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오와 김옥빈이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연애대전>이 지난 10일 공개되었다. 유태오는 극중에서 ‘멜로장인’으로 이름을 날리는 배우로, 김옥빈은 남성 허세라면 치를 뜨는 로펌 변호사로 출연한다. 그렇다! 서로 상극인 김옥빈이 유태오 소속사의 변호사로 만나서 ‘액션 반, 멜로 반’으로 한 땀 한 땀 엮어나간다. 제작보고회 때 김정권 감독이 ‘지구최고의 미남’이라고 추켜세운 유태오 배우를 만나 독일 땅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연기공부하고, 한국에서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마침내 넷플릭스 작품으로 전 세계 190개 국가에 동시에 공개된 신작 소감을 들어보았다.
Q. 제작보고회 때 김정권 감독이 유태오 배우를 ‘세상에서 제일 잘 생긴 배우’라고 말했다.
▶유태오: “솔직히 저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쑥스럽다. 감독님이 작품 하는 동안 저한테 뭔가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려는 의도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런 이야기는 한 귀로 흘리는 편이다. 제가 십대에는 운동선수였고 다리를 다친 뒤에도 식습관이 남아있다 보니 20대엔 몸이 완전히 불었던 사람이다. 거의 100킬로까지 쪄본 적이 있다. 10대 때에는 동양인이 유럽에서 무슨 주목을 받을 수 있었겠나. 뉴욕에서 연기 공부할 때에도 동양인으로서 관심도 받지 못했었다. 니키를 만나 같이 한국으로 왔고, 니키가 저보고 배우하려면 일단 살부터 빼라고 그랬다. 영화 <여배우들>로 데뷔했고, 그 후에 진짜 거짓말처럼 스페셜 화보를 찍게 되었다. 스물 여덟아홉 무렵에 내 외모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았다. 내 진짜 자아 같지 않은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예전엔 ‘뚱땡이’, ‘굴러다닌다’는 소리를 들었다. 할아버지가 씨름하라고 말하실 정도였다. 지금 외모에 대한 평가나 칭찬은 고맙지만 제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Q. <연애대전>을 다 본 소감은, 멜로 연기는 어땠는지.
▶유태오: “내가 멜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감수성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지 못한 것에 대한 한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 것에 대한 ‘멜랑코리’가 있고, 그런 감수성이 저를 멜로 장르에서 빛이 나게 해주는 것 같다. 이번에 베를린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도 멜로 장르이다. 남강호의 전사도, 저의 사생활도 메소드처럼 찍힌 것도 있다. 그런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베를린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 진출한 영화는 <패스트 라이브>(Past Lives)라는 작품이다)
Q. 메소드 연기를 하셨다니, 평소에도 배우자에게 달콤한 편인지.
▶유태오: “그런 질문을 주시면 저도 당황해요. 제가 결과를 생각하고 대답한 게 아닌데. 그런 반응을 보여주시고 좋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그런 의도 갖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남이 그런 것 듣고, 어떤 카테고리에 (나를) 넣고, 뭔가 붙여 주는 것이다. 저는 편하게, 필터 없이 이야기하려고 한다. 많이 좋아하죠.”
Q. 극중에 80년대, 90년대 홍콩느와르 풍의 액션장면이 나온다. 혹시 그 시절 영화 본 적이 있는지. 연기를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유태오: “그런 질문 해주셔서 감사하다. 제가 독일에서 좀 외롭고 고독하고 슬펐던 것 같다. 94년 즈음에 이안 감독의 <결혼피로연>을 봤었다. 그리고 그 즈음에 <중경삼림>을 봤었다. 그 두 영화를 보고 나서 ‘이게 뭐지?’, ‘이걸 이해하는 이 감수성이 뭐지?’ 두 영화는 (제가 자라온) 배경이 전혀 아니었지만 영화적인 문법 안에서는 내가 더 이상 외로운 존재가 아니었다. 홍콩영화를 더 많이 찾아본 것 같다. 특히 왕가위 영화들을. 그 이후엔 차이밍량 영화도 더 좋아하고. 저도 잘 모르겠다. 선천적인 감수성으로 끌렸는지, 아니면 사춘기 때 그런 영화를 만난 것이 성인이 되어 그런 방향으로 이끌어간 것인지는. 좀 더 진지한 영화를 하게 된다면 어떨까. 지금 그런 작품을 찍는다면 제 감수성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이게 홍콩 감수성이라고 해야 할지 동양적인 멜랑콜리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네오 느와르라는 장르가 있잖아요. ‘드라이브’나 ‘폭력의 역사’같은 멋진 영화. 그런 영화에서 (내가 연기하는 것을) 보게 된다면 한국콘텐츠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Q. 대본을 받았을 때 든 생각은.
