악인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조금 지양하고 싶었다. 허성태 배우에게 계속 그런 이야기를 했다. ‘너는 나쁜 놈이야!’라고. 이 작품이 노상천의 연대기가 되는 것에 대해 주의했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노상천을 응원하면 안 된다. 드라마로 보면 매력적일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틀을 지키려고 했다. 나쁜 놈이 응원 받는 게임은 아닌 것 같다.”
“1화에서 구도한 캐릭터를 보여줄 때, 판사의 판결문이 깔리는 데 그 내용 중에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거가 맞느냐?’라는 게 있다. 이런 사건에서, 판결에서 정말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지 의심을 해봐야하지 않을까. 그것이 작품의 기획 의도였다. 기본적으로 이런 작품은 그래야한다고 생각한다.”
Q. TV드라마를 찍다가 OTT 작품을 연달아 찍었다. 작품과 플랫폼을 하는 기준이 있는지.
▶김홍선 감독: “각각의 방향성은 있다. OTT용이 있고, 공중파 방송으로 나갈 게 있다. 어떤 플랫폼을 겨냥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부분이 희석되고 있는 것 같다. 작품의 규모가 커지면 OTT가 맞다. 제작자나 감독들 입장에서 보자면 제작비가 분명 올라간다. 배우들 개런티도, 스태프 비용도, 제반 환경이 그렇다. 장소사용료 같은 코스트도 올라간다. 국내 플랫폼에서 감당할 수 있는 케파시티를 넘어설 때 OTT가 있다. 그때는 그쪽을 겨냥한다. 그에 따라 수위도 조금 다르게 찍을 수 있다.”
Q. 4월 7일 파트2가 공개된다. 가장 공을 들인 지점이 있다면.
▶김홍선 감독: “어떤 장면이 있다. 9회와 10회에 걸쳐 이야기가 진행된다. 한 룸 안에 주요 인물이 모이는데 자기들의 입장에 따라 변화가 생긴다. 위치를 바꿔가며 꽤 긴 대사를 나눈다.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바뀌어가는 모습이 재미있을 것이다.”
Q. 배우들이 울릉도 촬영이 재밌었다고 이야기한다. 무슨 신을 찍은 것인가.
▶김홍선 감독: “아마 울릉도 들어가는 것이 재밌어서 그렇게 말한 모양이다. 울릉도 들어가기 어려웠다. 날씨 때문에. 세 번째에 들어갈 수 있었다. 2월초였는데 겨울 장면에 맞춰 갔다.”
(어렵게 촬영한 신은?) “사고 장면이나 액션장면, 칼이 등장하는 장면은 어렵다. 그리고 장소로 말하자면 울릉도보다 태백에서 찍을 때가 더 힘들었다. 산이 높아서. 접근성이 어렵다. 배우들이 걸어 올라가고, 점심 먹으러 내려오고. 다시 올라가고. 그런 것 말고는 다들 즐겁게 촬영한 것 같다.”
Q. 구도한 역으로 장근석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는?
▶김홍선 감독: “정말 배우들은 삼고초려 해야 한다. 출연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감독들은 자신이 원하는 배우에게 제안 넣고 한없이 기다린다. 항상 대본 주고 기다리고, 기다린다.”
Q. ‘장르물의 대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김홍선 감독: “그런가? 기본적으로 멜로 대본도 받아보는데 결국 하는 것은 이쪽 장르인 것 같다. 내 성향이 그런 모양이다. 추리액션이나 미스터리를 많이 본다. 로코는 잘 안 본다. 성향이 그런 모양이다.” (어떤 작품 좋아하는지?) “정유정 작가 소설 좋아한다. <시카리오> 같은 것도 좋아한다.”
Q. 장근석 배우를 구도한 형사로 캐스팅한 것은 조금 놀랍다. 확신이 있었는지.
▶김홍선 감독: “저도 캐스팅에 응해 준 것이 놀라웠다. 대본을 재밌게 봤다고. 싫어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바로 미팅을 가졌는데 확신이 들었다. 구도한을 잘 할 것이라고. 사실 배우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봐야 안다. 이 캐릭터와 어울릴까. 기존에 해온 배우들은 알지만, 처음 함께 하는 배우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봐야 한다. 의외인 경우가 많다.”
Q. 장근석 배우의 어떤 점이 감독을 흡족하게 만들었는지.
▶김홍선 감독: “그냥 구도한 같았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 친구가 평상시에도 이런 면이 있더라. (이런 형사에 최적화된 충무로 네임드 배우가 많은데..) ”극에 맞는 나이도 있고. ‘아시의 프린스’ 이런 수식어에 대한 선입견은 없었다. 그리고 캐스팅이란 게 나 한 사람이 원하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운도 따라야하고, 시기도 맞아야한다. 이번에 못하더라도 다음에 함께 할 수 있다. 캐스팅엔 변수가 많다.“
Q. TV와 영화, OTT에서 계속 작품을 만들고 있다.
▶김홍선 감독: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기사 보니 요즘 영화 쪽이 많이 힘든 모양이더라. 개봉 못하고 창고에 있는 작품이 90편이라더라. 나는 작품 기획을 많이 하는 편이다. 지금도 몇 작품이 돌고 있다. 때가 맞은 것 같다. 한 작품 끝내고 새로운 작품 하는 것이 아리라 [미끼]할 때도 다음 작품 기획하기도 한다. 그게 성사되면 순서대로 가는 것 같다.” (다음 작품은 어떤 것인지?) “TV일수도 있고 OTT일 수도 있다. 다 고려는 하고 있다.”
Q.천나연을 연기한 이엘리야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나.
▶김홍선 감독: “캐스팅 라인업이 올라와서 만나봤다. 장근석 배우처럼 기존의 이미지가 있는 배우이다. 그래서 이런 장르물에 맞을까 생각했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긍정적인 에너지가 작품에 맞겠다 생각했다. 역시 배우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봐야한다.”
Q. 그런데 김홍선 감독은 어떻게 영화감독이 되었나.
▶김홍선 감독: “하하. 내가 국문과 출신이다. 영화랑 상관없는. 군대 가기 전에 본 영화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블레이드 러너] 보고는 이거 만드는 사람은 뭘까. 당시에 성룡 영화를 많이 보던 시절인데 [블레이드 러너]는 독특했다.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 책보고 영화 공부했다. <영화의 이해>부터. 지금도 후배들에게 그런다. 이런 책 세 권만 읽으면 연출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연출은 특별한 재능도 아니다. 인정을 받으면 밥을 벌어먹을 순 있을 것이다. 성격이 그렇다. 별로 신경 안 쓴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야하지 않을까.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인생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는지.
▶김홍선 감독: “장르물을 계속 해 왔으니. 좀 더 대중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 주는 작품을 하나 남기고 싶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작품을 하나 남기고 싶다.”
장근석, 허성태, 이엘리야와 함께 이성욱, 이승준, 박명훈, 오연아 등이 출연하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미끼]는 '파트1' 6편, '파트2' 6편이다. [미끼]는 한국에서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되었고, 외국에서는 프라임아마존과 라쿠텐비키 등을 통해 전 세계 186개 국가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사진=쿠팡플레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