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근석
‘아시아 프린스’ 장근석이 쿠팡플레이 [미끼]의 구도한 형사로 돌아왔다. 작품 [미끼]는 한때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조희팔’을 연상시키는 최악의 금융사기꾼 노상천의 그림자를 밟고 진행된다. 8년 전 중국에서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노상천(허성태). 그런데 한국에서 ‘노상천’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돌고 의문의 살인사건이 잇달아 일어난다. 장근석은 극중에서 재벌 전문변호사에서 경찰로 전직한 특이한 이력를 가진 강력계 구도한 형사를 연기한다. 최고의 법률지식과 범인을 꼭 잡고 말겠다는 신념으로 뭉친 인물이다. 오랜만에 연기자로 돌아온 장근석을 만나보았다. 쿠팡플레이 [미끼]는 지난 1월 27일부터 ‘파트1’의 6회차가 공개되었고, 잠깐 쉬는 시간을 거친 뒤 오늘(7일)부터 ‘파트2’가 시작된다.
Q. SBS드라마 ‘스위치-세상을 바꿔라’(2018) 이후 오랜 만에 드라마로 만나게 된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장근석: “군대까지. 제 인생에서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었던 시간이었다. 하고 싶었던 것, 못 해본 것 해보며 지냈다. 여행도 많이 가고, 음악도 많이 듣고. 이렇게 시간이 길어질 줄은 몰랐다. 어쨌든 아무 것도 안하고 살았다.”
Q. 그러다가 [미끼]를 복귀작으로 고른 이유는.
▶장근석: "사람들이 '장근석이라는 배우가 예상대로 가는 구나'라는 느낌이 주게 하는 작품을 하는 것이 맞을까 생각했다. 그동안 쉬면서 새로운 길을 찾은 것 같다. 사실 아무것도 안했지만 그렇게 포장하자. 하하하. '미끼'는 제가 생각한 것 들 중에 없었던 장르였고, 구도한이라는 캐릭터가 신선해서 선택하게 됐다." (만족하는가?) “만족이란 말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미끼]를 통해 깨부수고 싶었다. 좋은 망치질로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만족은 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시청자가 하시는 것이다.”
쿠팡플레이 '미끼'
Q. 김홍선 감독은 구도한 형사 역에 왜 장근석을 선택했을까.
▶장근석: “나도 궁금했다. 대본이 매력적이어서 감독님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나를 왜 선택했는지, 어떤 모습을 보고 싶으신지 물어보았다. 감독님은 그냥 나랑 작품하고 싶다고만 하셨다. 의심 같은 것 갖지 말고, 같이 만들어 가면 될 것 같았다. 예상한 대로 가지 않았다.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배우라는 직업에 만족하고, 앞으로도 이걸 계속 해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Q. [미끼]는 노상천의 생사와 그와 연관된 사건이 이어진다. 배우들은 그 결말과 사건의 실체를 사전에 다 알고 촬영을 한 것인지.
▶장근석: “"파트1‘이 방송될 때까지 정보가 없었다. 범인이 누구인지도 후반부에 알았다. ’파트1‘ 공개될 때까지 마지막 회 대본이 안 나왔었다. 범인은 마지막 회에 나온다. 배우들 모두 보안 때문에 마지막에 가서야 알 수 있었다. 만약 범인이 누군지 알고 촬영을 했다면, 의도와는 다르게 쫄깃한 느낌이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촬영한 부분에서는 배우들이 누굴까 고민한 흔적들이 남아있어서 좋았다.”
Q. 결말을 알려줄 수 있는지.
▶장근석: “주변 지인들이 범인이 누구냐고 물으면 ‘난, 모르지’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진지하게 ‘너지?’라고 묻기도 한다. 물론, 저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물음표를 준다는 게 ‘파트2’의 흥미로운 포인트이다.”
Q.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했다. 부담감은 없었는지.
▶장근석: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배우로서 무뚝뚝해져 있었다. 배우는 연기를 통해 감정을 200퍼센트 발산해야한다. 스스로에게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3개월 정도 레슨을 받았다. 세계관구축 같은 것이 아니라, 정말 제로에서 시작하여 호흡하는 법, 발성, 제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끌어올리는 연습과정을 거쳤다. 연기하는데 큰 도움이었다. 앞으로 시간이 되면 계속할 것이다. 준비하면서 흥분되었다. 살아있는 게 행복했고, [미끼]의 구도한으로 사는 게 즐거웠다.”