▶유태오: “물론 한국말로 된 대본을 받았다. 일단은 너무 재밌었다. 캐릭터 설정도 너무 재밌었고. 갈등과 두 사람이 부딪쳐 티키타카하는 장면을 재밌게 읽었다. 이런 장르를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시점에 캐스팅 제안이 들어와 너무 고마웠다. 현실적으로 저에 대한 객관성을 갖고 있다. 팬데믹 전에 <머니게임>이 마지막 작품이었다. 그 작품에서 ‘악역 4번’이었다. 주인공을 한 번도 안 했었고, 예능 몇 번 출연하고, 미국 갔다와서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 너무 고마운 것이죠. 선택받은 생각이 들었다. 너무 고마운 상황이죠. 제 커리어에서 어떤 의미인지 알고, 글로벌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같이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고마운 거죠.”
Q.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는 것이 기쁜가?
▶유태오: “이게 너무 고마운 일이다. 이제 작품을 선택할 때 단순히 우리의 시장만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더 넓게 생각해야한다. 그 만큼 공부를 더 해야 할 것이다. 로컬에 대해서도, 시대적 흐름도 잘 알아야한다. 뉴스도 많이 봐야할 것이다. 연기를 하면 내가 맡은 캐릭터가 대상화가 된다. 동양과 서양 시장에서 매력 포인트가 다를 것이다. 매력 포인트와 미남의 개념이 다르다. 지난 20년간 연기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의 이력서(필모그라피)를 연구했다. 의미부터, 연기습관, 이미지, 작품 선택까지. 큰 그림을 봤을 때 어떻게 해야지 다국적인 문화에서 그런 배우가 될 수 있나 고민을 많이 했다. 도전이기도 하고, 긍정적인 부담이기도 하다. 너무나 신기한 게 지금 제 나이로 이런 플랫폼에 출연한다는 것이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Q. 처음으로 주연을 맡게 되었다.
▶유태오: “그만큼 책임감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것 최대한 노력하고 연습하고 후회 없이 하려고 했다. 그 결과에 대해선 제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읽었으니 믿고 그에 맞춰 캐릭터를 열심히 준비했다. 저를 객관화시켜 뭔가 연기에 부족한 포인트가 보이면 코치를 만나 분석했다. 이게 캐릭터 문제인지, 개인 유태오의 부족함인지. 현실감 있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다음 숙제로 들어가서 이게 모국어처럼 될 수 있을 때까지, 발전할 수 있을 때까지 저를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생각한 만큼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고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세는 조금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원한다. 그동안 매운 맛을 느꼈으니 이제 달콤한 맛을 원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로코는 만들기 힘들 텐데 생각했다. 적어도 1회, 2회. 아마도 3회까지 보면 무조건 끝까지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3회 이후부터는 주인공이 부딪히니까. 그걸 보고 싶어하실 거다.”
