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이 에 이어 설에 맞춰 개봉하는 <골든 슬럼버>로 다시 영화 팬을 찾는다. 곧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할 것으로 알려진 강동원을 만나 ‘국가권력에 쫓기는 택배기사’의 심정이 어땠는지, 미국에서도 강동원의 아우라가 통할지 물어보았다. 12일 오후, 삼청동(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행정구역은 팔판동이다!)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인터뷰 자리였다. 심플한 검은색 캡을 쓴 강동원이 자리에 앉자 기자들은 노트북을 펼쳐들고 강동원의 말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강동원은 살짝 남아있는 사투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찬란한 비주얼을 내뿜는 배우로 유명하다. 그가 출연하는 영화에서, 그가 처음 등장하는 순간에는, 일단 극장이 한 차례 술렁인다. <군도>에서 긴 머리카락 휘날릴 때도 그러했다. 그도 그런 사실을 알까. 때의 일이란다. “일반 관객이 있는 상영관에 살짝 들어가서 봤다. 진짜 탄성이 나오더라. 그런 얘기를 미리 듣고 가니까 긴장이 됐다. 흐름에 방해될까봐 탄성이 안 나와야 좋을 것 같은데.”라고 말한다. 강동원은 꽤나 솔직하게, 담백하게 말을 한다.
이번 영화에서 김성균, 김대명, 윤계상, 한효주가 절친으로 등장한다. 실제 사이는? “성균이랑은 <군도>때 친해졌다. 말도 서로 놓기로 했다. 그런데 그 뒤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웃음) “이번에 다시 만나서 더 친해졌어요.”라고 말한다. “한효주랑은 사흘 같이 찍었다. 이틀 찍고, 하루 추가촬영. 성균이랑 대명이랑은 5일 찍었다.”
특별출연한 윤계상과는 어땠을까. "이 작품 하기 전에 인연이 전혀 없었다. 세트장에서 처음 만났다. 차 안 장면을 찍을 때는 대화도 없이 아주 어색하게 촬영을 마쳤다"면서 "선배님이 낯을 많이 가린다고 해서 나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란다. 어색한 두 남자의 ‘연기 직전’ 모습이 상상이 간다. 그럼 김의성과는? 질문이 나오자 크게 웃는다. “오늘 의성씨 질문은 처음 나왔다”고.
여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를 암살했다는 용의자 김건우(강동원)는 김의성과 함께 하수도를 통해 도망 다닌다. “너무 더럽다. 죽은 쥐가 떠내려 오고. 힘들었다. 물소리 때문에 대사도 잘 안 들리고. 냄새가 지독했다. 그나마 추울 때 찍어서 다행이었다.”고 극한연기 체험에 대해 솔직하게 말한다. 홍제천과 성수대교 근처 하수구, 그리고 세트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한다.
광화문에서 4시간 허가받고 찍은 장면에 대해서도 “폭파 장면은 미리 동선을 맞춰도 잘 안 되더라. 이번에도 폭파가 생각보다 좀 컸다. 클로즈업(카메라)에서는 내가 프레임 밖으로 나갔고, 미디엄 샷에서 살짝 나갔다가 들어오는 정도였다.” 그러면서 재밌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소리가 컸다. 청와대에서도 무슨 일이냐고 전화 왔다더라. 그럴 수밖에.”
어쨌든 그 잘 생긴 강동원이 택배기사를 연기한다. 캐릭터 분석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냐는 질문에 “택배기사가 워낙 힘들게 일하는 것 아니까. 일하는 양에 비해 대우도 못 받는 것도 알고, 그 고달픔을 담아내는 것이 목표였다. 차 안에서 배달하다가 밥 먹고 하는 것. 빵 먹는 장면은 (편집에서) 잘렸다.”면서 “택배기사님의 애환을 크게 담아내지 못해 죄송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동원은 “통통해 보였으면 좋겠다”는 제작진의 요청에 따라 살을 조금 찌웠단다. 건우가 착한 인상, 수더분하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장준환 감독의 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강동원 때문에 완성된 영화라는 이야기도 있으니. “너무 잘되어 기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출연을 결심할 당시에는 블랙리스트에 대한 소문이 나돌 때였다. 누가 세무조사 당했다느니 하면서. 장 감독이랑 친한데 시나리오를 제일 먼저 보여줬다. 이런 이야기가 지금 필요한 이야기라고.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이야기니까 며칠 동안 계속 자료 찾아보고 공부하고, 오케이했다.” (▶1987 리뷰보기)
7년 전부터 <골든 슬럼버>의 영화화에 관심이 있었다는 강동원에게 이 작품의 미덕은 무엇이었을까. “휴머니즘이었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 그런 일을 겪게 된다면 복수를 할 방법이 없잖은가. 마지막에 속 시원하게, 전 국민이 알게 되는 그런 짜릿한 복수. 그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원작에서는 사건이 미해결로 끝나 찝찝했고, 마음에 안 좋았다. 그걸 이번 기회에 해소해 주고 싶었다"고 덧붙인다.
연출을 맡은 노동석 감독에 대해서는 “너무 잘 맞았다. 인간미가 넘치는 감독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많아서 재밌게 촬영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감독님이 나의 개인사에 대해 너무 궁금해 하시더다. 나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게 많다. '좋은 집안에서 곱게 자란 사람'으로만 알고 있더라.“며 '자신의 출신'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올해 38살의 강동원은 충무로 중견배우로 막강한 티켓 파워를 자랑한다. 그도 세대차를 느끼는 모양. 개봉을 앞두고 열린 강동원기획전 GV때의 이야기를 한다. “사회를 본 박경림 선배가 시켜서 하긴 했는데 ‘내 마음에 저장’이 무슨 말인지, 뭘 하란 것인지 모르겠더라. 제 나이도 있고 해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인터뷰 현장은 갑자기 웃음이 일었고, ‘내 마음에 저장’에 대한 설명이 따랐다. 강동원은 “그 친구(아이돌)가 하면 귀엽겠지. 하지만 내 친구들은 다 애 아빤데.”라고 말한다.
설 연휴에 개봉되는 영화들과의 흥행경쟁을 펼치는 것에 대한 소감은 “언제나 경쟁작은 있다. 항상 경쟁하며 살고 있으니. 맘은 똑같다. 내 영화 잘 되었으면 좋겠다. 장르도 다르고 하니. 좋은 영화 많이 걸리면 영화팬들에게도 좋은 일이다.”고 여유 있게 말한다.
강동원은 김지운 감독의 <인랑>을 끝내고, 곧 할리우드로 건너가서 <쓰나미 LA>를 찍을 예정이다. 열심히 달려온 강동원에게 소소한 행복의 순간이 있다면? "육체적으로 조금 힘든 시간이지만, 조금 있으면 외국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 새로운 환경에서 촬영한다는 것에 조금 흥분된다. 좋은 것 배워올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다.
강동원의 <골든 슬럼버>는 14일 개봉한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