장근석
Q. 그런 과정을 거쳐서 자신의 무엇을 바꿀 수 있었나.
▶장근석: “[미끼]를 보셨으면 아실 것이다.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장근석은 드라이한 사람은 아니다. 에너지 넘치고, 자유분방한 사람이다. 그런데 [미끼]에서는 모노톤으로 바꿔야했다. 그 부분에 대해 많이 준비했다. 절제하면서 연기하는 것은 처음 해보는 것이었다.혹시 내가 업 되면 지적해달라고 감독님에서 부탁드렸다. 적정한 선에서 인물의 매력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
Q. 오랜만에 촬영현장에서 연기를 하며 힘들지는 않았는지.
▶장근석: “촬영하는 5개월 남짓, 하루 4시간 이상 자지를 못했다. 구도한 형사가 잠을 잘 자고, 깨끗한 얼굴로 활보한다는 것이 이상했다. 피부과에서 관리 받는 인물이 아니다. DI 과정에서 피부를 더 거칠게 만들어야하는 인물이다. 오직 사건에만 매달리는 그가 속 편하게 잘 수 있을까? 내가 만족이 안 되더라. 그런 것에 신경 써다보니 깊이 잘 수가 없었다. 매소드는 아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좋았다. 이런 방식에서 연기가 비롯된다는 것을 알겠더라.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Q. 그런 촬영 일정을 보내고 나서 후유증은 없는지.
▶장근석: “나는 잘 나대는 사람이다. 촬영 끝나고 캠핑 가자는 말이 나왔고, 곧바로 감독님이랑 스태프들이랑 다함께 캠핑 다녀왔다. 촬영할 때는 못했던 것을 그렇게 만나 해소시킨다. 지난주에는 감독님과 배우들과 만나 밥 먹었다. 그런 시간이 의미 있고, 소중한 것 같다.”
Q. OTT 작품을 찍으면서 지상파 드라마 찍을 때와는 차이가 있었는지.
▶장근석: “플랫폼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은 없다. 작품에 얼마만큼 영향을 주는지가 관심사였다. 배우로서 작품의 세계관을 표현하는데 제한이 덜하다는 것을 느꼈다. 공중파라면, 영화라면 어떤 식으로 표현되었을까. 공중파였다면 잔혹성, 음주, 흡연 장면 등에 제한이 있다. 그런데 배우들이 촬영할 때 그런 제한을 두지 않으니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 공중파 드라마였다면 차를 탈 때 안전띠를 꼭 매어야한다, 담배는 안 된다, 노출은 어떻다, 술은 적당량으로. 이런 것들이 있는데 OTT에서는 표현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
(홍보사는 인터뷰가 끝난 뒤 추가설명(해명)을 해 주었다. OTT에도 제한이나 가이드가 있다고. 지상파와 비교했을 때 좀 더 많은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Q. [미끼] 공개를 앞두고 유튜브에 출연한 것이 화제이다. ‘다나카’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장근석: “예능이나 유튜브 출연 섭외가 있을 때 나름 기준을 세운 게 있다. 배우라는 정체성이 있고, 무언가 새로운 작품으로 나간다면 그것이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의 재밌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은 [미끼]라는 작품이 등 뒤에 있었기 때문이다. [미끼]가 없었다면 출연을 고사했을 것이다. 배우에게 작품은 무기이자, 자산이다.”
“'SNL 코리아'도 재미있었다. 출연을 주저했었는데 '너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된다‘더라. 오프닝과 클로징이 좋았다. 허세 사진 같은 걸 초연하게 대하는 것이 가장 나다웠다. 혜정이를 패러디 한 촬영도 즐거웠다.“
Q. [미끼]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올드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장근석: “첫 회 나갈 때부터 알고 있었다. 스태프와 배우들도 그 이야기했다. 조명감독에게 한전 협찬 좀 받아 찍자는 이야기도 했다. 좀 밝게 찍으면 안 되냐고 감독님께 말하니 ‘내 영화는 원래 어두워’라고 하셨다. 다음 회차에서 화면이 갑자기 밝아지면 그것도 이상할 것이다. 감독님이 의도한 세계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Q. 연기 레슨을 받은 이유가 따로 있는지?
▶장근석: “그냥 절실했다. 잘 하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했다. 예전에 비해 겸손해진 것 같다. 적당한 절실함은 겸손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내가 죽으면 관 속에 넣고 싶을 정도로 잘 하고 싶었다. 5년을 그냥 쉬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제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니 그 절실함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배우에겐 작품이 무기가 된다. 그래서 계속 자기를 담금질해야한다.”