Q. 개인적인 백그라운드로 보면 독일에서 태어났다. <국제시장>을 봤는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 줄 수 있는지.
▶유태오: “영화는 물론 봤다. 일단은 우리나라에서 살고, 한국 사람과 결혼한 것이 저의 정체성에 대해 답을 한 것 같다. 제가 무얼 좋아하고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 문화가 집단문화이다 보니 제가 어떻게 생각하고, 정체성을 느낀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 안에서 어떻게 받아 들여질까는 또 다른 문제이다. 우리나라 문화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은 한다. 항상 해왔다. 어디에서 태어났는지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유럽 교포의 시발점은 독일인데 그 독일의 출발이 된 광부와 간호사는 노동자계층이다. 당시 두 나라 사이의 정치적 딜로 독일에 넘어온 사람들이다. 독일은 미국과 비교했을 때 이민자의 나라가 아니다. 한국 사람들은 끼리끼리 뭉쳐 있었던 것이지 미국같이 퍼져 있었던, 어실미레이션(assimilation)한 문화가 아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소수민족이라는 감수성을 갖고, 아웃사이더라는 느낌이 있었다. 한국에 왔을 때도 그런 아웃사이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밖에서 봤을 때는 제 안에 영원히 공허함이 있을 것 같다. 그게 저한테 좋은 먹이거리가 되는 것 같다. 저의 욕심을 자극시키는 어떤 출발점이 된다. 저를 끊임없이 노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결핍 때문에 인정받고 싶어 하고, 그런 결핍 때문에 더 잘하고 싶다. 그런 결핍 때문에 이런 자리, 배우가 된 것 같다. 세계 시장에서 더 큰 꿈을 꾸게 되기로 한다. 어떻게 보면 어떤 상황, 어떤 시대에서의 단점이 다른 시대, 상황에서는 장점이 되는 것 같다. 이해가 되나요?”
Q.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나, 열심히 연기한 신이 있다면.
▶유태오: “남강호가 미란이 아버님에게 ‘미란이 존경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파악하고, 좋아하려고 할 때는 감정의 변화가 있을 것이다. 강호가 미란이 같은 사람을 봤을 때 일반적이지는 않다. 또한 트라우마도 있으니 일반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 그게 오히려 흥미로웠다. 그게 더 멋있고 허세가 없을 것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것. 정당하게 본다는 좋았다. 그래서 미란이 부모 앞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말인 것 같다. 그리고 모든 신을 열심히 준비했다. 아직도 억양에서 어눌하고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거기까지 가는 것만도 남보다 더 열심히 했다. 앞으로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다. 모든 신들이, 작은 대사 한 마디도 소중했다.”
Q. 무명생활이 길었다. 연기자의 길을 계속 걷게 한 배우자(니키 리)의 힘이 있었다면?
▶유태오: “제가 보기엔 배우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좋은 파트너가 필요한 것 같다. 저의 경우는 그게 저의 배우자가 된 것이다. 제가 존경하는 아티스트이다. 일단은 철학에 대해 밤새 이야기할 수 있고, 밤새 시원하게 싸울 수도 있고, 싸우고 나서 화해를 재밌게, 즐겁게 할 수 있다. 같이 ‘화해 앤드 다이닝’도 할 수 있다. 어제는 떡국도 만들어 먹었다. 그런 게 가능한 게 좋은 것 같다. 저의 다국적 스펙트럼을 다 즐길 수 있는, 맛부터 미학까지. 부담 없고, 창피함 없이 다 즐길 수 있는 게 좋다.”
Q. 김정권 감독은 아주 오래 전에 <동감>이라는 멜로물로 유명하다. 감독의 연출스타일이 어땠는지. 오래된 멜로 감성이 넷플릭스 시대에 어울리는지.
▶유태오: “감독이 어느 분이 하시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시나리오, 지금 감독님의 상황, 지금 감독님의 영감, 지금 감독님의 정신세계 말이다. 배우는 감독의 악기가 된다. 감독님의 옛날 감수성에 내가 젖어든다면 그게 선입견이 될 수 있다. 그런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 지금 감독님을 바라보려고 했다. 색안경 같은 것 안 쓰고. 감독님이랑 첫 미팅을 하며 느꼈다. 감수성이 좋으시고, 이 영화에 대한 비전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알겠더라. 첫 미팅 이후 말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제 준비만 잘하면 될 것 같았다. 현장에 갔을 때 베테랑의 여유가 느껴졌다. 놀이터를 만들어놓고 배우에게 ‘잘 놀아’하고 놓아주시는 것 같았다.”
