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살랑살랑 불던 지난 2015년 3월 개봉되어 300만 관객을 ‘깜짝’ 불러 모았던 이병헌 감독(배우와 동명이인임!)이 올 봄에 또 다시 깜짝 흥행을 기대하며 코미디로 돌아왔다. 놀랍게도 체코영화를 리메이크한 <바람 바람 바람>이다.
22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바람 바람 바람>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영화 상영 뒤 이병헌 감독과 주연배우 이성민, 신하균, 송지효, 이엘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도 이어졌다.
영화는 바람 많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바람피우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개인택시운전사 이성민은 20년 경력의 바람꾼. 아내 장영남 몰래 자신의 인생을 맘껏 즐긴다. 바로 옆집에 사는 여동생 부부(송지효-신하균)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아내 밖에 몰랐던 신하균 앞에 신비로운 분위기의 이엘이 등장하면서 평화롭기만 하던 제주도에 또 다른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체코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Men In Hope)의 기본 플롯을 한국, 제주도로 옮긴 이병헌 감독은 “바람이나 불륜이라는 부정적인 소재를 다루다 보니 관객들이 이해할까 고민이 많이 됐다”며 “원작은 인물의 감정보다 벌어지는 상황을 따라 전개되기 때문에 인물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상황이 아닌 인물의 감정에 대해 집중하면서 이 사람이 왜 이런 일을 하는지 표현하고 싶었다”고 연출방향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영화를 막장 코미디물로 끝내려면 시작하지도 않았다. 불륜을 미화하거나 옹호하는 쪽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그렇게 되지 않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스물>에서 보여준 이병헌 감독의 상황적 개그와 찰진 대사를 배우들이 제대로 소화했을까. 이날 배우들은 촬영초반에 감독의 디렉팅을 이해하는데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바람의 전설로 돌아온 이성민은 ”영화가 잘 돼도 감독님 덕분이고 안 돼도 감독님 덕분이다. 인물이 이상한 행동을 할 때 이럴 수가 있나 싶은 지점들이 있었다”며 “감독님의 대본과 디렉션에 충실했다. 영화를 보고나니 코미디 장르와 대사가 주는 재미를 잘 살리는 특출한 재능이 있는 분이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뒤늦게 바람의 세계에 입문한 신하균은 ”코미디 연기는 어렵다. 감독님이 전하고자 하는 코미디의 뉘앙스를 살리려면 템포와 리듬감에 신경써야했다“며 ”어른들의 감정을 솔직하게 보여준다는 것이 매력적인 영화”라고 말했다.
치명적 매력의 소유자 제니 역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이엘은 “연기를 하면서 내가 사랑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 했었다”며 “이번 영화를 하며 조금은 해답으로 가는 실마리를 얻은 것 같다. 상대가 여자든 남자든, 누구든 간에 그냥 진심인 것 같다. “고 말했다.
송지효는 “바람에 관한 이야기지만, 철딱서니 없는 어른들의 현실보다 감정이 앞선 이야기니 그렇게 봐 달라”고 당부했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은 내달 5일 개봉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