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K-학폭 드라마’ <더 글로리>(연출:안길호 극본:김은숙)의 ‘파트1’과 ‘파트2’가 텀을 두고 전 세계에 동시에 공개되면서 또 한 번의 ‘넷플릭스 K콘텐츠’의 역사를 쓰고 있다. <더 글로리>는 고등학교 때 패거리에게 끔찍한 폭력을 당한 문동은(정지소-송혜교)이 18년의 세월을 벼르며 정교하게 복수를 행하는 정의구현 드라마이다. 차주영은 학폭 패거리의 한 사람인 최혜정을 연기한다. 스튜어디스가 된 후에도 여전히 몰려다니며, 안절부절 못하는 인물이다. 2014년 CF모델로 출발하여 TV드라마로 차곡차곡 인지도를 올리더니 ‘최혜정’으로 잭팟을 터뜨린 것이다. 곧 KBS 2TV 주말드라마에 출연하는 차주영을 만나 <더 글로리>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더 글로리>가 이렇게까지 반향이 크고, 인기가 좋을 줄 예상했는지?
▶차주영: “파트1‘이 먼저 공개되고 나서는 이 정도 반응일 줄은 몰랐다. 이게 ’파트2‘까지 다 봐야 반응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요즘 연락 많이 주신다. 어제 드라마 공항장면 촬영했는데 ’스튜어디스 최혜정이다‘라며 알아보더라.”
Q. 오디션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나.
▶차주영: “오디션이자 미팅이었다. 처음부터 혜정이 역할로 갔었다. 다른 역할은 보여주지도 않았다. 다른 것도 읽어보고 싶다고 했는데 ‘아니야, 넌 혜정이야!’ 그러셨다.”
Q. 후반부 목을 다친 뒤의 혜정을 연기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차주영: “부담이 너무 되었다. 다른 작품을 할 때에는 촬영 들어가기 전에 그 인물을 다 만들어놓고 현장에 간다. 그런데 그 장면에서의 혜정이를 어떻게 연기하여야할지 마땅한 레퍼런스를 찾을 수가 없었다. ‘목소리가 안 나오는 사람.’ 목을 찔렸다는 점에서 의학적으로 봐도 사실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Q. 동은이에게 끔찍한 과거를 안겨준 패거리, 가해자들 사이에도 계급이 있다. (최혜정은 세탁소집 딸이다)
▶차주영: “연기하기 어려웠던 게 그것이다. 동은이가 아니었다면 자기가 타깃이 되었을 테니. 분명한 가해자이면 피해자이기도 하다. 같이 악행을 즐기는 친구로 보이겠지만 그 시작은 두려움이다. 그렇게 잘못을 저지르고, 멈출 용기도 없었던 친구이다. 그리고 욕심, 허영, 잘못된 욕망들이 뒤섞여 점점 더 잠식되어 간다.”
Q. 어릴 때였다면 그렇다하더라도, 성인이 되어, 번듯한 스튜어디스가 되어서도 그러나.
▶차주영: “인간 차주영으로서 그것이 이해가 안 된다. 혜정이는 잘못된 것을 뿌리칠 용기가 없었고, 점점 중독되어 버린 것이다. 본인이 만들어낸 세계에서 자신을 가스라이팅하며 벗어나고 싶지 않으려고 한다. 자기가 갖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니 그 무리에 속해 있으면서 놀이에 취한 것 같다. 다른 맥락에서 보자면 그렇게 섞여있는 것에서 우월감을 느끼고 자존감을 채운 것 같다.”
Q. 차혜정은 스튜어디스이다. 저런 학창시절을 보내놓고 어떻게 스튜어디스가 되었을까.
▶차주영: “스튜어디스는 아무나 되나. 저의 절친도 스튜어디스이다. 제가 맡은 역할이 가해자여서 직업적으로 폄하되지나 않을까 걱정했다. 상처 입은 분들에게 사과드린다. 저는 스튜어디스 좋아한다. 제 연기를 응원해 주시고, 즐겁게 봐 주시는 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Q. 이번 연기로 어떤 평가를 받고 싶었다.
▶차주영: "'‘차주영은 이런 것도 하네, 이런 연기도 되네’ 같은 말. 저한테 있는 프레임을 깨고 싶었다. 연기를 늦게 시작했지만, 제가 은근히 말 잘 듣고, 책임감도 있다. 데뷔 후 예쁜 이미지로만 보시는 것 같아서, ‘그것만 있는 게 아닌데’ 하며 다른 것 찾다가 이지적인 캐릭터도 했다. 그랬더니 또 그렇게만 보시더라. 그래서 캐릭터 성격이 강한 것도 해보고. 지금 가장 듣고 싶은 것은 차주영이라는 배우는 어디 하나에 갇혀있는 게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는 배우라는 말이다.”
Q. 혜정이가 동은의 복수에 있어 혁혁한 어시스트를 한 셈이다.
▶차주영: “처음엔 그 부분을 인지 못했다. 인터넷에는 ‘혜정이가 동은이의 망나니’라는 평가도 있더라. 혜정이가 모두를 몰락시킨 장본인이라고 이야기 한다. 어쨌든 이 친구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어디로 붙을지 모르는 인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제가 잘해야 그런 느낌이 나올 것 같았다.”
Q. 혜정이 같은 악역을 끝낸 후 부담은 없는지.
▶차주영: “없다. 아직 못해 본 게 많아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기대된다.”