Q. 공개를 앞두고 tvN 예능 <즐거운 토요일-도레미마켓>에 나갔다. 예전에도 예능 출연한 적 있는데 이번엔 ‘컨닝도 불사’하는 특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유태오:“‘우도주막’, ‘전참시’ 했었고, <새해전야> 홍보할 때 ‘런닝맨’에 나갔었다. 각 예능마다 자기 매력이 있다. 나한테 맞는 예능이 뭔지 찾아가는 단계인 것 같다. 컨셉 잡는 것은 안한다. 가서 즐기자는 마음으로 출연한다. 그런데, 저의 아티스트적인 순정이 있다면 반항심이다. 그 반항심을 많이 갖고 간다. 한국말로 하는 게임을 항상 진다. 그런 경험이 많아 솔직하게 말한다. 마음을 비우고, 안 들키고 컨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게임에 나가면 이겨야하니. (하하하) 왜 그러면 안 되나?” (푸핫)
Q. 연기 공부를 하면서 다른 연기자들을 많이 연구했다고 한다. 어떤 배우를 탐구했나. 자신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유태오: “내가 잘 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제가 가진 철학이 우리 문화나 영화, 역사적 맥락에 해당되는지를 몰랐다. 뉴욕에서 공부할 때 백인 친구들이 내가 무대에 섰을 때 ‘스테이지 프레전스’(stage pesence)가 있다고 그랬다. 미국인은 이펙트(effector)라고 하는데 화면에 나오면 눈이 나한테 간다는 것이다. 그게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흑인 친구가 한 이야기도 재밌다. 브루르클린이라는 반 친구가 있었다. 도너 서머의 딸이다. 네 얼굴형이 옆에서 보면 율 브리너 같다는 것이다. 율 브리너의 아들인 락 브리너가 쓴 책을 보았다. 증조할아버지 때부터의 이야기가 있다. 유럽에서 시작하여 해적이야기가 나오고, 일본에까지 흘러왔다가 다시 무역을 하며 러시아로 이어진다. 율 브리너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났고, 파리에서 서커스에서 아크로바틱한 묘기를 하다 할리우드에 진출하게 된 엄청난 삶이다. 동양과 서양의 혼혈이 배우로서 정착하기까지의 삶이 인상적이었다. 미국의 흑인이 나를 보고 그런 율 브리너를 말하다니. 그게 출발점이었다. 그 다음에는 이소룡을 탐구했다. 왜 미국에 갔다가 다시 홍콩으로 돌아갔을까. 저도 미국에서 연기하다가 7년만에 한국 돌아왔다.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동양남자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한 맺힌 게 있을 것이다. 뭔가 성공하고 싶은 도발점이 있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콤플렉스까지. 톰 하디가 되었든, 말론 브란도가 되었든 나의 단점을 어떻게 장점으로 바꿀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양조위에 대해서도. 아사노 타다노부나 주윤발이 서양시장에서 먹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병헌 선배의 경우도 말이다.”
Q. <연애대전>은 멜로드라마이면서, 스타와 팬의 관계, 대중연예 매체에 대한 풍자도 곁들인다. 혹시 본인에 대한 비난이나 악플이 있다면?
▶유태오: “다행히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었다. 비난보다는 비판이나 평론이라 해야할 것 같다. 현실에 바탕을 둔 것이라면 저를 겸손하게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들 것이다. 예를 들어 시골의 한 청소년이 제 작품을 보고 댓글을 달았다면, 그게 악플이라고 해도 자기 현실에서 본 진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다. 악심을 갖고 저를 공격하지 않는 이상 진솔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유태오 배우는 디즈니플리스의 <세상에서 가장 나쁜 소년>의 촬영을 이미 끝내 놓고 지금은 푹 쉬는 중이란다. 유태오, 김옥빈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연애대전>은 지난 10일 공개되었다.
[사진=넷플릭스]