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린 신카이 마코토(新海誠) 감독이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원제:すずめの戸締まり)의 한국 개봉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8일(수) 오전, 서울 메가박스 성수에서는 ‘스즈메의 문단속’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주인공 스즈메의 목소리를 연기한 하라 나노카(原菜乃華) 배우가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가 열렸다.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은 17세 고등학생 스즈메가 폐허의 문을 찾는 대학생 소타와 함께 재난에 직면한 세상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야기이다. 스즈메와 소타는 일본의 큐슈, 시코쿠, 고베, 도쿄 등에서 잇달아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운명의 문’, ‘재난의 문’을 봉인해야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코로나 한가운데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 완성 후 한국에 갈 수 있을지 걱정했었는데 이렇게 한국에서 개봉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한국 드라마 <도깨비>에서 문을 사용하는 걸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극중에 등장하는 ‘문’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문은 일상의 심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매일 아침 문을 열고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가고, ‘다녀왔습니다’하며 집에 돌아온다. 이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재해는 이 같은 일을 단절시킨다.”고 문의 상징성에 대해 소개했다.
‘다이진’ 캐릭터에 대해 “일본의 신사에 가면 두 개의 동물 석상이 문 옆에 있다. 그것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좋아한다. 변덕스러운 자연을 상징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자연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무섭게 변한다. 쓰나미 같은 재해가 덮쳐올 때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런 변덕스러운 자연의 특성이 고양이와 닮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즈메 목소리를 연기한 하라 나노카는 “스즈메는 잘 달리는 인물이다. 액션적인 면과 함께 감성적인 면에서도 그렇다. 앞뒤 계산하지 않고 바로 달리는 성격을 갖고 있다. 저에게는 없는 면이라서 굉장히 부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첫 성우 도전과 관련하여서는 “성우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불안했었다. 그런데 더빙 때마다 감독님이 ‘나노카 씨, 굉장히 훌륭해요, 고마워요’라고 말해주어서 그 덕분에 잘 해낸 것 같다.”고 말했다.
‘너의 이름은.’뿐만 아니라 최근 ‘슬램덩크’ 열풍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를 묻자 신카이 감독은 “오히려 그 이유를 제가 물어보고 싶다. 아마도 한국과 일본이 문화나 풍경이 닮아서 그런 것 같다. 한국에 오면 일본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도쿄의 미래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거리나 동네 풍경, 도시 모습이 닮았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이 반영되어서 만들어진 것이다. 마음의 형태가 유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기고, 일본 사람이 한국드라마를 그렇게 많이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극중에 등장하는 ‘의자’(대학생 ‘소타’가 변신한 것임)에 대한 설명도 빠지지 않았다. 감독은 “이 영화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현실의 큰 비극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 스즈메 이야기만 하면 너무 무거워서 관객들이 보기에 괴로울 것 같았다. 스즈메 옆에 같이 있기만 해도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존재로 의자로 설정했다.”면서 “다리가 세 개인 것은 코믹한 느낌을 주어 영화의 온도를 올려준다. 그리고 스즈메가 갖고 있는 마음의 메타포이다. 무언가를 상실했기 때문에 다리를 3개로 설정한 것이다. 하지만 그 의자처럼 잘 달리고, 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마지막으로 한국관객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한국 관객에게 우리의 현실과도 상관이 있겠구나, 우리의 현실을 그린 작품이구나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지진이 발생하지 않지만 재해나 사건은 여기저기서 많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꼭 자연재해는 아니더라도 전쟁 같은 것들이 우리의 일상을 갑작스럽게 단절시킨다. 일상이 단절됐을 때 사람은 그걸 어떻게 회복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카고 마코도 감독은 “전작(너의 이름은.)이 성공하였기에 다음 작품을 하면서 책임을 더 느꼈다. 단순히 재밌는 엔터테인먼트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일본이 갖고 있는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는 재해를 잘 표현한다면 이러한 일을 잊고 있는 분들께 잘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정치적 상황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사이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마치 파도처럼 반복되고 있지만 문화에 있어서는 강하게 연결되어 계속 갔으면 좋겠다.”고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은 8일 개봉했다.
[사진=미디어캐슬/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