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미는 2018년 영화 <마녀>에서 무시무시한 초능력을 가진 ‘교복소녀’ 지윤 역으로 영화팬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리고 3년 뒤,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2021)에서 다시 한 번 교복 입은 국연수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김다미는 지난 15일 개봉된 영화 <소울메이트>에서 다시 교복을 입는다. 안미소(김다미)와 고하은(전소니)은 1998년, 제주 푸른 바다가 보이는 초등학교 교실에서 처음 만난 뒤 같이 웃고, 같이 울며 함께 성장한다. 김다미는 조금은 '불량스러워' 보이면서, 어쩌면 피해 의식을 우정으로 꾹꾹 가슴에 누르고 사는 인물이다. 미소와 하은운 오랜 세월, 생(生)을 가르는 우정을 보여준다. 개봉을 앞두고 가진 라운드 인터뷰이다.
Q. 영화를 본 소감이 어떤가.
▶김다미: “언론배급 시사회 때 처음 봤는데 촬영할 때 생각이 나서 울컥했다. 제가 이 영화를 사랑하는 만큼 관객들도 사랑해 주셨으면 한다. <마녀>와 <이태원 클라쓰>를 하고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었다. 그 때 원작(중국영화 ‘안녕,나의 소울메이트’)을 추천해주셔서 보았다. 그리고 그 영화를 한국에서 제작(리메이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독님을 만나게 되었다.”
Q. 원작을 보고 든 생각은? 이 작품은 어떤가.
▶김다미: “볼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들 것 같다. 여자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새로웠고, 재밌었다. 감정들이 섬세하다. 큰 사건은 없는데 저에게 감정적으로 큰 영향을 주더라. 신기하고 재밌는 영화였다. 그리고 원작 속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그런 감정이 섬세한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우리 영화는 우선 제주도가 나온다. 분위기가 다를 것이다. 제주도에 대한 공간감과 한국적인 정서에 대해 감독님이 말씀하셨고, 저도 이입이 되었다. 시나리오룰 처음 봤을 때도 울컥했다.”
Q. 안미소는 어떤 인물로 그리려고 했는가.
▶김다미: 저랑 하은이랑 닮은 듯 달랐으면 했다. 두 사람 다 그런 지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성장하다가 각자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미소는 자유로워 보였으면 좋겠지만 하은이처럼 섬세한 부분도 있다. 후반에는 안정적인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미소를 연기하려고 했다.“
Q. 감독은 김다미 캐릭터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김다미: “감독님이랑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작품 외적으로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미소라는 캐릭터를 함께 하게 되어 고맙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미소라는 캐릭터를 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끌어내게 한 것 같다. 밝은 점을 많이 끌어내려고 했다.”
Q. 하은을 연기한 전소니와의 케미는?
▶김다미: “사람 관계에 있어서 부담스럽게 다가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천천히, 오래 보고 다가가는 스타일이다. 그런 게 서로 잘 맞아서 더 친해진 것 같다. 연기적으로 본인캐릭터 뿐만 아니라 미소 캐릭터에 대해 잘 이해해준 언니에게 고마웠다.”
Q. 자신과 가장 닮았던 지점이 있다면.
▶김다미: “혼자 스스로 겪어나가고, 해결해나가려는 부분. 그리고, 장난스러운 부분도 닮은 것 같다.”
Q. 연기할 때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
▶김다미: “어린 시절 연기하는 것은 재밌었다. 미소는 자유로운 성격으로 뭘 해도 용인이 되었다. 현장에서는 촬영하는 것 같지 않고 놀려온 것 같았다. 미소가 어른이 되고 나서는 차분해진다. 어린 시절엔 운다거나 힘들어하는 표정이 보이지 않았는데, 어른이 되고나서는 감정표현이 많아진다. 눈물을 흘려야하는지, 울어야하는지, 무표정한 표정을 지어야할지 감독님과 그런 감정표현에 대해 토론을 많이 했다.”
Q. 우정을 이야기하면서도 흔들리는 청춘을 보여준다. 미소는 자신이 제니스 조플린처럼 ‘27살에 죽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김다미: “그 이야기는 진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소도 안정적인 삶을 바란다. 하은이처럼 살고 싶어 했을 것이다. 미소가 하은이를 떠난 이유도 하은이를 위한 것도 있지만 자신도 상처받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 주위에 항상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했었고, 그게 자신의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게 현실이라거나 청춘들의 일반적인 삶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Q. 영화 촬영 전에 준비한 것이 있다면. 함진우(변우석)와의 동굴 키스(?)신은.
