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고, 윤여정 배우에게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안긴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 가서 정착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한국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를 만든 정이삭 감독이 놀랍게도 디즈니+(디즈니플러스)의 <만달로리아>(원제:The Mandalorian)의 에피소드 한 편을 연출한다. ‘만달로리안’은 조지 루카스의 전설적 SF <스타워즈>의 외전이자, 스핀오프이자, 미래이다. 정이삭 감독은 다음 주 공개되는 <만달로리안> 시즌3의 에피소드3의 연출을 맡았다. 공개에 앞서 한국기자들과 화상인터뷰를 진행했다.
“2019년에 <미나리> 편집 작업할 때였다. 저녁에는 <만달로리안>을 보는 것이 너무 좋았다. <미나리>와는 아주 다른 프로젝트이지만 나도 저 시리즈의 에피소드를 연출하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고 인연의 시작을 밝혔다.
정이삭 감독은 “이처럼 VFX(시각특수효과)가 많이 들어가는 작품은 처음이라 배울 것이 많았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즐거웠다. 존 파브로가 만들어놓은 기존의 프로세스, 기술 등을 사용하여 만달로리안의 월드를 조성해나가는 것이다. 그런 방식이 좋았고, 크리에이티브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이삭 감독은 자신이 맡은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시리즈 중에서 드라마적인 요소가 많이 부각되는 에피소드이다. 에피소드3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인물들에 초점이 맞춰진다. 배우들이 카메라에 좀 더 오픈되기를 바랐다. 딘 자린의 경우 마스크를 썼지만 눈이 보이는 부분에 틴트를 연하게 하여 눈이 보이도록 했다. 존 파브로는 나의 <미나리>를 보고 연출을 제의한 것이니 배우들의 드라마적인 요소가 극대화되는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저도 이게 편하게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배우들과의 협업도 좋았다. <미나리> 때의 가족 같은 분위기가 생각났다.”
정이삭 감독도 어린 시절 <스타워즈>를 좋아했다고 한다. “어릴 때는 시골에 갇혀 있었지만 언젠가는 은하계로 갈 루크 스카이워커라고 상상했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SF시리즈를 연출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만달로리안>이 특별한 것은 전 세계 사람들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양한 관객들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카페에서 ‘베이비 요다’(인형)을 본 적이 있다.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작품의 일부를 맡은 것이 영광이다.”
Q. 존 파브로에게서 특별히 주문받은 게 있는지.
▶정이삭 감독: “존 파브로에게서 가이드를 받았다. 연출할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나 작품을 오마주하면 좋다고도 했다. 대본을 보고는 히치콕 감독이 생각났다. 오마주하기 딱 좋다고 생각했다. 제가 영화를 가르치기도 했었다. 그런 요소들을 에피소드로 녹여내는 작업을 했다.“
Q. 시즌3의 에피소드3에서는 어떤 점을 주의해서 봐야하는지.
▶정이삭 감독: “<만달로리안> 시리즈의 시대적 배경은 오리지널 <스타워즈> 에피소드6과 7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 시기의 신(新) 공화국의 모습을 생각했다. 그 시기는 공화국이 제국을 무너뜨리고, 신공화국이 들어서면서 그들만의 원칙을 가지고 나라를 세우려는 단계였다. 그런데 에피소드7에서 제국이 돌아온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예상할 수 있다. 그 밸런스를 맞춰야했다. 희망에 차 있고, 모든 것을 재건해야한다. 그리고 관료주의 상황에서 언제든지 제국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는 캐릭터는 그런 틈바구니에서 고생하는 모습이다.”
Q. 페드로 파스칼 배우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정이삭 감독: “페드로 파스칼은 재능 있고, 모든 것을 헌신하는 배우이다. 함께한 시간이 고맙고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연기하는 ‘딘 자린’ 캐릭터는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인간적 면모를 잘 드러낸다. 목소리 등을 통해 인간적 면모가 잘 드러난다.”
Q. 같이 작업하고 싶은 한국배우가 있는지.
▶정이삭 감독: “윤여정 선생님과 다시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다. 최고의 배우라고 생각한다. 혹시 이 기사를 보시게 된다면 제가 항상 윤여정 선생님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스타워즈>의 은하계로 초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를 좋아해 주신 팬들이 고맙다. 감동을 받았다. <만달로리안>과 제 에피소드도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 존 파브로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협업한 결과물이다. 가족들과 함께 즐겨주시면 좋을 것이다. 이 작품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는지 아신다면 감탄할 것이다. 영화감독으로서 저는 온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이 작품이 그러하다.”고 말했다.
'만달로리안' 시즌3는 지난 8일 디즈니+를 통해 공개되었다. 정이삭이 연출을 맡은 시즌3의 에피소드3, ‘Chapter 19: The Convert’는 22일 공개된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