Q. 장근석에게 [미끼]는 어떤 의미의 작품일까.
▶장근석: “기다림의 시간 끝에 만난 작품이다. ‘장근석이 이런 작품을?’ 이런 생각도 하실 수 있을 것이다. [미끼]로 연기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 어쨌든 최악은 아니었기에 다양한 대본을 받을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꽃미남’이나 ‘아시아의 프린스’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장근석: “제가 ‘꽃미남’이리고 불리는 것을 싫어한 적이 없다. 젊었을 때의 모습이 강하게 남아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그런 것이다. 대본을 받아 읽어보니 스토리도 그렇고 여태 안 해본 것이라서 택한 것이다. 원래 제목이 [범죄의 연대기]였는데, 장근석과 매칭이 안 되잖아요. 만약 그 때 제목이 ’범죄자의 사랑‘ 같은 것이었다면 했을까요? 물론 그게 운명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 구도한도 깰 수 있을 것 같고, ’범죄자의 사랑‘도, 더 딥한 것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감이 생겼다.”
Q. 어떤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지.
▶장근석: “제한을 두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시간을 두고 [미끼]를 만난 것처럼. 그게 어떤 작품이 되었든, 예능이든 드라마이든, 한국 작품이든 일본 작품이든. 그냥 많이 설레고 기다려진다. (그래서 결정 난 것이 있는가?) ”있다면 곧 보도자료 나가지 않을까요?“ (하하하)
Q. 과거와 달라진 게 있는지.
▶장근석: ”달라진 것? (허공을 보며 한 동안 생각하는 듯) 흠. 책임감인 것 같다. 어렸을 때 아역을 할 때는 어른들에게 혼나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 있었고,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냥 놀면 된다고 생각했다. 책임감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그러다가 [황진이] 할 즈음에, 이러다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게 반복된 것 같다. 지금은 더 무거워진 것 같다.“
쿠팡플레이 '미끼'
Q. 같이 연기한 이엘리야 배우와 이성욱 배우와의 연기호흡은 어땠나.
▶장근석: “이엘리야 배우에 대해 말하자면, 현장에서 그렇게 순수한 사람은 처음인 것 같다. 다른 사람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자기 이야기도 잘 한다. 작품 이야기를 나눌 때 대본을 잡고 분석하는 열의가 대단했다. 신 하나를 가지고 오래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성욱이 형은 너무 고마웠다. 나는 연기를 하면서 절실함이 있었다. 이성욱 배우와 붙는 신이 많아서 따로 부탁을 드렸다. 실례가 안 된다면 호흡을 맞혀볼 수 있는지. ‘괜찮아, 어디로 가?’ 하더라. 재밌는 시도도 많이 해보았다. 서로의 대사를 바꿔서 해보기도 했다. 신선했다. 형이 이것저것 해 보고 싶은 것 다 해보라고 했다.”
Q. 이젠 현장에서 대선배 대우를 받았겠다.
▶장근석: “그런 것은 없을 줄 알았는데 있더라. 10여 년 전에 촬영 현장에 만난 막내가 저보고 원로라면서 앉으시라고 놀리더라. ‘버텨줘서 고맙다’고 그랬다. 요즘 힘든 것 안 하려고 하는데 그 친구도 잘 버텨준 것 같다.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장근석
Q. 쿠팡플레이 [미끼] 파트2의 관전포인트를 짚는다면.
▶장근석: “파트1과 2로 나눈 점이 뭘까 생각해 보았다. 파트1은 달리기를 시작하기 위한 세팅의 과정이었고, 파트2는 총에서 총알이 나가듯이, 사건이 펼쳐진다.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누군가 살인을 계속하고, 누군가는 잡아야하는 과정이다. 다음 회가 기다려질 것이다. 파트2는 좀 더 달려가는 느낌의 드라마이다. 반전이 너무 세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그 점을 주의 깊게 보시길. ‘아, 애였네!’ 하다가, ‘어, 그런데 아니네!’할 것이다.”
“자신 있게 '이건 내거야' 하는 작품을 하게 되면 인사 드릴 것이다. [미끼]로 만나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 했듯이, 급하게 나를 채찍질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미끼' 파트2가 마무리 될 때까지 여러가지를 준비 해볼 생각이다."
쿠팡플레이 '미끼'
[사진=쿠팡플레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