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동생 흥부, 못된 형님 놀부의 집안 이야기를 모르는 한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비 다리 고쳐 팔자 고친 이 권선징악 전래동화의 이면에 ‘역성혁명의 불온한 정서’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있는가. TV드라마 <힘쎈 여자 도봉순>의 작가 백미경 작가는 ‘흥부전’을 그렇게 해석했고, <26년>의 조근현 감독과 함께 ‘횃불 광화문’ 이후의 극장가에 이야기 한마당을 펼쳤다.
5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백성이 고난에 허덕이던 조선 헌종 14년, 온갖 잡스러운 내용으로 글재간을 보이던 흥부의 목적은 단 하나. 홍경래의 난 때 헤어진 형 놀부를 찾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놀부의 행방을 안다는 사람을 만났으니 그가 바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조혁이라는 사람. 조혁의 형은 다름 아닌 조정을 좌지우지 아는 조항리 대감. 이제, 흥부의 글 솜씨는 ‘정감록’의 자구를 덧칠할 지경에 이른다. 세상을 바꾸려는 자와 가지려는 자가 그 솜씨를 둘러싸고 한판 신명나게 노는데...
여하튼, 영화 <흥부>의 언론시사가 끝난 뒤 주연배우 정우, 정진영, 정해인, 그리고 조근현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가 이어졌다. 지난 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김주혁은 이번 영화에서 흥부에게 창작의 기운과, 세상사의 이치를 알려주는 조혁으로 등장하여 찡한 순간을 선사한다.
조선 최고의 천재작가 ‘흥부’를 맡은 정우는 “평소 사극에 궁금증이 있었는데 흥부의 시나리오를 보게 되었다. 사극임에도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아 도전할 수 있었다”면서 “관객 분들이 보셨을 때 집중이 깨지지 않으면서도 예상 가능한 연기가 아닌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야심가 ‘조항리’로 돌아온 정진영은 “<흥부>의 이야기 자체가 ‘흥부전’을 모티브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해학이 있다. 그래서 영화의 톤에 맞게 전형적인 악인이지만 엉뚱하고 엉성한 그 속에 번뜩이는 권력욕과 물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력 싸움에 힘을 잃은 왕 ‘헌종’으로 분한 정해인은 “실제 헌종은 어린 나이에 즉위해서 당파 간의 세력 싸움으로 자신의 정치를 제대로 못 펼친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의 외적인 연약함과 내적 갈등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자신의 역할을 소개했다.
조근현 감독은 “해학과 풍자, 권선징악이라는 단순 명쾌한 주제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심오하게 만들기보다는 온 국민이 즐겼으면 하는 생각에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며 연출 방향을 전했다.
영화 <흥부>에는 고(故) 김주혁, 정우, 정진영, 정해인 뿐만 아니라 김원해, 천우희, 정상훈, 김완선, 진구 등이 참석한다. 마지막 장면은 ‘강하늘’이 깜짝 등장한다.
올 설 연휴에는 마블의 <블랙 팬서>와 함께 <조선명탐정3>,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 <골든 슬럼버>가 각축전을 펼칠 전망이다. 흥부는 14일 개봉일세~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