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장인 소지섭과 손예진이 한 작품에서 다시 만난다. 소지섭은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손예진은 ‘클래식’으로 멜로의 정석을 보여줬었다. 물론, 두 사람은 다른 수많은 멜로 작품에서 빛을 발했다. 17년 전 TV드라마 <맛있는 청혼>에서 오누이를 연기한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한 작품은 일본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いま, 会いにゆきます)’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22일 오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방송인 박경림의 사회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소지섭과 손예진, 그리고 이번 멜로작품으로 의욕적으로 감독 데뷔에 나선 이장훈 감독이 참석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가 기억을 잃은 채 우진(소지섭) 앞에 나타나면서 펼쳐지는 감성 멜로이다.
8년 전 원작소설을 처음 읽고 반한 이장훈 감독은 한국에서의 영화화에 도전한 것이다. “원작에서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라는 말이 크게 와 닿았다. 대부분 사랑하는 사람한테 미안함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에게 '그냥 괜찮다. 당신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연출계기를 밝혔다.
일본 작품과의 차별에 대해 이 감독은 “원작에서 커다란 이야기의 구조가 좋았다. 차별화에 대한 고민 보다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다. 관객 입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 나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좋아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방식으로 풀었다”고 소개했다.
영화 ‘클래식’과 ‘내 머릿속의 지우개’라는 탁월한 멜로작품의 히로인 손예진은 이번 작품에서 세상을 떠난 1년 후 기억을 잃은 채 돌아온 수아 역을 맡았다. “멜로를 찍고 싶었지만 좋은 멜로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받고는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이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오랜만의 멜로 출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번 작품이 나의 세 번째 대표 멜로 영화가 됐으면 한다. ‘클래식’이나 ‘내 머릿속의 지우개’보다 판타지한 영화다. 하지만 수아라는 캐릭터는 앞선 두 영화보다 훨씬 더 현실적으로 그려내려고 노력했다. 기존 멜로에서 보여준 청순한 모습이 아니라 훨씬 더 현실적이고 무뚝뚝한, 재밌는 캐릭터를 그리려고 했다”고 ‘수아’를 소개했다.
소지섭은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후 어린 아들과 단 둘이 남겨진 우진 역을 맡았다. “처음 출연을 고민한 부분은 내가 아이 아빠처럼 보일까라는 점이었다. 혹시 어색하게 보인다면 영화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최근 들어 무겁고 남성적인 작품을 많이 했지만 예전에는 로맨틱 코미디와 가벼운 작품도 했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의 느낌은 설렘과 먹먹함이었다. 그런 사랑을 주제로 한 연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드라마 ‘맛있는 청혼’이후 다시 공연하게 된 소감에 대해 손예진은 “‘맛있는 청혼’이 데뷔작이었다. 신인 때는 발가벗겨진 기분으로 연기를 했었다. 오빠가 내 부족한 모습을 본 셈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연기가 오히려 더 편하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소지섭은 “손예진과 연인 및 부부 연기를 펼친다는 것에 대해 안도감, 기대감, 설렘이 있었다”고 화답했다.
손예진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정서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요즘은 연애가 자극적이고 빠르지 않나. 손을 잡는 등 순차적인 걸 생략하는데 우리 영화는 너무 순차적이다. 그런 모습이 예전의 풋풋한 순수함을 이끌어준다.”며 “관객에게 공감을 주고, 메말랐던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촉촉한 감성의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3월 14일, 이른바 화이트데이에 개봉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