▶김다미: “2~3개월 전부터 준비했다. 감독님과 촬영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만나 오락실에서 점핑 게임 하는 것이랑 스쿠터 타는 법과 칵테일 만드는 방법을 준비했다. 키스신도 여러 차례 찍었다. 생각보다 각도가 어려웠다. 깨물고 있어야하니. 우석이 오빠가 고생을 많이 했다. 귀엽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어린 시절의 일이니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이상해보이지 않게, 장난스럽게 보이려고 했다. 미소의 방식으로.”
Q. 서로의 관계에 대해 오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친구 사이에 서로 말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김다미: “미소를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는 것이다. 미소는 진우에게 감정이 없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다가오는 순간까지는 공간이 주는 어떤 감정으로 살짝 받아들인 것이다. 궁금증 같은 것? 그리고 조금의 가책을 느꼈을 것이다. 진우가 그런 생각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자기 책임이라는 미소의 생각이 이해가 되었다. 저라면 바로 풀었을 것이다.”
Q. 일찍 오해를 풀었다면.
▶김다미: “영화를 보면 많은 순간에 서로의 마음을 표현한다. 하은이와 미소가 표현을 못한 것이 있다면 조금의 미안함을 말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안타까웠다. 미소와 하은이는 엔딩 때 그렇게 끝난 게 적정한 타이밍이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잘 모르겠다.”
Q.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 있었다면?
▶김다미: “저에게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은 <마녀>인 것 같다. 많은 것들이 변하는 순간이었다. <마녀> 오디션을 볼 때는 내가 아직 학생이라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했었다. 오디션 보는 것조차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한번 해보자고, 크게 용기를 낸 것 같다.”
Q. <마녀> 전과 후에 달라진 게 있다면.
▶김다미: “좋아하는 일,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변했다. 그 당시에는 연기를 잘 하고 싶었다. 연기를 할 때에도 저밖에 못 봤다면, 현장을 한 번 겪으니 더 넓게 보게 되더라. 성장했다고 느낀다. 영화현장은 스태프들이 만들어내는 것이 있다. 어디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연기만 잘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스태프와도 소통을 많이 한다.”
Q. 전시회장에서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을 대할 때 감정이 묘했을 것 같다.
▶김다미: “제주도 신 찍고, 마지막 즈음에 그 그림을 봤다. 처음에 전시회 갔을 때 하은이 엄마 그림을 보고 울컥했다. 그림이 한 가운데 걸려 있고, 자기 옆에 아이도 있다. 청춘의 시절의 순간을 담은 사진이니 울지 않으려고 했다. 그 순간, 청춘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Q. 김다미의 얼굴 표정은 연기를 하는데 ‘말갛다’는 느낌이 든다. 본인의 얼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한다.
▶김다미: “얼굴이 평범해서 화장을 하거나, 머리를 만져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촬영감독님이 어떤 신에서는 왼쪽을, 어떤 신에서는 오른쪽을 담으려고 했다. 왼쪽은 슬퍼 보이고, 오른쪽은 밝은 느낌이 있다고 그러신다. 영화 속에 나온 모습을 보니 달라 보인다.”
Q. 학창시절은 어땠나.
▶김다미: “별명이 ‘김담담’, ‘담담이’였다. 학창시절은 지금이랑 비슷하다. 잠도 많았고, 공부도 적정선만 했다. 정말 평범한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때 난 ‘야자’를 하고 싶었다. 항상 연기 배우러 갔으니. 친구들이 학교에 있는 게 부러웠다.” (학교 다닐 때 제일 재밌었던 기억은?) “점심시간에 발야구한 것. 항상 아이스크림 사먹고 그랬다. 그런 소소한 재미가 기억난다. 밥을 먹고도 쉬는 시간에 햄버거 사먹고...”
Q. 극중에서 미소는 유럽으로 여행 갔다고 말하고, 바이칼에서 엽서 보내고 하는데..
▶김다미: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다. 그리고 자기는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니 잘 살고 있지 않은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미소의 어려운 시절은 신들이 짧게, 임팩트 있게 표현된 것 같다. 분장을 통해 아파보이게 한 것도 있고. 점점 지쳐 가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다. 움직일 힘조차 없어 보인다. 나도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미소의 아픔, 성장통에 공감하는 지점이 있었다. 미소가 거짓말을 한 것은 참아온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고 속으로 삼킨 것이다.”
