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귀
김병현이 애리조나 그라운드를 다시 찾아 눈물을 보였다.
19일 방송된 KBS 2TV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가 신선한 관찰 예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대한민국 각계 각층을 대표하는 ‘셀럽’ 보스들과 ‘미생’ 직원들의 일터와 일상 속 동상이몽을 돌아보는 역지사지X자아성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내공 충만한 보스들의 등장해 자신의 ‘갑 본능’을 점검한다. 직원과 후배들의 갑갑함을 풀어줄 대나무 숲 MC4인방이 리얼하고 독한 입담을 펼친다. 전현무, 김숙 등이 MC로 나서 ‘갑 본능’의 세계를 파헤쳐간다.
앞서 햄버거집 사장님으로 변신한 메이저리그 레전드 김병현이 새로운 보스로 출연했다. 지난 방송에서 허재의 서브 MC 오디션에 깜짝 등장해 깨알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 김병현은 메이저리그(MLB)에서 월드 시리즈 우승을 2번이나 경험한 살아있는 야구 레전드.
현재 고향 팀인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햄버거 가게를 열고 요식업 사장님으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김병현은 스스로를 “미국식 마인드를 지닌 친구 같은 보스”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지난해 고향 연고 팀인 기아 타이거즈 야구장에 모교 이름을 딴 햄버거 가게를 개업한 김병현은 문을 열자마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무관중 경기에 리그 중단 사태까지 겪은 김병현은 참담하다는 심경을 밝혀 안타깝게 만들었다. 인원 감축을 해 지점 3개에 직원이 5명뿐이었다.
앞선 방송에서는 MLB 앰버서더 자격으로 WBC 홍보 차 미국을 방문한 ‘야구 보스’ 김병현의 이야기가 그러졌다. 출연진들은 미국에 간 김병현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며 그동안 햄버거 가게 보스로 친근하고 엉뚱한 4차원 매력을 보여준 김병현이 MLB 우승 반지 보유자이자 한국 유일의 MLB 앰버서더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여기에 김병현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국 선수 중 메이저리그 계약금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혀 또 한 번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김병현은 당시 한국 선수로서는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인 237억 원을 받은 바 있다.
이날 이찬원과 함께 자신이 몸 담았던 애리조나 홈구장을 찾은 김병현은 변함없는 그라운드와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듣고는 “마치 시간 여행 온 것 같다”며 추억에 빠졌다.
입단 초기 말이 서툴렀던 김병현은 불펜에 영어 단어책을 들고 들어갔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랜디 존슨 등 팀의 선배 선수들보다는 또래의 스태프들과 더 친해지면서 집이 아닌 야구장 클럽하우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당시 김병현이 잠을 청했던 세탁실에 간 이찬원이 “여기서 잤다고?”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김병현은 “수영장이 딸린 좋은 집보다 언제든 연습할 수 있고 친구들도 있는 세탁실이 더 편했다”면서 낯선 땅에서 외로웠던 자신을 버티게 해준 클럽하우스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김병현은 “당시에 야구장이랑 약간 떨어진 곳에 집을 얻었는데, 수영장까지 딸린 좋은 집이었지만 들어가서 불 켜기가 싫었다. 가면 아무도 없고, 특별한 것도 없었다. 혼자 있는 게 싫었다”고 이야기했다.
김병현은 “좋으면서도 가슴이 아리다”며 울컥했다. 그는 “야구장의 햇살, 그라운드, 장내 아나운서 목소리가 시간 여행 온 거처럼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애리조나 그라운드를 15년 만에 다시 걷던 김병현은 갑자기 멈춰 서더니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면서 오열했다.
한편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대한민국 보스들의 자발적 자아성찰 프로그램이다. 대한민국 각계각층의 최정상 보스들과 ‘미생’ 직원들의 일터와 일상 관찰을 통해 그들의 관계를 살펴보고 과연 보스들이 직장에서 어떤 보스인지, 보스들의 갑갑함을 밝혀본다.
매주 일요일 오후 5시 KBS 2TV를 통해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