Q. 폭력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차주영: “학교폭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존재한다. 폭력의 문제뿐만 아니라 차별도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계급이 나뉘고. 이 드라마는 이야기할 거리가 많다. 배우들끼리도 그 문제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
Q. 차주영 배우도 외국에서 그런 부당한 차별을 받은 적이 있는지?
▶차주영: "미국에서 차별이라면 인종차별인데, 누가 나한테 그러진 않았다. 난 불의를 보면 못 참는다. 나한테 그런 일이 없었다고 차별이 있다 없다고는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Q. <더 글로리>가 공개되고 나서 차주영 배우의 학력이 화제가 되었다.
▶차주영: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조용한데서 학교 나왔다. 대단한데 나온 것도 아니다. 대도시에 있는 학교에 가고 싶었다. 아빠는 조용한 곳, 한국인이 없는 학교에 가기를 원했다. 빨리 졸업하고 한국 들어오고 싶어서 위험요소가 최소화된 곳으로 보내주신 것이다. 그냥 시골에서 대학 나온 것이다. ”
Q. <더 글로리>의 그 장면을 이야기하지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차주영: “나도 꼭 그 이야기 하고 싶었다. 극중 혜정이는 가슴 수술을 한 인물이기에 그런 게 필요했다. 제 몸도 사용되었고, 대역도 있었다. CG팀도. 필요한 부분을 갖다 쓰기 위해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었다. 심혈을 기울인 장면이다.”
*** 이날 차주영 배우는 수십 개 매체와 연이어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질문은 빠지지 않고 나왔고, 배우는 매번 열과 성의를 다해 해명했다. 정답은 “얼굴 나오는 장면은 나, 몸은 대역, 가슴 부분은 CG.”란다. 16부작 <더 글로리>에서 1~2초 나오는 장면으로 가장 많이 쏟아진 질문인 셈이다. ***
Q. 그 노출 장면이 꼭 필요했는지 묻는다면?
▶차주영: “아주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연기하는데 부담은 없었다. 혜정이가 유일하게 연진이에게 떵떵거릴 수 있는 것은 몸(외모)뿐이었다. 그게 혜정이의 자신감일 것이다. 연진이를 단 한 번도 이길 수 없었고, 앞으로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니. 그렇게라도 보여주는 것이다. 당당하게! 지금까지는 눈치 보고, 주눅 들고, 아닌 척하였다면 그 때부터 빗장이 풀린 것이다. 혜정이는 자기합리화를 계속했다. 그렇게라도 해서 승리감을 맛보고 싶은 것이다. 어떻게든,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라도 이 친구를 이겨보고 싶은 욕망에 가득한 아이이다.”
Q. 혜정이는 재준(박성훈)이를 사랑했는지, 뺏고 싶었는지.
▶차주영: “배우들끼리 그 이야기 했었다. 혜정이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순정이라고. 그런데 오기라고 이야기한다면 그 말에도 동의한다. 어릴 때 짝사랑했고, 연진이를 이기고 싶고, 따라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감정에 중독된 것 같다. 사랑했기에 배신감으로 (재준의) 눈을 그렇게 하는 모양이다. 혜정이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렸다. 재준이에게 가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나를 버려? 그런 생각이었을 것이다.” (재준이가 그럴 인간일 줄 몰랐나?) “혜정이는 불안했을 것이다. 처음 대본 받고는 돌아가는 것 아닌가 생각하며 한 줄 한 줄 읽었다. 그 순간만은 (재준이가) 자기 것이라 생각하고.”
Q. 혜정이는 목을 다쳐 말을 잃는다. 뒷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 것 같은가.
▶차주영: “따로 생각해 보지는 않았는데 그 친구라면 악바리 같이 버틸 것이다. 목소리를 상실 했더라도 어떻게든 목소리를 내고 말 것이다.”
Q. 차주영 배우에게도 시기나 질투의 대상이 있다면.
▶차주영: “없다. 난 건강하지 못한 생각은 빨리 쳐내는 스타일이다. 빨리 전환한다. 외면하는 것도 맞는 것 같으니까. 불안하고, 감정에 잠식될 것 같으면,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Q. <더 글로리>가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가.
▶차주영: “제목처럼 영광스러운 작품이었다. 감사한 작품이고. 작품이 잘되는 것도 감사하고, 좋은 친구들, 좋은 사람들을 알게 해주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차주영은 청소년기 말레이시아 생활을 거쳐 미국 유타주립대학교를 다녔다. 25살 나이에 부모님을 설득하여 연기를 시작했다고. 아버지는 여전히 딸의 연기활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모양. 차주영 배우는 “아버지가 엄하시다. <더 글로리> 파트1을 보시고는 별 말씀 없었다. '파트2'에서는 놀랄 장면 있다고 미리 말씀드렸다. 딸을 믿어달라고. 근데 지금 해외에 계셔 파트2를 보셨는지는 모르겠다.”면서 “빨리 다음 드라마가 방송되어야 좋아하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차주영이 나오는 다음 드라마는 KBS 2TV 주말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이다. 3월 25일 첫 방송된다.
그리고, 이날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차주영 배우는 기자들에게 작은 선물을 돌렸다. 뾰족하게 잘 깎인 연필 세 자루가 정성스레 묶여있었다. 극중에서 자신의 목을 찌른 파란색 스테들러 펜슬이었다. 센스 만점~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