Q. 하은이와의 관계는? 두 사람이 눈물을 터뜨리며 감정이 격해진다.
▶김다미: “둘의 관계를 우정이라고 말하면 너무 작은 것 같다. 크게 보아 (그들의) 우정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술에 취한 그 장면은 하루 종일 찍었다. 감정을 길게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소은이도 그 씬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고민을 많이 했다. 감정적으로 힘들었지만, 그냥 ‘우리 일단 해보자, 믿고 해보자.’ 다짐하고 찍었다.”
Q. 고등학교 시절, 하은이가 첫사랑을 말하자, 다짜고짜 학교로 진우를 찾아간다.
▶김다미: “이해가 된다. 하은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것 같다고 하자 복합적인 감정이 생겼을 것이다. 그 나이에는 친구들이 중요하고, 잘 되기를 바라니까. 질투심도 있을 수 있고. 다양한 감정이 들기를 바랐다. 그래서 자기 눈으로 직접 보겠다고 간 것이다.”
Q. 교복이 어울리는 청춘드라마와 영화를 잇달아 찍었다.
▶김다미: "그런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역할에 불러주신다면 고맙죠. 교복은 입을 때마다 재밌다. 내가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Q. 30대, 40대의 김다미는 어떤 모습일까.
▶김다미: "미래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과거도 많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그 때가 되어도 내가 여전히 연기를 사랑하고, 좋아하면 좋겠다. 지금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은 작품을 많이 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것은 많다. 장르적으로 도전해보지 않은 게 많으니."
Q.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앞으로 출연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김다미: “<대홍수> 촬영이 끝난 지가 얼머 안 된다. 큰 재난영화를 하고나니 따듯한 작품을 하고 싶다. 가족이야기, 이런 것. <대홍수>에서는 사건이 컸다. 소소한 것 해보 싶어진다. 잔잔하게 웃긴 코미디나 추리극, 스릴러도.”
Q. 영화 개봉 앞두고 성수동에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김다미: "저도 가봤어요. 영화 소품들도 있고, 팬분들이 저희들 그려주신 그림도 걸려있고. 그렇게 공간까지 만들어지니까 너무 기쁘다."
Q. 김다미의 팬들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김다미: "제 팬은 뒤에서 조용히 응원해 주는 것 같다. 항상 든든한 느낌이 든다. 팬들이 항상 좋은 이야기 해주신다. 제 건강을 챙겨주니까.' 건강하고 아프지 말라' 그런 말들을 많이 해준다."
Q. 제니스 조플린(1943~1970)이라는 가수는 알았는지? (영화는 제니스 조플린의 명곡 ‘Me And Bobby McGee’이 흘러나오고, 소미는 제니스 조플린처럼 27살에서 죽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김다미: "이 영화 찍기 전에는 몰랐다. 음악을 찾아봤다. 옛날 감성 좋아한다. 조덕배 선생님 노래도 좋아한다."
Q. 김다미의 인생영화가 있다면?
▶김다미: "그거 고르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 나이 대 별로 가슴에 와닿는 장르가 있었던 것 같다. 20대 초반에는 잔잔한 흐름이나 풍경이 예쁜 영화를 좋아한 것 같다. 그러다가 갑자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 좋아했다. 다양한 것을 좋아한다. 최근 취향은 애니메이션이다. <모아나>, <소울> 이런 것 좋아한다. 순수한 감정이 드러나는 작품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 작품 찾아서 본다. 단순한 감정으로, 쉽게 풀어나가는 작품. 아름다운 지점이 있다. 복잡한 감정보다 그런 것을 보는 게 힐링이 되는 것 같다."
Q. 원작영화를 좋아한 영화팬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면
▶김다미: “원작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 안다. 그분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 원작과는 다르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제주도라는 배경자체도 그렇고,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정서도 다르고. 서로 비교해서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Q. 전소니 배우가 맡은 역할에 대해서.
▶김다미: "언니가 연기한 하은이는 대단했다. 언니와 저랑 배역을 바꿔서 해도 재밌었을 것이다. 서로 닮은 점도 있고, 다른 지점도 있으니.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모든 분들이 <소울메이트>를 좋아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감정 일치가 되고 인물에 이입이 되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이다. 그런 분들이 많이 봐주시지 않을까 싶다. 저는 엄마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김다미와 전소니의 오래된 우정과 애정의 연대기 '소울메이트'는 지난 15일 개봉했다.
[사진=UAA/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